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학교법인 - April, 2022. 04. Vol 178」
김희열 마티아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장
여는글
“모든 사람이 듣기는 빨리 하되, 말하기는 더디 하고 분노하기도 더디 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환경 파괴, 계층 간의 갈등, 전쟁, 재난, 재앙, 범죄 등의 문제로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더욱이 코로나19라는 재앙은 의료인, 환자, 일반인 모두에게 갑작스러운 삶의 방식과 문화의 변화를 초래했습니다. 이웃, 가족과 함께 나누고 돕던 한국의 ‘정’은 사라졌고, 비대면 소통의 일반화와 아크릴판을 사이에 둔 만남, 마스크 속에 가려진 얼굴로 공감적 교감이 사라진 철저한 개인주의 사회에 직면해 있습니다. 14세기 유럽은 페스트로 인구가 급감하게 되면서 봉건제의 몰락, 경제의 현대화라는 새로운 르네상스 문명 시대를 열었고, 현대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비대면과 디지털 전환의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혼란의 시기에는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사람들에 의해 문화의 부흥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만의 강도가 커져만 가고 ‘누구의 탓’으로 돌리며 갈등과 이기심은 더 팽배해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현 사회는 반으로 나뉘어 편을 가르고 ‘걸러지지 않은 말’들을 쏟아 내며 그 말을 듣고 많은 이들이 상처받고, 분노하는 이유도 과도기에 보이는 혼란의 한 모습이란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에게 희생적 봉사’로 하느님의 사랑을 전파하기 위해 미아리에서 성가의원으로 시작하여 오늘에 이른 부천성모병원은 지난 65여 년간 교직원 모두 정성을 다하며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성과를 보여 왔습니다. 하지만, 의료계의 변화도 사회의 변화와 함께 큰 변혁의 시기에 와 있음을 절실하게 느끼고 체감하고 있습니다. 과거보다 많은 인력, 더 세분화되고 분담된 업무, 첨단 시스템의 지속적인 도입, 노동법의 변화, MZ 세대가 다수를 차지하는 인력 분포는 ‘연민을 가진 사람 중심, 관계 중심’이었던 의료계와 병원의 문화를 바꾸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첨단화된 IT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의 근본이념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성모병원의 교직원이 CMC 의료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함께 혼돈의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2022년 부천성모병원의 경영 비전을 ‘최상의 의료로 사람에게 봉사하고 신뢰받는 병원’으로 제정하였습니다. 또한 시대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준비하기 위한 근본으로 ‘사람’ 그리고 ‘의료’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우리 교직원 모두가 의료의 수혜자로 내원하는 고객 모두를 사람 중심으로 존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실천을 위한 첫발을 내딛기 위해 병원장인 ‘나’부터 서로에 대한, 우리에 대한 작은 관심 표현을 첫 목표로 삼고, 취임 첫날부터 ‘전 부서 라운딩’을 시작했습니다. 함께 일하는 교직원을 만나고, 얼굴을 익히고 이름 부르기 위해 명찰을 한 번 더 보고, 부서를 익히며 현재 힘들다 느끼는 고충과 이전보다 보완된 상황을 보고, 듣고, 점검하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치료와 관심으로 환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협진’ 시스템을 많은 분야로 확장하여 환자의 증상에 귀 기울이며, 더 많은 교수들을 자발적으로 참여시켜 함께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병원장의 작은 솔선수범이지만, 부천성모병원을 함께 지켜 왔던 중간 관리자들과 교직원들에게 작은 감동을 주고 동기를 부여하며, 이렇게 ‘사람’ 중심의 정성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부천성모병원 전 교직원에게 우리가 신뢰를 주는 최상의 의료를 제공하고 있다는 신념을 심어 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CMC 의료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함께 혼돈의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2022년 부천성모병원의 경영 비전을 ‘최상의 의료로 사람에게 봉사하고 신뢰받는 병원’으로 제정하였습니다. 또한 시대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준비하기 위한 근본으로 ‘사람’ 그리고 ‘의료’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우리 교직원 모두가 의료의 수혜자로 내원하는 고객 모두를 사람 중심으로 존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생각과 실천의 차이가 매 순간 존재함을 느끼게 됩니다. 최고의 자리에 있기 때문에, 혹은 세대가 맞지 않아, 또는 공감대가 떨어져, 생각이 달라서 대화의 단절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다 ‘단절’을 느꼈던 어느 순간, 어느 날 미사 중 읽었던 “모든 사람이 듣기는 빨리 하되, 말하기는 더디 하고 분노 하기도 더디 해야 합니다.”(야고보서 1, 19)라는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모두가 힘든 삶 속에서 버텨 내고 이겨 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사회입니다. 그래서 긴장하고 화가 난 이 냉정한 현대사회에서 내 말을 먼저 하는 것보다 먼저 많이 들어주고 해결하려 노력했던 병원장으로 기억되길 희망합니다. 또한, 부천성모병원의 밝은 미래를 위해 모든 교직원과 같이 한마음으로 손잡고 “듣기는 빨리 하되, 말하기는 더디 하고 분노하기도 더디 하기”를 부천성모인 모두가 다 함께 실천하며 앞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글 - 김희열 마티아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장
출처 - 가톨릭학교법인 - April, 2022. 04. Vol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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