본문 바로가기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작가책방(소설/히가시노 게이고6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제1장 / 6 답장은 우유 상자에 ·「히가시노 게이고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6 쇼타가 새 양초에 불을 붙였다. 눈에 익은 탓인지 촛불 몇 개로도 방 구석구석까지 환히 보였다. "편지, 안 오네?" 고헤이가 웅얼웅얼 중얼거렸다. "이렇게 간격이 길었던 적이 없는데, 이제 편지 안 하려나?" "이제 안 할 거야" 쇼타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렇게 심하게 혼을 냈으니 보통 사람이라면 기가 죽거나 화를 내거나 둘 중 하나야. 그리고 어느 쪽이건 편지 따위는 다시는 쓰고 싶지 않겠지." "뭐야, 내가 잘못했다는 거야?" 아쓰야는 쇼타를 노려보았다. "지금 그런 말이 아니잖아. 나도 너하고 똑같은 마음이고, 그 정도는 써 보내도 괜찮다고 생각해. 하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실컷 써 보냈으니까 답장이 안 오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그런.. 2023. 8. 28.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제1장 / 5 답장은 우유 상자에 ·「히가시노 게이고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5 물론 아쓰야도 그런 일이 있다는 건 알았다. 다만 그게 1980년 이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뿐이다. 1975년 소련에 의한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문이었다. 그에 항의하는 의미로 미국이 가장 먼저 올림픽 참가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고 결국 일본도 미국을 따라 보이콧의 길을 택했다. 쇼타가 휴대폰으로 검색해 본 내용을 요약하면 그런 얘기였다. 이 사건의 상세한 경위에 대해서 아쓰야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렇다면 얘기가 간단하네. 내년 올림픽에 일본은 출전하지 않을 테니까 경기 따위는 싹 잊어버리고 마음껏 남자 친구를 간병해 주라고 편지에 써 보내면 되잖아." "그런 걸 써 보내봤자 달 토끼라는 사람이 믿어줄 리가 있겠어? 정식으로 보이콧이 결정되기 .. 2016. 3. 24.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제1장 / 4 답장은 우유 상자에 ·「히가시노 게이고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4 - 두 번째 답장, 정말 고맙습니다. 제 힘든 심정을 알아주시는 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하지만 정말 죄송합니다만, 이번 답장에 대해서는 나미야 씨의 의도를 조금, 아니 솔직히 말해 전혀 이해하지 못했어요. 아마 제가 아는 게 없고 교양이 부족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나미야 씨가 애써 저를 격려해 주려고 적어주신 농담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요. 참으로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어머니는 곧잘 나에게 '모르는 게 있다고 해서 금세 남에게 알려달라고 해서는 안 된다. 우선은 스스로 잘 알아보아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저도 되도록 저 스스로 알아내려고 노력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만은 도저히 알 수가 없었어요. '휴대폰'이라는 건.. 2016. 3. 19.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제1장 / 3 답장은 우유 상자에 ·「히가시노 게이고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3 - 이렇게 빨리 답장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어젯밤에 나미야 잡화점 우편함에 편지를 넣기는 했지만 갑작스럽게 번거로운 질문을 한 건 아닌지, 오늘 내내 걱정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답장을 받고 보니 한결 마음이 놓이네요. 나미야 씨께서 해주신 충고는 정말 좋은 말씀이세요. 저도 가능하면 그 사람을 원정 훈련이나 합숙소에 데려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의 건강 상태를 생각하면 그건 불가능한 일이에요 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병이 진행되는 것을 늦출 수 있거든요. 그러면 그 사람 가까이에서 훈련을 받으면 되겠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가 입원한 병원 근처에는 연습할 만한 장소나 설비가 없어요. 훈련이 없는 날에만 장시간.. 2015. 2. 10.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제1장 / 2 답장은 우유 상자에 ·「히가시노 게이고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2. 편지를 다 읽고 셋이서 서로를 마주 보았다. "이게 뭐지?"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쇼타였다. "왜 이런 편지를 여기에 보낸 거야?" "너무나 고민이 되어서 그랬겠지" 고헤이가 말했다. "그렇다고 써 있잖아" "그건 나도 알아. 왜 고민 상담 편지를 잡화점 우편함에 넣었느냐는 거야. 게다가 망해버려서 이제는 아무도 없는 잡화점에" 두 사람의 대화를 한 귀로 흘리면서 아쓰야는 봉투 속을 들여다보았다. 반으로 접힌 새 봉투가 들어 있고, 받는 사람 칸에는 '달 토끼'라고 적혀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 마침내 그도 입을 열었다. "누가 장난을 치는 것도 아닐 테고. 이거, 진짜로 상담을 하는 거잖아. 게다가 상당히 심각해" "혹시 집을 착각한 거 .. 2014. 3. 17.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제1장 / 1 답장은 우유 상자에 ·「히가시노 게이고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1. 그 폐가廢家로 가자는 말을 꺼낸 건 쇼타였다. 아주 괜찮은 헌 집이 있다고 했다. "아주 괜찮은 헌 집이라니, 그게 말이 되냐?" 몸집도 작은 데다 얼굴에 아직도 어린 티가 남아 있는 쇼타를 내려다보며 아쓰야는 말했다. "글쎄, 아주 괜찮은 집이라니까, 우리가 숨기에 딱 좋단 말이야. 사전 조사를 나갔을 때 우연히 발견한 곳이야. 진짜로 그 집을 써먹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지만." "너희한테 미안하다·····." 고헤이가 큼직한 몸을 움츠리며 말했다. "설마 이런 위급한 때에 차 배터리가 나갈 줄은 몰랐어." 아쓰야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와서 그런 소리 해봤자 무슨 소용이냐?" "그나저나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네. 여기 올 때까지는 아무 문제가 .. 2014. 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