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 한없이 슬프고 외로운 영혼에게」
옛 친구가 보낸 한 통의 편지, 결혼 청첩장이 나를 오래된 거리로 되돌아가게 한다.
나는 이틀간의 휴가를 얻어서 호텔방을 예약한다.
나는 거기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무엇인가 이상한 기분이다.
몸의 절반이 투명하게 변한 것 같은 느낌이다.
마치 내가 내 몸에서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된다.
12년 전에 나는 <거리>에 애인을 가지고 있었다.
대학이 방학을 하면 나는 슈트케이스에 짐을 넣고 신간센의 새벽 첫차를 탔다.
창가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고 풍경 같지도 않은 풍경을 바라보면서 햄 샌드위치를 먹고 맥주를 마셨다.
그런 아침 시각에 맥주를 마시는 것은 나에게는 하나의 의식과 같은 것이었다.
<거리>에 도착하는 것은 언제나 정오 전이다.
태양은 아직 중천에 뜨지 않았고 <거리> 구석구석에는 아직 아침의 술렁거림이 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나는 슈트케이스를 끌어안은 채로 커피숍에 들어가 모닝 서비스의 커피를 마시고,
그런 다음에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 시각에 만나게 되는 <거리>의 모습이 나는 좋았다.
따사로운 아침 햇살,
향기로운 커피,
사람들의 졸린 눈,
아직 손상되지 않은 하루,
내 손가락이 다이얼을 돌리는 소리.
지금 시간은 3시 20분.
시간은 마치 낡은 뉴스 영화의 릴처럼 달그락거리며 돌아간다.
나는 눈을 감는다.
그렇지만 내 머리 속에는 아직 시간이 소리를 내면서 돌아가고 있다.
마침내 그것은 신간센의 나른한 진동과 하나로 섞여간다.
그 <거리>에 돌아가도 나에게는 이제 만나야 할 상대도 없는 것이다.
전화를 할 상대도 없는 것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산문집 '한없이 슬프고 외로운 영혼에게'에서
[t-24.02.23. 20220208-1528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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