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책방(소설/황경신-초콜릿 우체국2 초콜릿 우체국 - 소나기 · 「황경신 - 초콜릿 우체국」 소나기 그 날은,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었어. 원래 계획대로라면, 난 아침 열시에 서울을 떠나 강원도로 가고 있어야 했거든. 하지만 같이 가기로 약속했던 친구가 일방적으로 약속을 취소해버렸어. 그것도 그날 새벽 세 시에 말야. 그 친구 다 좋은 데, 변덛이 좀 심하다는 게 흠이야. 그런 친구랑 여행 계획을 새우다니. 그러게 말야. 그래서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었어. 새벽 세 시에 친구에게 문자 메시지를 받고서는 멍하니 앉아 있다가 네 시쯤에야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 보니까 오후가 됐지 뭐야. 어짜피 할 일도 없었지만, 배는 고픈데 꼼짝도 하기 싫어서 자장면이나 시켜먹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 그런데 거의 매일 문 앞에 붙어 있던 중국집 전단지가 그날따라 하나도 안 보였.. 2007. 4. 25. 황경신 - 초콜릿 우체국/런치 박스세트 · 「황경신 - 초콜릿 우체국」 그는 그녀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와 헤어지고 싶어 했다. 그것이 두 사람 사이의 유일한 문제였다. 다른 문제는 아무것도 없었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두 사람은 한 달 전, 따뜻한 햇살이 켜켜이 쌓여가기 시작하던 봄날의 초입에 만났다. 하늘은 푸르고 들판은 온통 연두빛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 그는 감지했다. 그에게 부족한 것이 그녀에게 있었고, 그녀가 필요로 하는 것이 그에게 있었다는 것을, 두 사람은 파릇파릇한 봄의 강가에서 서로를 발견했다. "혹시 서울로 가는 막차가 몇 시에 끊기는지 아세요?" 먼저 말을 건 것은 그녀였다. 그는 서울로 가는 막차의 출발시간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 또한 그 차를 타야 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막차를 타기.. 2007. 4. 2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