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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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빨리 답장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어젯밤에 나미야 잡화점 우편함에 편지를 넣기는 했지만 갑작스럽게 번거로운 질문을 한 건 아닌지,
오늘 내내 걱정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답장을 받고 보니 한결 마음이 놓이네요.
나미야 씨께서 해주신 충고는 정말 좋은 말씀이세요.
저도 가능하면 그 사람을 원정 훈련이나 합숙소에 데려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의 건강 상태를 생각하면 그건 불가능한 일이에요
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병이 진행되는 것을 늦출 수 있거든요.
그러면 그 사람 가까이에서 훈련을 받으면 되겠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가 입원한 병원 근처에는 연습할 만한 장소나 설비가 없어요.
훈련이 없는 날에만 장시간 차편을 이용해 만나러 가는 게 현재의 상황이죠.
지금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다음 합숙 훈련을 떠날 날짜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습니다.
오늘 병원에 가서 그 사람을 보고 왔어요.
열심히 연습해서 부디 좋은 결과를 내달라는 말을 듣고 저는 그렇게 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어요.
사실은 가고 싶지 않다.
당신 곁에 있겠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꾹 참았습니다.
그런 말을 하면 그가 몹시 괴로워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서로 떨어져 있더라도 최소한 얼굴만이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만화책에서처럼 텔레비전 전화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기도 해요.
일종의 현실도피라고나 할까요?
나미야 씨, 제 고민을 들어주어 정말 고맙습니다.
이렇게 편지로 고민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저는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저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혹시 뭔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시면 또 답장해 주세요.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충고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신다면 그렇다고 써주시고요.
너무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어떻든 내일도 우유 상자 안을 확인해 볼께요.
잘 부탁드립니다.
달 토끼 드림.
마지막에 편지를 읽은 건 쇼타였다.
그는 고개를 들고 두어 번 눈을 깜빡였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내가 알아?" 아쓰야가 대답했다.
"진짜 어떻게 된 거냐, 이거?"
"달 토끼 씨가 답장을 보내줬잖아."
멀쩡하게 대답하는 고헤이의 얼굴을 아쓰야와 쇼타는 동시에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어떻게 답장이 왔느냐고!" 두 사람 입에서 똑같은 말이 튀어나왔다.
" 어떻게라니?" 고헤이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쓰야는 뒷문을 가리켰다.
"네가 우유 상자에 편지를 넣은 게 끽해야 오 분 전이야.
내가 곧바로 가서 살펴봤는데 그 편지가 사라지고 없었어.
만일 그 편지를 달 토끼라는 여자가 가져갔다고 해도
이 정도의 편지를 쓰려면 제법 시간이 걸리잖아.
근데 그 즉시 두 번째가 날아들었어.
이건 진짜 이상하잖아?"
"그건 이상하지만, 달 토끼 씨한테서 온 답장인 건 틀림없어.
내가 물어본 것에 분명하게 대답했으니까."
고헤이의 말에 아쓰야는 반론을 할 수 없었다.
분명 맞는 말이었다.
"어디, 이리 줘봐."
아쓰야는 쇼타의 손에서 편지를 잡아챘다.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고헤이가 보낸 편지를 읽어보지 않고서는 쓸 수 없는 답장이었다.
"제기랄, 뭐가 뭔지 모르겠네.
누가 우리를 놀리는 거 아니냐?" 쇼타가 답답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 그거네." 아쓰야는 쇼타의 가슴팍을 가리키며 말했다.
"누군가 술수를 부리고 있는 거야."
아쓰야는 펀지를 내던지고 옆의 붙박이장을 열어 보았다.
하지만 붙박이장 안에는 이불이며 상자가 들어 있을 뿐이었다.
다시 한 번 편지를 읽고 있던 고헤이가 얼굴을 들었다.
"이 여자, 좀 이상해." 뭐가 이상하냐고 아쓰야가 물었다.
"텔레비전 전화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고 했어.
텔레비전 전화라니, 영상 통화 얘기인가?
아무래도 이 여자, 휴대폰이 없나 봐.
그게 아니면 영상 통화 기능이 없는 휴대폰인가?"
"병원 안에서는 휴대폰을 못 쓴다는 얘기겠지." 쇼타가 대답했다.
"하지만 만화에서처럼, 이라고 했어.
이 여자, 분명 영상 통화 기능이 딸린 휴대폰이 있다는 걸 모르고 있어."
"설마, 그럴 리가 있냐, 요즘 세상에."
"아니, 틀림없이 모르는 거야.
좋아, 우리가 알려주자."
고헤이는 다시 주방 식탁 앞에 앉아 편지지를 집어 들었다.
"뭐야, 또 답장을 쓰려고?
글쎄 누군가 우리를 놀리고 있다니까." 아쓰야가 말했다.
"그래도 아직 모르는 일이잖아.
"누가 놀리는 게 틀림없어.
지금 하는 얘기도 다 듣고 아마 또 열심히 편지를 쓰고 있을 거야.
아니, 잠깐만. 답장을 써봐. 내게 좋은 생각이 났어."
"갑자기 왜 그래, 뭔데" 쇼타가 물었다.
"됐어, 너희들도 금세 알게 돼."
고헤이가 볼펜을 내려놓았다.
아쓰야는 편지를 내려다 보았다. 여전히 글씨는 엉망이었다.
- 두 번째 편지, 잘 봤습니다.
내가 좋은 걸 알려드리지요.
영상 통화가 가능한 휴대폰이 있어요.
어떤 메이커에서든 다 나와 있습니다.
병원 쪽에 들키지 않게 몰래 그 휴대폰을 쓰면 됩니다.
"이 정도면 되겠지?"
"됐다, 됐어." 아쓰야가 말했다.
"어떻게 썼건 상관없어. 얼른 봉투에 넣기나 해."
두 번째 편지에도 '달 토끼' 앞으로 반신용 봉투가 들어 있었다.
고헤이는 편지를 집어 그 봉투에 넣었다.
"그 편지 넣으러 나도 갈 거야.
쇼타, 너는 여기 있어."
아쓰야는 손전등을 들고 고헤이를 따라 뒷문으로 향했다.
뒷문 밖으로 나오자 고헤이가 우유 상자에 편지를 넣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좋아.
고헤이 너는 어딘가에 숨어서 이 우유 상자를 잘 감시해."
"알았어, 너는?"
"가게 앞쪽에 가 있을게.
어떤 놈이 편지를 넣는지, 지켜볼 거니까."
집 옆 골목을 지나 담장 그늘에 숨어 앞쪽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아직 인기척이 없었다.
한참 그러고 있으려니 등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돌아보니 쇼타가 다가오는 참이었다.
"왜 나왔어?
넌 집 안에 있으라고 했잖아." 아쓰야가 말했다.
"누군가 나타났어?"
"아직 아무도 안 왔어. 그러니까 이렇게 지키고 있지."
그러자 쇼타는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 되었다.
입은 반쯤 헤벌어져 있었다.
"뭐야, 왜 그래?"
그렇게 묻는 아쓰야의 얼굴 앞에 쇼타는 봉투를 쑥 내밀었다.
"왔어."
"뭐가?"
"그러니까....," 쇼타는 입꼬리가 축 처진 채 말을 이었다.
"세 번째 편지가 왔단 말이야."
※ 이 글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히가시노 게이고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역자 - 양윤옥
현대문학 - 2012. 12. 19.
[t-15.02.10. 210204-15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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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답장, 정말 고맙습니다.
제 힘든 심정을 알아주시는 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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