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가까이 지내다 보면, 온기가 없는 무생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체를 대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오래전부터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눈길을 느낀다든가,
제 몸을 벌떡 일으켜서 어려움에 처한 나를 돕고 싶어 하는 마음이 전해져 온다.
그럴 때면 책은 따스한 피가 흐르는, 살아 있는 벗이 된다. - p27 -
우리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함께 흥분하여 소리 높여 잘잘못을 따지거나,
우스갯소리로 울적한 마음을 한번 비틀어 밖으로 날려 보내는 것, 유득공은 주로 두 번째 방식을 썼다.
그의 성격이 워낙,
안 되는 일에 연연해 하기보다는 털어 버리기를 좋아해서도 그렇고,
도무지 웃음기라고는 없는 우리의 얼굴이 잠시나마 피어나는 것을 보고 싶어서도 그랬을 것이다.
언젠가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박제가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유득공의 마음속에는 우물 하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근심 걱정도 한 번 담갔다 하면 사뿐하게 걸러져 밝은 웃음으로 올라오게 하는 우물 말입니다." - p85 -
스승께서 말씀하셨다.
"옛것을 되살려 새롭게 깨닫는다면 그것으로 스승을 삼을 수 있다."
'공자가 말씀하셨다. '대신 '스승께서 말씀하셨다.'라고 해보니 한결 마음이 편하고 좋았다.
"옛것을 되살려 새롭게 깨닫는다면 그것으로 스승을 삼을 수 있다."는 말도
마치 혼자서 책만 파고드는 나의 처지를 알고 특별히 한 말처럼 느껴졌다.
먼 훗날,
동쪽 작은 나라의 한 외로운 선비가 스승님이라 부르는 것을, 공자도 기꺼이 허락하였으리라. - p142 -
보림 - 2005. 11. 04
'내가만난글 > 갈피글(시.좋은글.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항구에 매어있는 배는... - 외롭지 않은 숫자? (0) | 2007.06.04 |
---|---|
박시호-행복편지/1 Dollar 11 center. (0) | 2007.06.04 |
행복이란 건 (0) | 2007.06.03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 법정 스님께/이해인 수녀님께 (0) | 2007.06.01 |
자신에게 진정으로 소중한 것 (0) | 2007.05.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