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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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답장, 정말 고맙습니다.
제 힘든 심정을 알아주시는 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하지만 정말 죄송합니다만, 이번 답장에 대해서는 나미야 씨의 의도를 조금,
아니 솔직히 말해 전혀 이해하지 못했어요.
아마 제가 아는 게 없고 교양이 부족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나미야 씨가 애써 저를 격려해 주려고 적어주신 농담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요.
참으로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어머니는 곧잘 나에게
'모르는 게 있다고 해서 금세 남에게 알려달라고 해서는 안 된다.
우선은 스스로 잘 알아보아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저도 되도록 저 스스로 알아내려고 노력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만은 도저히 알 수가 없었어요.
'휴대폰'이라는 건 무슨 말씀이신지요?
아무래도 외래어인 것 같아 저도 나름대로 알아봤는데 어디에도 그런 말은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폰'은 영어의 'phone'이라고 짐작했을 뿐입니다.
아니면 뭔가 다른 뜻을 가진 말일까요?
이 '휴대폰'이라는 말을 알지 못하고서는 나미야 씨의 소중한 충고도
저에게는 말 그대로 '쇠귀에 경 읽기', '돼지 목에 진주' 같은 꼴이 되고 맙니다.
부디 '휴대폰'이 무엇인지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바쁘실 텐데 자꾸 번거롭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달 토끼 드림
'달 토끼'에게서 온 세 통의 편지를 탁자에 늘어놓고 그것을 에워싸듯이 세 사람은 의자에 앉았다.
"얘기를 좀 정리해 보자"
쇼타가 입을 열었다.
"이번에도 우유 상자에 넣은 고헤이의 편지를 누군가 가져갔어.
하지만 고헤이가 숨어서 계속 감시했는데 우유 상자에 접근한 놈은 아무도 없었어.
그리고 아쓰야는 가게 앞을 감시했었지?
거기 셔터 근처에도 쥐새끼 한 마라 얼씬한 적이 없어.
그런데도 세 번째 답장이 우편함 밑의 상자에 들어왔어.
자, 여기까지 뭔가 실제와 다른 점은 없지?"
"없지" 라고 아쓰야는 짧게 대답했다.
고헤이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렇다면....," 쇼타는 집게손가락을 쳐들었다.
"이 집에 아무도 접근한 적이 없는데도 고헤이의 편지는 사라졌고 달 토끼 씨한테서는 답장이 왔어.
우유 상자도 셔터도 샅샅이 살펴봤는데 어떤 이상한 장치도 없었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아쓰야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머리 뒤로 양손을 올려 깍지를 꼈다.
"그걸 모르니까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거 아니냐."
"고헤이, 너는 어때?"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
"쇼타, 넌 뭔가 알아낸 거야?"
아쓰야가 묻자 쇼타는 세 통의 편지를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좀 이상하지 않아?
이 사람은 휴대폰이 뭔지를 모르고 있어. 영어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거 같아."
"그냥 웃자고 한 소리겠지."
"그럴까?"
"당연하지. 요즘 세상에 휴대폰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냐."
그러자 쇼타는 첫 번째 편지를 가리켰다.
"그럼 이건 어때? 내년에 올림픽을 한다고 적혀 있어.
근데 내가 가만 생각해 보나까 내년에는 겨울에도, 여름에도 올림픽 같은 건 없어.
바로 얼마 전에 런던 올림픽이 끝난 참이잖아."
"그냥 뭔가 착각한 모양이지."
아쓰야가 말했다.
"그럴까? 하지만 운동선수가 그런 걸 착각하겠어? 자기가 뛰게 될 대회잖아
게다가 영상 통화가 뭔지도 모르고, 어딘가 묘하게 핀트가 안 맞는 것 같지 않아?"
"그야 그렇긴 한데....,"
"그것 말고도 이상한 게 한 가지 더 있어"
쇼타가 목소리를 낮췄다.
"진짜로 이상한 게 있단 말이야. 내가 아까 뒷문 밖에 서 있으면서 깨달았어"
"뭐야, 대체."
쇼타는 잠시 머뭇거리는 기색을 보인 뒤에야 입을 열었다.
"아쓰야, 네 휴대폰 시간은 지금 몇 시로 찍혀 있어?"
"휴대폰?"
아쓰야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액정 표시를 확인했다.
"오전 3시 40분"
"그렇다면 이 집에 온 뒤로 한 시간쯤 지난 셈이지?"
"그래, 근데 그게 어떻다고?"
"잠깐 나 좀 따라와"
쇼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뒷문으로 밖으로 나왔다.
쇼타는 집과 창고 사이에 좁은 골목에 서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처음에 이 골목을 지나올 때, 달이 머리 위 한가운데 있는 걸 내가 봤었어"
"나도 봤어. 근데 그게 왜?"
쇼타는 빤히 아쓰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상하지 않아?
그때로부터 한 시간이나 지났는데 달의 위치가 하나도 바뀌지 않았어."
쇼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어서 아쓰야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곧바로 그 의미를 깨달았다.
심장이 크게 뛰었다.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면서 등줄기에 서늘한 기운이 내달렸다.
휴대폰을 꺼냈다.
시각은 오전 3시 42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왜 달이 움직이지 않았지?"
"지금은 달이 별로 움직이지 않는 계절인 거 아냐?"
"야, 그런 계절은 없어,"
쇼타가 한 마디 했다.
아쓰야는 자신의 휴대폰과 밤하늘의 달을 번갈아 보았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아, 그거!"
쇼타가 급히 휴대폰 버튼을 꾹꾹 늘렸다.
어딘가에 전화를 거는 모양이었다.
잠시 후 그의 얼굴이 바짝 굳어버렸다.
연거푸 깜빡거리는 눈에는 여유가 없었다.
"왜 그래" 어디에 걸었는데?"
아쓰야가 물었다.
쇼타가 말없이 휴대폰을 스윽 내밀었다.
직접 들어보라는 얘기인 모양이었다.
아쓰야는 휴대폰을 귀에 댔다.
그의 귓속에 뛰어든 것은 여자 목소리였다.
"오전 2시 36분, 현재 시각은 오전 2시 36분입니다."
세 사람은 집 안으로 다시 돌아왔다.
"휴대폰이 고장 난 게 아니야."
쇼타가 말했다.
"이 집이 이상한 거야."
"이 집에 휴대폰 시계를 교란시키는 뭔가가 있다는 거야?"
아쓰야의 질문에 쇼타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아니, 휴대폰 시게는 정상이야.
평소대로 잘 가고 있어. 하지만 거기 표시된 시각은 실제 시각하고는 달라."
"왜 그렇게 되는 건데?"
아쓰야가 물었다.
"이 집의 안과 밖이 시간적으로 따로 노는 거 같아.
시간이 흐르는 방식이 서로 다른 거야.
집 안에서는 시간이 계속 흘려가는데 바깥에 나와 보면 그게 그냥 한순간이야."
"뭐? 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고."
쇼타는 다시 편지를 지그시 들여다본 뒤에 아쓰야에게로 얼굴을 들었다.
'이 집에 아무도 접근한 적이 없는데 고헤이의 편지는 사라졌고,
달 토끼 한테서는 그 편지에 대한 답장이 왔어, 원래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잖아.
자, 그럼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누군가 고헤이의 편지를 가져갔고 그것을 읽은 뒤에 답장을 던져두고 갔다.
그런데 그 누군가의 모습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무슨 투명 인간이냐?"
아쓰야가 말했다.
"아하, 알았다. 유령이네, 유령. 이 집이 유령의 집인가 봐."
고헤이가 등을 움츠리며 주위를 들러보았다.
쇼타는 천천히 고개를 저였다.
"투명 인간도 아니고 유령도 아니야.
그 누군가는 이쪽 세계의 사람이 아닌 거야"
세 통의 편지를 가리키며 쇼타는 말을 이었다.
"과거의 사람이야."
"과거의 사람? 야, 그게 뭐야?"
아쓰야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내 생각에는 일이 이렇게 된 거 같아.
가게 앞 셔터의 우편함과 가게 뒷문의 우유 상자는 과거와 이어져 있어.
과거의 누군가가 그 시대의 나미야 잡화점에 편지를 넣으면,
현재의 지금 이곳으로 편지가 들어와,
거꾸로 이쪽에서 우유 상자에 편지를 넣어주면 과거의 우유 상자 속으로 들어가는 거야.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앞뒤가 딱 맞아."
즉 달 토끼 씨는 과거의 사람이야, 라고 쇼타는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아쓰야는 선뜻 말이 나오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뇌가 생각하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에이, 설마."
이윽고 아쓰야가 말했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거 말고는 달리 설명할 도리가 없어.
내 말이 틀렸다면 아쓰야 네 의견을 말해봐. 앞뒤가 맞는 설명을 해보라고."
쇼타의 말에 아쓰야는 대꾸할 말이 없었다.
물론 앞뒤가 맞는 설명 따위는 할 수 없었다.
"네가 답장이니 뭐니 보내는 바람에 일이 이렇게 복잡해졌잖아!"
"미안해.....,"
"고헤이를 나무랄 일이 아니야.
게다가 만일 내 말이 맞는다면 이건 엄청난 일이야.
우리가 과거의 사람하고 편지를 주고 받는다는 얘기잖아."
쇼타는 눈이 반짝였다.
아쓰야는 혼란스러웠다.
뭘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야. 나가자."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런 집, 빨리 뜨는 게 수야."
하지만 두 사람은 뜻밖이라는 얼굴로 아쓰야를 올려다보았다.
"왜 나가야 하는데?"
쇼타가 물었다.
"야, 기분이 영 찝찝하잖아.
이러다 괜히 이상한 일에 휘말리면 진짜로 귀찮아져. 얼른 나가자.
숨을 때는 여기 말고도 얼마든지 있어.
이 집에 아무리 오래 있어도 바깥의 시간은 거의 멈춰 있잖아.
결국 아침이 오질 않는단 말이야. 그래서는 숨어 있어 봤자 말짱 꽝이야."
"왜 그래? 뭐라고 말 좀 해봐."
아쓰야가 목소리를 높었다.
쇼타가 얼굴을 들었다.
그 눈에는 진지한 빛이 깃들어 있었다.
"난 이 집에 좀 더 있을 거야."
"왜, 뭣 때문에?"
쇼타는 고개를 갸웃 동했다.
"뭐 때문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지금 내가 굉장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건 알아.
이런 기회는 웬만해서는 아니, 평생 다시는 오지 않아. 나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가고 싶다면 아쓰야 너는 가도 좋아. 하지만 나는 좀 더 이곳에 있겠어."
"이런 집에서 대체 뭘 어떻게 하려고?"
쇼타는 탁자에 늘어놓은 편지를 보았다.
"우선 답장부터 써야지.
과거의 사람과 편지를 주고 받는다는 건 굉장한 일이잖아."
"그래, 맞아."
고헤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달 토끼 씨의 고민도 해결해 줘야지."
아쓰야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슬쩍 뒷걸음질을 치더니 고개를 저였다.
"너희들 좀 이상해졌어. 대체 어쩔 생각이야?
옛날 사람하고 편지를 주고받는 게 뭐가 재미있어? 제발 관둬라,
이상한 일에 휘말리면 어쩌려고 그래? 나는 그런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앉아."
"그러니까 가고 싶으면 아쓰야 너는 가도 좋다고 했잖아."
쇼타가 얼굴을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아쓰야는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반론을 하고 싶었지만 선뜻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마음대로 해. 무슨 일이 터져도 난 모른다."
방으로 돌아와 가방을 움켜쥐고 두 사람의 얼굴은 쳐다보지 않은 채 뒷문을 지나 밖으로 나왔다.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둥근 달 역시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휴대폰을 꺼냈다.
여기에 전파시계가 내장되어 있다는 게 생각나서 자동으로 시각을 맞춰보았다.
순식간에 액정 화면은 조금 전에 시보를 통해 들은 시각에서 채 일 분도 지나지 않은 시각으로 바뀌었다.
가로등이 띄엄띄엄 서 있는 어두운 길을 아쓰야는 혼자서 걸었다.
우편함과 우유 상자가 과거와 이어져 있고,
달 토끼라는 여자에게서 온 편지는 과거에서 부친 것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분명 그렇게 설명하면 앞뒤가 딱 맞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리는 없었다.
뭔가 착각인 것이다. 분명 누군가 우리를 갖고 노는 것이다.
설령 쇼타의 설명이 맞는다고 해도 그런 이상한 세계와는 엮이지 않는 게 낫다.
지금까지 줄곧 그렇게 살아왔다.
필요 이상으로 타인과 엮어봤자 좋은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더구나 상대는 과거의 사람이다. 지금의 우리에게 뭔가 도움을 줄 리도 없었다.
한참을 걸어가자 넓은 도로가 나왔다.
그 길을 따라 걸어갔더니 저 멀리 편의점이 보였다.
배가 고프다는 고헤이의 처량한 목소리가 생각나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걸었다.
편의점 안에는 점원 말고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아쓰야는 진한 한숨을 내쉬었다.
'아휴, 진짜 난 너무 착해서 탈이야'
가방을 쓰레기통 뒤에 감춰놓고 안으로 들어갔다.
삼각 김밥과 빵, 음료수 등을 사들고 편의점을 나왔다.
감춰둔 가방을 들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먹을 것만 두 녀석들에게 건네주고 곧 바로 다시 나올 생각이었다.
그 수상쩍은 집에 오래 있을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다행히 길에서 마주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아쓰야는 새삼 걸음을 멈추고 서서 나미야 잡화점을 바라보았다.
닫혀 있는 셔터에 붙은 우편함을 보면서,
만일 지금 이쪽에서 저 우편함에 편지를 넣는다면
어느 시대의 나미야 잡화점으로 배달되는 것일까, 하고 생각했다.
창고 옆 좁은 골목을 지나 뒤쪽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뒷문이 빼꼼히 열려 있었다.
아쓰야는 집 안의 상황을 살펴보면서 현관으로 슬쩍 발을 들이밀었다.
"엇, 아쓰야!"
고헤이가 반가운 목소리를 냈다.
"다시 돌아왔구나?
나간 지 한 시간이나 지나서 진짜로 가버린 줄 알았어."
"한 시간?"
아쓰야는 휴대폰의 시계를 보았다.
"길어야 십오 분이었어. 게다가 난 돌아온 게 아냐.
이것만 주고 갈 거야."
편의점 봉투를 탁자에 내려놓았다.
"너희들 언제까지 이 집에 있을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대충 좀 사 왔어."
와아 하고 얼굴이 환해지며 고헤이는 덥석 삼각 김밥을 집어 들었다.
"야, 이 집에 계속 있으면 아침이 오지 않는다니까."
이쓰야가 쇼타에게 말했다.
"아니, 우리가 아주 좋은 걸 알아냈어."
"좋은 거라니?"
"뒷문이 열려 있었지?"
"그래"
"그렇게 문을 열어두면 이 안에서도 바깥과 비슷하게 시간이 흘려가.
고헤이와 둘이서 이것저것 시험해 본 끝에 알아냈어.
그 덕분에 아쓰야 너하고 시간 차이가 한 시간 정도 밖에 안 난 거야."
"참 나. 원....,"
아쓰야는 뒤쪽 문을 빤히 보며 말했다.
"대체 무슨 장치를 해둔 거냐. 이 집?"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아쓰야 너도 굳이 떠날 필요 없잖아?
이 집에 있어도 아침은 오니까 말이야."
"그래, 우리 다 함께 있는 게 좋아."
고헤이도 옆에서 거들었다.
"근데 너희는 저 괴상한 편지를 계속 주고받을 생각이잖아."
"그것도 괜찮잖아? 싫다면 아쓰야 너는 편지는 쓰지 않으면 돼.
아, 실은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쇼타의 말에 아쓰야는 미간을 찌푸렸다.
"뭘 물어볼 건데?"
"네가 나간 뒤에 우리 둘이서 세 번째 답장을 썼어.
그랬더니 또 편지가 왔어. 일단 한번 읽어봐"
아쓰야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둘 다 뭔가를 호소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럼 한번 일어나 보자"
그렇게 말하고 아쓰야는 의자에 앉았다.
"너희가 보낸 편지는 어떤 내용이었어?"
"여기 미리 연습한 게 잇어"
쇼타가 편지지 한 장을 내밀었다.
쇼타와 고헤이가 쓴 세 번째 답장은 아래와 같은 것이었다.
이번에는 쇼타가 썼는지 단정한 필체에 한자도 드문드문 섞여 있었다.
- '휴대폰' 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일단 잊어버리시기 바랍니다.
지금의 당신과는 관계없는 말이었습니다.
우선 당신과 남자 친구에 대해 조금 더 알려주십시오.
특기는 무엇입니까?
두 사람이 똑같이 즐기는 취미가 있습니까?
최근에 둘이서 여행을 하셨습니까?
영화는 보셨습니까?
음악을 좋아한다면, 최근의 히트곡 중에서 어떤 노래가 마음에 들었습니까?
그런 것들을 알려주시면 나로서도 상담해 드리기가 수월합니다.
그럼, 잘 부탁합니다.
(이번 글씨는 다른 사람의 글씨지만 이 점은 그리 신경 쓰시지 않아도 됩니다)
나미야 잡화점.
"이게 뭐냐?
왜 이런 걸 물어봤어?"
아쓰야가 편지지를 팔랑팔랑 흔들며 말했다.
그러면서 아랫입술을 툭 내밀고 손끝으로 볼을 긁적였다.
"그래서 달 토끼에게서 이번에는 어떤 편지가 왔는데?"
"네가 직접 읽어봐"
- 세 번째로 해주신 답장, 감사드립니다.
그 뒤로도 휴대폰에 대해 조사해 보고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했지만
역시 아무도 알지 못했어요.
몹시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저와는 관계없는 말이라면 지금은 생각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언제든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렇군요.
저희가 어떤 사람들인지 조금쯤은 말씀드리는 게 좋겠어요.
첫 편지에서 말씀드렸던 대로 저는 운동선수로 활동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그 사람도 같은 종목의 운동을 했고 그런 인연으로 서로 알게 되었죠.
하지만 그것 말고는 저도 그 사람도 아주 평범한 편이에요.
똑같은 취미라고 하면 영화 감상 정도일까요?
올해 관람한 영화는 <슈퍼맨> 그리고 <로키 2>가 있네요.
<에일리언>도 봤죠.
그 사람은 재미있다고 하던데 저는 그런 영화는 별로였어요.
음악도 꽤 듣는 편이에요.
요즘에는 고다이고(1970년 후반~1980년 초반을 풍미한 인조 밴드)
서던 올스타즈(1978년 데뷔한 밴드)의 노래가 좋아요.
<사랑스러운 엘리>는 명곡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까 그 사람의 건강하던 시절이 생각나 흐뭇합니다.
저에게는 이 답장들이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가능하시다면 내일도 답장 부탁드립니다.
달 토끼 드림.
"어떻게 이럴 수가....,"
편지를 다 읽고 아쓰야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에일리언>에 <사랑스런 엘리>라니,
이걸로 대충 어떤 시대인지는 알겠네. \아마 우리 부모 세대일 거야"
"맞아, 달 토끼 씨가 출전하려는 대회는 1980년 올림픽 이라는 얘기야"
"그렇겠지. 근데 그게 왜?"
그러자 쇼타가 마음속까지 꿰뚫어보려는 듯 아쓰야의 눈을 지그시 들어다보았다.
"너, 왜 그러냐?" 아쓰야가 물었다.
"설마 너, 모르는 거 아니지?
고헤이는 원래 그런 녀석이니까 진즉 포기했지만 아쓰야 너까지....,"
"글쎄, 뭐가?"
쇼타가 호홉 숨을 들이쉰 뒤에야 입을 열었다.
"1980년 개최된 모스크바 올림픽은 일본이 출전을 보이콧했던 대회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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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쓰야도 그런 일이 있다는 건 알았다.
다만 그게 1980년 이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뿐이다.
※ 이 글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히가시노 게이고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역자 - 양윤옥
현대문학 - 2012. 12. 19.
[t-16.03.19. 20.03 - 03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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