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 삽화 집 - 익숙한 그 집 앞」
프롤로그
내 손으로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서 만든 그림책 하나를 갖는 것.
그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품어 온 '꿈' 같은 것이었다.
그 꿈 때문이었을까.
마땅히 살 책이 없으면서도 많은 시간 서점 안을 서성거려야 했고
인사동을 지나면서 괜한 설렘으로 스케치북을 샀던 것도 꽤 여러 번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늦은 밤 시간에 전화를 걸 때가 없거나
긴 시간 동안 사랑을 해 보지 못한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작업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문득 그림 그릴 책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부리나케 책상을 들어놓았다.
책상 위 한켠에 차곡차곡 쌓여 가는 글과 그림을 본다는 건 이제껏 내가 맛볼 수 없었던 기쁨이었다.
그렇게 새벽을 맞아 찬물로 세수하고 나면
가슴 한가운데로 밀려오는 행복을 만나곤 했다.
부끄러움이 먼저 고개를 들기도 하지만
낙서처럼 끼적거린 글과 그림들, 그것들을 묶어 세상에 내놓는다.
그러므로 나는 두 가지 소원을 이룬 셈이다.
내가 만든 그림책을 갖는 것, 그리고 연주 음반을 내는 것.
이제 아주 어려서부터 꾸어 온 꿈을 실현하게 됐으니
앞으로 십여 년 동안은 그다지 해 보고 싶은 일도 없을 것 같다.
에필로그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이보다 더 재미있는 일은 없을 거란 생각을 하는 동안 봄이란 계절은 송두리째 흘러갔다.
하지만 작업을 하면서 나의 '실없음'과 '한계'가 여지없이 드러나는 것도 같아
모처럼 자신을 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웬만해서는 진지해지지 않는 내가 이번 작업 기간에 평생 진지해질 것들을 다 해 본 것도 같다.
어떤 식이 되었든 이렇게 벗어 보일 수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좋은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그리고 더 편한 사람이 되는 것.
그렇게 변화된 내가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이
이 책의 의미를 좀더 값지게 해 주지 않을까 싶다.
유희열 삽화 집 - 익숙한 그 집 앞
중앙 M&B - 1999. 07. 10.
[t-07.10.28. 20211013-1619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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