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일용. 윤정선 - 「아빠, 음악이 뭐예요?」
아빠: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은 작곡가만이 아니야. 연주도 제2의 창조라고 할 수 있단다.
그래서 연주자를 '재현 예술가'라고 부르지.
작곡가 슈만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 "피아노는 손가락으로만 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쳐야 한다."
그만큼 연주자는 음악을 만든 작곡가의 사상을 이해하고 공감을 해야지
그 음악을 표현하는데 부족함 없다는 말일 거야.
지아: 어떻게 이해하고 공감해야 할까요?
아빠: 예를 들어 셰익스피어의 연극 햄릿에서 주인공인 햄릿 역을 연기하는 배우는
한번쯤 자신이 햄릿이 되어보는 게 중요하지
햄릿의 고뇌를 연기로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햄릿을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거든,
깊이 이해하려고 할수록 알게 되니까.
지아: 그럼 연주자도 음악을 잘 연주하기 위해서는 음악을 만든 작곡가의 삶을 이해해야겠내요?
아빠: 물론이지. 연주자는 자신이 연주할 음악을 만든 작곡가에 관한 책을 읽으며 음악세계를 이해하거나,
화성악, 대위법 등에 근거해서 악보를 연구한단다.
어떻게 연주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을 하지.
지아: 와!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서 참 많은 노력을 하는군요.
아빠: 그럼, 폴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노 연주자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은
지독한 연습으로 유명했는데 다음과 같은 아주 유명한 말을 남겼단다.
"피아노를 하루 연습하지 않으면 자신이 알고,
이틀을 하지 않으면 친구가 알고,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관객이 안다?" 그만큼 하루도 빼놓지 않고 열심히 연습을 했다는 말이 아닐까?
루빈스타인은 쇼팽 연주의 대가로 유명한데 이미 네 살 때 연주회를 열 정도로 천재성도 인정받은 연주자였어.
그런데도 자만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을 했지.
그런 숨은 노력이 있기 때문에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을 거야.
지아: 루빈스타인은 대단한 노력파였군요.
아빠: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연주자들의 피나는 노력은 가히 상상을 불허하지.
또, 어떤 연주자들은 자신이 연주할 음악가의 생가를 방문하기도 한단다.
음악가의 삶을 보다 더 가깝게 느끼기 위해서지.
영국의 첼로 연주자 재클린 뒤프레는 20세기 천재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의 부인이자 연주자였는데
음악가 엘가의 첼로 협주곡을 가장 잘 연주했다고 해,
사람들은 재클린 뒤프레와 엘가가 같은 영국 사람이어서 그런 것이라고 추측을 하기도 한단다.
물보다 진한 피의 힘이라고나 할까? 체르니도 그런 연주자 중 한 명이었지.
피아노 처음 배울 때 체르니부터 배웠던 것 기억하니?
지아: 네! 그럼요.
아빠: 바로 그 체르니가 베토벤의 수제자였단다.
그런데 당시 체르니는 연주자였기 때문에 베토벤보다 더 알려졌었어.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황제]를 처음 연주한 사람도 체르니였는데,
베토벤을 가까이서 보니까 그의 음악을 자신이 가장 잘 연주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
지아: 체르니는 베토벤을 가까이에서 공감하고 이해했던 거네요.
아빠: 그렇지. 그래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을 베토벤이 직접 지휘하는 가운데 처음 연주하기도 했지.
그런데 체르니는 연주를 하던 도중 무대에서 내려오고 말았단다.
안타깝게도 무대공포증이 있었거든. 무대공포증은 무대에 서면 덜덜 떠는 증상을 말해.
지아: 어휴,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했네요.
얼마나 창피했을까요?
아빠: 그래서 그 다음부터 체르니는 연주보다는 음악 교육자로서 살아갔단다.
체르니 30번, 40번, 100번 등 너희들이 피아노 배울 때 보는 책(교칙본)을 만들어낸 거지.
아마도 자신이 연주자보다는 음악 교육자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을 거야.
그가 만든 책(교칙본)만 해도 스무 권이나 된단다.
지아: 하지만 체르니와 달리 성공한 연주자들도 많잖아요?
아빠: 그럼. 대표적으로 파가니니가 있지.
파가니니는 '비르투오소'로 유명했는데,
연주회 때마다 청중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 활시위를 더 크게 하고 튀는 행동을 했단다.
청중과 함께 호홉하며, 그만큼 연주를 아주 멋있게 했다는 말이지.
그래서 그런 파가니니를 본받으려는 연주자들이 많았단다.
파가니니는 연주회에 늘 아들을 데리고 다니는 걸로도 유명했는데,
엄마 없이 혼자 아들을 키워서 아들을 늘 공연장에 데리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고 해.
그만큼 아들을 사랑했던 것이지.
하지만 파가니니는 무대 밖에서는 자린고비 구두쇠로 유명했다고 해.
늘 빨간색 지갑을 갖고 다녔는데 그 이유는 귀신이 빨간색을 무서워한다는 속설 때문이었지.
지갑 속의 돈이 허투루 빠져 나가지 않도록 평생을 지독히 절약하며 살았던 거야.
파가니니가 얼마나 구두쇠였냐면 나중에 죽였을 때 교회에서 그의 무덤을 허가해주지 않았을 정도였단다.
생전에 교회에 헌금도 많이 안 했거든,
옛날엔 교회에서 무덤을 지정해주었는데 헌금도 잘 하지 않은 파가니니가 예쁘게 보일 리 없었겠지.
지아: 무대에서는 멋진 파가니니가 무대만 내려오면 구두쇠가 된 거네요? 하하 (p110)
※ 이 글은 <아빠, 음악이 뭐예요?>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양일용. 윤정선 - 아빠, 음악이 뭐예요?
예문당 - 2015. 0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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