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 자존심의 파워」
한국인의 자존심 - 한과 자존심
미국 사람은 미국적인 것을 자랑한다. 영국 사람은 영국적인 것에 긍지를 갖는다.
프랑스 사람도 그렇고 중국 사람도 그렇다.
물론 유태인도 유태적인 것에 긍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역사가 긴 민족이나 강대한 나라들은 스스로의 고유한 것에 긍지를 갖고 있다.
그런데 한국민은 한국적인 것에 긍지를 갖고 있지 않다.
옛날에도 그러했고 오늘 날도 예의 없이 그렇다.
학교교육에서도 한국적인 것이 좋다고는 별반 가르치고 있지 않다.
긍지나 자랑은 커녕 한국적인 것은 빨리 없애버릴수록 좋다는 그런 열등감을 갖는데 예외가 없다
- 이규태<한국인의 버릇>
얼마 전 특파원으로 한국에 수년간 근무하고 본국으로 떠나는 미국 기자에게
한국인에 대한 느낌을 물어 보았다.
'한 마디로 한이 많은 민족'이라는 것이 그의 답변이었다.
영어로 번역하려 해도 정확하게 그 뉘앙스를 전달하기 어려운 단어인 한을
한국말도 제대로 모르는 미국 사람이 우리를 묘사하는 데 썼다는 것은 별로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그동안 많은 외국인들은 (이른바 한국통이라든지 한국문학 전문가라든지 하는 사람들)
우리 민족을 분류하기 위해 한이라는 말을 즐겨 써왔고
우리 자신들도 한을 중요한 민족 정서로 인정해 왔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외침과 6. 25 동란을 겪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집단적 한을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들로 얘기하는 것을 정당화시켜
'세상에 우리 민족처럼 한이 많은 민족이 어디 있는가'라는 말을 수없이 하고 들으며 살아왔다.
꼭 이런 거창한 역사적 현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주위에서 한에 맺힌 어른들의 탄식을 들으면서 자라야 했다.
"내가 교육을 제대로 못 받은 것이 한이 되어서...."
"내가 돈이 없는 게 한이 돼서...."
"내가 평생 네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도 못 하고 산 것을 생각하면...."
이런 한 맺힌 우리 부모님들의 눈물겨운 고백은 우리에게 유행가 가사처럼 익숙한 구절들이요,
집단 속의 개인을 자포자기적 운명주의자 또는 냉소 주의자로 만들거나
한을 풀기 위한 행위를 정당 시 하는 극단 주의자로 만드는데 한몫을 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한이란 것이 한국인 특유의 정서일까?
한을 '과거에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일어난 일에 대한 불만, 탄식, 서러움'으로 본다면
유독 한국인들만 한을 갖고 사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모든 한국인들이 다 한을 갖고 사는 것도 아닐진대
한을 한국인 집단의 감정으로서가 아니라 개인적인 문제로 보는 것이 바람직한 시각이리라.
문제는 한을 따라갈 만한 민족적 정서도 없었고
우리를 규정지을 만한 특별한 정체성 확립에 대한 노력도 없었다는 것이다.
외국 것들을 따라가기에 급급하다가 요즈음은 우리 것을 찾자고 무던히 노력은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것이 현대를 사는 바람직한 한국인의 모습이라고 제시할 만한 것도 없고,
특별히 한국인의 정서에 관한 한 다른 민족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정서를 발견하지도 못했다.
그 결과 일본인들은 예의 바르고 깔끔하다.
중국인들은 동화를 잘 하고 서로 잘 뭉친다.
인도인들은 수학에 뛰어나가나 철학적이다.
심지어 태국인들도 이국적이고 선한 사람들이라는 이미지를 세계에 심었지만
우리는 6. 25와 올림픽을 치른 국민이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특색 없이 일본인과 중국인 중간 정도의 동양인으로서 인식되게 되었다.
이처럼 우리가 공통적인 정서를 찾지 못하고 민족의 차별화에 무심한 동안
많은 이들은 과거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한에서 벗어나려는 노력보다는 오히려 한을 붙들며
한을 벗 삼아 긍정적인 변화를 포기하고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 것에 대한 변명으로 살아왔다.
한이 많은 민족이라 하늘이 내린 운명의 한계를 스스로 벗어날 수 없다고 자위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한을 극복하려는 노력 없이는 개인의 행복도 국가의 번영도 기대할 수 없다.
스스로 한을 갖고 산다는 느낌은 현재의 삶에서 기쁨을 찾는 것을 어렵게 하고
한이 많은 민족이라는 자기 암시는
자성예언이 되어 울의 장래를 더욱 어둡게 만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과거를 모두 잊자거나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어두운 과거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반성의 계기를 주기보다는 자포자기하게 만들 수 있다는 위험을 알자는 것이다.
특별히 우리의 미래가 집단적 한과는 거리가 먼 세대일진대
구태여 어두운 감정인 한으로 우리를 가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과거를 아는 일은 중요하지만 과거의 정서를 그대로 답습할 필요는 없다.
대신 급변하는 세계 속에 새로운 한국인의 이미지를 심기 위해
한 사람 한 사람이 한을 버리고 자존심과 같은 바른 정서를 선택해야 한다.
사회의 부조리, 모순투성이 체제의 희생양이라며 현실을 한탄하는 대신
나의 행복과 더 나은 미래가 바로 내 손에 달려 있음을 믿고 네게 유익한 정서를 새롭게 선택할 때
2천 년대의 바람직한 한국인의 상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요,
더 나아가 한에서 해방된 자존심의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자존심의 파워>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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