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영일 - 푸름이 엄마의 육아 메시지」
처음 소리 내어 웃어 주던 아이의 맑은 목소리와 환한 미소,
세상을 향해 꼿꼿이 서서 한 발짝 한 발짝 힘겹게 내딛던 날.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엄마의 기억 안에 생생히 남아 있지요.
.... 푸름이가 여섯 살, 초록이가 세 살 때입니다.
어찌나 시끄럽고 정신없이 구는지 야단을 쳤습니다.
"애들아. 조용히 좀 해!" 그러나 아이들은 아무리 말을 해도 듣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신경이 예민해져 버럭 소리를 질렀지요.
"너희들 벽에 붙어 손 들고 있어!" 초록이는 별 받는다는 것도 모르고 여기저기 돌아다닙니다.
푸름이가 엄마에게 감정 섞인 목소리로
"초록아.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산단다. 빨리 이리 와서 손 들고 있어!" 합니다.
푸름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입니다.
매일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기만 하고 영어 숙제는 미루기에 불려다가 앉혔습니다.
정신 없이 실컷 혼냈는 데도 화가 풀리지 않았지요.
"푸름이 너 영어책 가지고 와서 한번 읽어 봐!" 푸름이는 영어책을 줄줄 읽어 댑니다.
물론 내용도 다 이해하고 있었고요.
"아니 숙제를 했으면 했다고 하지. 왜 바보처럼 혼나고 있어?"
푸름이가 정중한 표정으로 침착하게 이야기합니다.
"이성을 잃고 혼을 내는 엄마에게 무슨 말을 하겠어요."
'내 머리 위에서 날 바라보는 아이. 엄마의 기준에 아이를 맞추려 하지 말자!'
아이를 혼내고 나서야 비로서 아이를 다스리는 능력이 부족했음을 절실히 느낍니다.
... 엄마가 아이라는 사실을 종종 잊어버리고, 어른처럼 완벽하게 행동하길 바랐기 때문이지요.
아이를 키우면서 분명한 육아 철학이 없으면,
이 사람 저 사람 하는 말에 매번 흔들리게 되고 마음만 조급해집니다.
...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든 것은 강압과 방임 사이에 미묘하게 존재하는
'배려 깊은 사랑'이란 균형을 실천하는 일이었습니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습니다.
다만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
... '배려 깊은 사랑'은 아이의 발달 과정을 이해하고,
아이의 눈빛을 보면서 아이의 속마음을 읽고 공감해 주는 것입니다.
아이 스스로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내부의 힘을 길러 주며,
남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랑의 씨앗을 아이에게 선물하는 것이지요.
아이를 키우는 것은,
나만 알고 나 중심으로 살았던 엄마가,
아이와 함께 성장하면서 진정으로 배려 깊은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아 가는 과정입니다. (p.52)
※ 이 글은 <푸름이 엄마의 육아 메시지>에 실린 일부를 필사한 것임.
신영일 - 푸름이 엄마의 육아 메시지
푸른육아 - 2007. 0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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