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혼도 늦다, 이제는 대입이혼’
남편이 정년퇴직하기를 기다려 결혼생활 40~50년을 청산하는 ‘황혼이혼’이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자녀의 대학입학을 기다려 갈라서는 이른바 ‘대입이혼’이 늘고 있다. 기존 황혼이혼에 비하면 이혼 시기가 무려 20년 이상 앞당겨진 새로운 이혼유형이다.
대입이혼은 말 그대로 자녀들이 대학에 입학하면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는 것이다. 40대 중반이나 50대 초반의 이혼 부부들은 대부분 “공부하는 아이에게 혹시라도 나쁜 영향을 줄까봐 대학입학할 때까지만 꾹 참았다”는 소회를 밝히고 있다. 자녀가 미성년자인 경우에 발생하는 친권. 양육권 문제를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대입이혼을 부추기고 있다.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민경씨(47)는 최근 동창회 모임에 나갔다가 친구들 앞에서 ‘대입이혼’결심을 알리며 눈물을 펑펑 흘렸다. 결혼 초부터 남편 B씨(51)의 폭행과 폭언에 시달려왔으며 시댁에서도 무시를 당해왔던 이씨는 심각한 우울증때문에 정신과 치료까지 받으며 버텨왔다. 처음부터 잘못된 결혼이었지만 주변에도 이야기를 못하고 결혼생활을 끌어온 이유는 오로지 딸아이들 때문. 이씨는 둘째딸이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로 결혼생활의 마지노선을 잡았다. 이씨는 “둘째딸이 나도 이제 대학 가니까 괜찮다. 엄마도 이제 엄마인생 살라며 이혼을 권했다”고 말했다. 친구와 친정에도 숨긴채 20년간 이혼을 참아온 이씨는 “이제는 아이들도 다 자랐고 이혼을 선택해도 될 것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정인씨(21·여·가명)는 최근 법대에 다니는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다. 부모의 이혼 후 양육비. 생활비. 재산분할에 관하여 조금이라도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김씨는 결혼 초부터 할머니의 치매. 아버지의 끊임없는 외도로 일생을 불행하게 살아온 어머니를 이제 ‘해방’시키기로 결심했다. 그는 “남동생이 올해 대학에 입학하게 되서 어머니가 뒷바라지 할 나이는 지났다”면서 “이제는 더 이상 어머니가 힘든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이제 우리가 어머니를 도와 단란하게 살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변화는 이혼부부의 연령대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통계청이 200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5~19년 이상 동거한 부부의 이혼율이 2001년 이후 20%이상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연령별 이혼율에 따르면 남성은 40대 중·후반의 이혼율이 2002년 이후 남성전체 이혼율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 여성 또한 40대 초·중반의 이혼율이 2000년 이후 여성 전체 이혼율에서 꾸준히 20%를 넘어서며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는 전체 이혼율의 15%를 웃도는 수치이다.
그러나 설혹 자녀가 미성년자가 아니라해도 가족이 붕괴되는 이혼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나 여성계의 의견이다. 숙명여대 법학부 권재문 교수는 “자녀가 성인이 되면 양육비 지급을 청구할 수 없고. 재산분할 역시 부모의 합의나 재판을 통해 이뤄진다. 한번 결정을 내리면 번복할 수 없기 때문에 가족 모두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효실기자·송지영(숙명여대)명예기자 ga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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