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춘 - 의식 있는 여성이 행복을 만든다」
제 3장 사랑은 아름답다
13.
숭고한 사랑 이야기
자기가 죽을 줄 알고도 피를 준 누이동생
어느 가정에 부부가 일곱 살이 된 아들과 다섯 살이 된 딸과 함께 다복하게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아버지가 남매를 데리고 등산을 가던 중 교통사고가 났다.
아들이 심하게 다쳐 중태에 빠졌다.
병원의 응급실에서 아들을 수술하게 되었는데 피가 모자랐다.
혈액형을 조사해 보니 아들과 같은 피는 딸밖에 없었다.
그래서 급한 아버지는 어린 딸에게 조용히 말했다.
"지금 네 오빠가 피가 부족해서 죽게 생겼으니, 네 피를 좀 주겠느냐?"
어린 딸은 가만히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피로 아들은 수술을 했고, 의사가 성공했다고 하면서 나왔다.
아버지는 기뻐서 침대에 누워있는 딸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네가 피를 주어서, 오빠가 살아나게 되었다."
그러자 어린 딸이 물었다.
"아빠, 저도 기뻐요. 그런데 나는 언제 죽나요?"
딸의 말에 아버지가 깜짝 놀라서 말했다.
"네가 왜 죽냐?"
"그럼, 피를 뽑아도 죽지 않나요?"
그때 아버지는 숙연해 가지고 물었다.
"그래, 너는 네가 죽을 줄 알면서 오빠에게 피를 주었느냐?"
그러자 딸이 대답을 했다.
"네, 저는 오빠를 사랑하거든요."
이 얼마나 갸륵한 마음이며, 희생적인 형제애인가?
사랑의 힘은 이토록 아름답고 깨끗하고 숭고한데 그 가치가 있는 법이다.
도마뱀에게도 사랑이 있었던가?
동경 올림픽 준비가 한창이던 1960년대 초, 일본에서 있었던 실화이다.
올림픽 경기장을 새로 만들기 위해서 지은 지 3년밖에 안된 집을 헐게 되었다.
그런데 인부들이 지붕을 걷어내는 도중에 꼬리 부분에 못이 박혀 꼼짝도 하지 못하는 도마뱀 한 마리를 발견했다.
눈만 깜박깜박 하면서 눈치를 살피고 있는 도마뱀,
인부들은 너무도 기이한 일이라고 생각이 되어, 집주인에게 언제 못질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3년 전 집을 지을 때밖에 못을 친 일이 없다는 주인의 말에,
사람들은 잠시 일손을 멈추고 멀리 떨어져 도마뱀을 주의 깊게 관찰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또 다른 도마뱀 한 마리가 살금살금 사람의 눈을 피해 다가오더니,
꼼짝도 못하고 못에 박혀 있는 불쌍한 도마뱀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것이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장면인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3년이란 세월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뙤약볕이 내리쬐나,
하루에도 몇 번씩 먹이를 물어다 먹였을 도마뱀이라고 생각하니 갸륵한 생각이 든다.
미물의 파충류에 지나지 않은 도마뱀, 하찮게 보았던 도마뱀에게도 신의와 사랑이 있었던가?
눈물겨운 도마뱀의 헌신적인 사랑 이야기, 우리는 여기에서 무엇인가를 느끼게 된다.
그들 사이가 부부일 수도 있고, 형제일 수도 있다.
친구 또는 부모와 자식 사이일 수도 있고, 그저 평범하게 아는 사이일 수도 있다.
부부 사이라면 얼마나 애절한 사랑인가?
형제 사이라면 얼마나 두터운 우애인가?
부모와 자식 사이라면 얼마나 절실한가?
그리고 친구 사이라면 얼마나 믿음직스러운 우정일까?
남남으로 그저 아는 사이라면 얼마나 고마운가?
새로운 각오로 사랑을 시작하자.
자기 자신만 호사하고 대접을 받으면 그만이지
상대를 위한 사랑은 바보스러운 짓이라고 비웃음이나 사는 현실이다.
사람들은 이제 아름다운 사랑이란 영화나 소설책에서나 볼 수 있다고들 한다.
친구를 배신하고, 이웃을 고발하고, 자식이 부모를 속이고, 부모가 자식을 범하고,
남편이 아내를 아내가 남편을 불신하고, 무시하고, 폭행하고, 그러다가 서로 이혼하고
자식을 서로 맡지 않겠다고 내동이쳐 세상에 홀려 버려진 채 살아가야 되는
소년 소녀 가장이 생기고... 실로 서글픈 세상이 되어 간다.
애정이든 우정이든 '정 情'이란 고귀한 것이다.
정 때문에 억울함도 고통스러움도 슬픔도 참아내며 견디어야 할 때가 얼마나 많은가?
그런 값지고 고귀한 정이 왜 점점 메말라 가고 있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자기가 죽을 줄 알면서도 사랑하는 오빠를 살리기 위해 피를 주고,
언제 죽을 것인가를 기다리던 어린 여동생의 형제애는 말할 것도 없이 숭고한 사랑이다.
또 지붕 꼭대기에서 헤어날 수 없는 운명 속에 죽어가야만 했던 도마뱀은
유별난 친구 도마뱀의 정 때문에 3년을 살아왔다.
경기장을 세우기 위해 그 집을 헐지 않았더라면
한 마리의 도마뱀은 평생 도움을 받으며 먹이를 조달 받고 살았을 것이고,
또 다른 도마뱀은 평생을 벌어다 먹이며 헌신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그러나 하느님도 무심하지 않았던지 이 아름다운 도마뱀의 갸륵한 사랑에 감동이 되셨던 모양이다.
도마뱀은 치료를 받아 정상적으로 살아 갈 수 있게 되었고,
그들의 사연은 사람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아름다운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있다.
누구든, 지금부터 새로운 각오로 사랑을 시작하자.
어떠한 어려움과 난처한 일이
사랑의 길을 방해하더라도 꿋꿋이 견디고 헤쳐나가는 인내를 배워야겠다.
우리들도 아름다운 사랑의 신화를 만들어 살아가도록 노력하자.
많은 사람들이 배울 수 있는 사랑의 이야기를 남길 수 있도록.
누가 진정한 효자이고, 누가 불효자일까?
어느 마을에 이름난 아들 두 명이 있었다.
한 명은 굉장한 부자였고, 한 명은 몹시 가난했다.
부자는 어머니에게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해 드렸다.
패물에서 옷가지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화려하고 멋지고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 할 정도로 호강을 시켜드렸다.
동네 어른들을 모셔다가 잔치도 베풀고 효도여행도 자주 보내드리니,
사람들은 모두 이 어머니를 부러워하며 세상에 없는 효자 났다고 이구동성으로 칭찬을 해댔다.
그러나 그 부자의 어머니는 조금도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있는 돈을 가지고 베풀어주는 아들이 당연하게만 느껴졌을 뿐이었다.
가난한 아들은 돈도 없고 생활이 궁핍하여 노동을 해서 살림을 꾸러나가고 있었다.
그는 하루의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툇마루에 걸터앉아 큰 소리로 어머니를 불러댔다.
"어머니, 어머니! 저 왔어요.
어머니, 제 발 좀 닦아주세요. 냄새가 풀풀 나서 견딜 수가 없어요."
아들의 목소리를 들은 어머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야에 물을 담아들고 나온다.
"그래 간다. 조금만 기다려라. 힘들었지? 쯔쯔...."
늙은 어머니는 툇마루 아래 쭈그리고 앉아 아들의 발을 대야에 담아 뽀독뽀독 씻기 시작한다.
동네 사람들은 가난한 노동자 아들을 '세상에 둘도 없는 불효자'라고 비난을 했다.
"아들이 어머니의 발을 닦아들여도 시원치 않을 텐데.
멀쩡한 놈이 늙으신 어머니에게 발을 씻게 해? 돼 먹지 못한 녀석!"
이런 식으로 욕을 하곤 했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항상 만족해 했고, 얼굴은 항상 흐뭇하고 푸근함이 배어 있었다.
그 어머니는 아들의 발을 씻어 주면서 아들이 어렸을 때 목욕을 씻기던 회상에 잠기곤 했다.
"손가락 두 게 반밖에 안되던 그 작은 발이 이젠 이렇게 장정의 발이 되었구나...."
아들의 장성을 대견스럽게 생각하는 어머니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후드득 떨어져 아들의 발등을 적시곤 했다.
과연 누가 진정한 효자이며, 누가 불효자란 말인가?
편안하게 해주는 것 그 이상의 사랑은 없다.
세상 사람들의 눈에 효자의 구분이 잘 안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머니에게는 누가 진정한 효자인지를 가려내는 혜안이 있는 법이다.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는 법이 사람에 따라서 다 다르겠지만,
요즘같이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돈이 사람을 순간적으로 즐겁고 기쁘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가 없지만,
가슴 속 깊은 내면의 풍성한 만족과 흐뭇함에는 미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가지면 가질수록 공허한 것이 물질이 아닌가?
요즈음 세상은 효도도 사랑도 돈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나이 먹은 장성한 아들의 발을 마음 놓고 만져 볼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어머니에게 돈은 드릴 수 있어도 발을 씻어 달라고 내놓는 아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어머니의 발을 씻어 드리는 것만 효도가 아니고,
어머니에게 발을 씻어 달라고 떼를 쓰는 것도 효도인 것을 우리는 잘 모르고 있다.
부부간의 사랑도 가슴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손만 잡고 있어도 이심전심으로 느껴지는 사랑이 참 사랑이다.
결혼 기념일에 한 아름 안고 들어오는 선물의 화폐가치가 사랑의 정도를 측정해 줄 수는 없다.
사랑이란 서로를 편하게 해주면 그만이지 그 이상이 없는 것이다.
여행을 같이 가주는 것이 사랑이 아니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대접하는 것만이 사랑은 아니다.
비싼 선물이나 풍요로운 생활이 사랑의 실천이고 행복의 표현은 아니다.
사랑은 물질이 아니고,
서로 존중하고,
겸허하며,
용서하고,
책임을 지며, 베푸는 것이다.
결국 사랑은 자기와의 약속인 것이다.
사랑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려는 의지가 흐트러지면
사랑은 무순처럼 자라나는 욕심에 짓눌려 일그러지고 만다.
누가 뭐라든 사랑은 세인들의 입담에 놀아나거나 퇴색 되어서는 안 된다.
사랑하고 사랑을 받는 마음은 주관적인 것이고,
그것이 순수할 때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당신은 사랑하는 마음을 얼마나 갖고 있으며,
또 그 사랑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가?
사랑은 숭고한 것이며 표현하는데 더욱 의의가 있다.
※ 이 글은 <의식 있는 여성이 행복을 만든다>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24.02.28. 20240217-17445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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