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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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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단편선 2 - 세 가지 물음

by 탄천사랑 2007. 7. 11.

· 「L.N. 톨스토이 - 톨스토이 단편선 2」



세 가지 물음
언젠가 황제는 한 번 이런 것을 생각했다....,
만일 자기가 언제나 모든 일을 언제 시작하여야 할 것인가 하는 때를 안다면,
또 어떤 사람들과 일을 하여야 하고 어떤 사람들과는 일을 하여서는 안 되는지를 안다면,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언제나 모든 일 가운데서 어떤 일이 가장 중요한지를 안다면, 
무슨 일에 있어서나 실패하지 않을 것이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황제는 자기의 나라에 모든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언제가 가장 좋을 때인가, 
어떤 사람들이 가장 필요한가, 
어떻게 해야 그러한 일을 그르치지 않는가, 
모든 일 가운데서 어떤 일이 가장 중요한가 하는 것을 알 수 있는 법을 가르쳐 주는 자에게는 
크게 포상 하겠노라고 방을 붙였다.

그러자 학자들이 황제에게로 찾아와 그의 물음에 대하여 갖가지로 대답했다.

첫 번째 물음에 대하여 어떤 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일을 하는데 있어서 언제가 가장 좋은 때인지를 알려면 
미리 연월일의 예정 표를 만들어 예정된 일을 엄격히 실행하여야 한다. 
그때에만 모든 일은 제때에 행해질 것이다. 하고 말했다. 

다른 자들은 말했다....,
어떤 일을 언제 하여야 할 것인지를 미리 결정해서는 안 된다. 
쓸데없는 놀이에 끌리지 말고 언제나 세상 돌아가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며, 
제때제때 요구되는 일을 해야 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말했다....,
아무리 황제가 세상 돌아가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더라도 
언제 무슨 일을 하여야 할 것인지를 한 인간으로서는 언제나 올바르게 결정할 수 없으므로 
현명한 사람들의 조언을 얻고 
그 조언에 좇아 언제 무슨 일을 할 것인지를 결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자들은 말했다....,
세상일이란 언제 조언자에게 조언을 얻고 말고 할 겨를이 없는 것이 흔히 있기 마련이므로 
일을 언제 시작하여야 할 것인가 하는 때는 그 당장 결정하여야 한다. 
그래서 그것을 알려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미리 알아야 한다. 
그런데 그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점쟁이 이다. 
그러므로 모든 일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좋은 때를 알려면 점쟁이에게 그것을 물어야 한다.

두 번째의 물음에 대한 대답은 마찬가지로 각양각색이었다. 
어떤 자들은 말했다....,
황제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은 보필하는 사람, 
즉 정치가라고 말하고 다른 어떤 자들은 황제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은 신관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또 다른 어떤 자들은 황제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은 의사라고 말하고, 
그리고 또 다른 어떤 자들은 그 누구보다도 가장 필요한 사람은 군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떤 일이 가장 중요하냐는 세 번째 물음에 대해서도 
어떤 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학문이라고 말하고, 
다른 자들은 예술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또 다른 자들은 정신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답은 모두 각양각색이었다. 
그래서 황제는 어떤 대답에도 동의하지 않았으며 어느 누구에게도 포상하지 않았다.
자기의 물음에 대한 정확한 대답을 얻을 양으로 
현인으로 평판이 높은 은사 隱士에게 그것을 묻기로 마음먹었다.

은사는 숲속에서 살고 있었다. 
아무 데도 나가지 않고 수수한 사람들만 만나고 있었다. 
그래서 황제는 수수한 옷을 입고 자기의 경호인들과 함께 은사의 암자까지 가지 않고 
말에서 내려 혼자 그에게로 갔다.

황제가 그에게로 다가갔을 때 은사는 자기의 오두막 앞에서 이랑을 파고 있었다. 
황제를 보자 살짝 인사를 하고는 또 다시 흙을 파기 시작했다. 
은사는 삐쩍 마른 몰골로 
삽을 땅에 막 박아 조그만 흙덩어리를 뒤집으면서 힘겹게 숨을 쉬고 있었다.

황제는 그에게로 다가가 말했다. 

“현명하신 은사님, 
  나는 당신에게 세 가지 물음에 대한 대답을 얻으려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나중에 가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어떤 때를 잊지 않아야 하며, 놓치지 말아야 합니까? 
   어떤 사람들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며 
   따라서 어떤 사람들과 함께 더 많이 일을 하고 어떤 사람과 함께 덜 일을 해야 합니까? 
   그리고 어떤 일이 가장 중요한 것이며, 
   그래서 모든 일 가운데서 어떤 일을 다른 일보다 먼저 하여야 합니까?”

은사는 황제가 말하는 것을 가만히 듣고 있었으나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손바닥에 침을 뱉고는 또 다시 흙을 파기 시작했다.

“당신은 지친것 같습니다” 황제는 말했다. 
“삽을 이리 주십시오, 내가 대신 조금 하겠습니다” 
“고맙소” 하고 은사는 말하고 삽을 건네자 땅바닥에 앉았다. 

두 이랑을 파고 나자 황제는 일손을 멈추고 물음을 되풀이했다. 
은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일어나 삽 쪽으로 손을 뻗쳤다.

“이번에는 당신이 쉴 차례요, 내가 조금 하겠습니다.” 하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황제는 삽을 넘기지 않고 흙을 파기를 계속했다. 
한 시간, 또 한 시간이 지났다. 
해가 나무 뒤로 넘어가기 시작하여 이제는 삽을 땅에 꽂고 말했다.

“현명하신 은사님, 
  나는 내 물음에 대한 대답을 얻고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만일 대답할 수 없으시다면 그렇다고 말씀하세요. 
  나는 제집으로 떠나겠습니다. ”.
“저기 누군가가 이리로 뛰어 오는군” 은사는 말했다. 
“누군지 봅시다” 

황제는 뒤돌아보고는 숲속에서 한 털북숭이가 달려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 사람은 두 손으로 배를 움켜잡고 있었다. 
그 손 밑으로 피가 흐르고 있었다. 
황제에게로 달려오더니 털북숭이는 땅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두 눈을 치켜 뜬 채 꼼짝도 않고 다만 희미하게 신음할 뿐이었다.

황제는 은사와 함께 그 사람의 옷을 벗겼다. 
그의 배에 큰 상처가 있었다. 
황제는 될 수 있는 대로 조심스럽게 상처를 씻고 자기의 손수건과 은사의 수건으로 상처를 감았다. 
그러나 피는 좀처럼 멎지 않았다. 
황제는 몇 차례 따뜻한 피로 흠뻑 젖은 붕대를 풀어 다시 상처를 씻고는 붕대를 감았다. 

피가 멎자 부상자는 제정신을 차리고는 물을 청했다. 
황제는 신선한 물을 길어와 마시게 했다.

한편 해는 완전히 서늘해졌다. 
황제는 은사의 도움을 얻어 부상자를 암자로 날라 침상 위에 눕혔다. 
부상자는 침대 위에 누운 채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다. 

황제는 걷고 일하고 하여 지쳐서 문지방 위에서 담배를 한대 태우고 나자 그대로 깊은 잠에 빠졌다. 
그리하여 짧은 여름밤을 꼬박 자고 말았다. 
이튿날 아침 잠을 깼을 때 황제는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침대 위에 누워 번쩍이는 눈으로 자기를 찬찬히 쳐다보고 있는 
기이한 털북숭이가 누구인지 오랫동안 이해할 수 없었다.

“나를 용서하시오” 하고 털북숭이는 
황제가 잠을 깨어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약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당신을 모르오, 
  나는 아무것도 당신을 용서할 것이 없소” 황제는 말했다. 
“당신은 나를 모르지만 나는 당신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당신이 내 형을 처형하고 
  나에게서 재산을 빼앗고 하여 당신에게 복수하기로 맹세한 바로 당신의 적입니다. 
  나는 당신이 혼자서 은사에게 가신다는 것을 알고 
  당신이 돌아가실 때 당신을 죽이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꼬박 하루가 지나도 당신은 없었습니다. 
  당신이 어디에 계신지 알아볼 생각으로 매복 장소에 나온 바로 그때 
  당신의 경호원들과 부딪쳤습니다. 
  그들은 나를 알아보고 나에게 상처를 입혔던 것입니다. 
  
  나는 그들에게서 도망쳐 달아났습니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내 상처를 붕대로 감아 주지 않았다면 
  나는 피를 흘려 죽고 말았을 겁니다. 
  나는 당신을 죽이려고 했는데 당신은 내 목숨을 구해 주셨습니다. 
  이제 내가 만일 살아 남는다면, 
  그리고 당신이 그러기를 바라신다면 아주 충실한 종으로 당신을 섬기겠습니다.

  나 뿐만 아니라 내 자식놈들 한테도 그러하라고 이르겠습니다. 
  나를 용서하십시오."

황제는 그처럼 수월히 자기의 적과 화해가 이루어져 무척 기뻤고 
그를 용서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의 재산을 돌려주며, 
그 밤에도 그를 돌보도록 자기의 종들과 의사까지 그에게 보내겠노라고 약속했다.

부상자와 작별한 황제는 정면 계단으로 나가 은사를 찾느라고 둘러보았다. 
여기에서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황제는 그에게 자기의 물음에 대하여 대답을 청하고 싶었던 것이다. 
은사는 바깥에 있었으며 어제 파놓은 이랑에서 무릎으로 기면서 채소 씨앗을 심고 있었다.

황제는 그에게로 다가가서 말했다. 

“현명하신 은사님, 
  마지막으로 나에게 물음에 대하여 대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 대답은 이미 되어 있잖소” 

은사는 삐쩍 마른 장딴지로 쭈그리고 앉아 
자기 앞에 서 있는 황제를 위아래로 훑어 보면서 말했다.

“어떻게 대답이 되어 있다는 겁니까?” 황제는 말했다. 
“어떻게라고 했나요?” 은사는 반문했다. 
“만일 당신이 어제 내가 약한 것을 가엾게 여기지 않고 
  나 대신 이 이랑을 파지도 않고 혼자서 되돌아 가셨다면 저 젊은이가 당신을 덮쳤을 것이고, 
  그러면 당신은 나와 함께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을 뉘우쳤을 것이오, 

  그러니까 당신이 이랑을 팠을 때가 가장 좋은 때였고, 
  그리고 내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을 것이며 
  또한 나에게 선한 일을 한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던 것이오,

  그리고 이윽고 그 사람이 달려왔을 때 가장 좋은 때는 당신이 저 사람을 간병한 때였는데, 
  만일 당신이 그 사람의 상처를 붕대로 감아 주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당신과 화해하지 않고 죽었을 것이기 때문이오, 

  그러니까 가장 중요한 사람은 그 사람이었고 
  가장 중요한 일은 당신이 그 사람에게 해주었던 일이요,
  그런즉 가장 중요한 때는 오직 하나 '지금' 일 뿐이고, 
  왜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인고 하면 오직 하나 
  ‘지금’에 있어서만 우리들은 그것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기 때문이고 
  또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접촉하고 있는 사람인데 
  그것은 앞으로 그 어떤 다른 사람과 또 일을 갖게 될지 어떨지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그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것인데 
  그것은 오직 그것을 위해서만 인간은 이 세상에 보내졌다는 것을 마음에 새겨 두시오." 

- 1904년.


※ 이 글은 <톨스토이 단편선 2>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L.N. 톨스토이 - 톨스토이 단편선 2
역자 - 박형규
인디북 - 2003. 04. 23.

{t-07.07.11.  20210714-174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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