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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자기개발(경제.경영.마케팅/구본형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여라.

by 탄천사랑 2007. 5. 28.

·「구본형 - 낯선 곳에서의 아침」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여라.
살아가면서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있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몇 사람이라도 깊이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 와 '너' 사이에는 서로 자기에게만 속한 무엇인가가 있어,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지 못하면 인간은 서로 사랑하지 못한다. 
세상 또한 그렇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우리는 견디지 못한다. 
변화의 시작은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는 것이다. 
변화는 인간과 세상이 다양하다는 것으로 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세상이 만들어 주는 대로 산다는 것은 무난한 일인지 모르지만 비겁한 일이다. 
세상은 또한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깃발을 들고 거리로 나옴으로써 세상을 만들어 가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수도원의 작은 방에서 한 편의 시를 써 우리를 일깨움으로써 세상을 만드는 이도 있다. 
인간은 자신의 일상적 삶을 통해 세상에 참여한다.
매일매일 조금씩 세상의 일부를 만들어 간다. 
변화란 세상과 자신 사이의 균형을 잡아가는 끊임없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변화를 통해 우리가 얻으려고 하는 것은 삶 자체이다. 


시인이며 명상가인 틱 나트 한(Thich Nhat Hahn)은 차를 천천히 마시라고 말한다.
이 세상이 어려운 것은 일을 당장에 빨리빨리 해치우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해치우는 것´이 중요하다 보면 일 자체를 존중하는 마음을 잃어버리게 된다.
무엇을 이루었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 지 모른다.
삶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그저 나이를 먹어 삶을 마감하기 위해 늙어가는 것이 아니다.
살아가는 것이다.
해 뜰 녘, 아침, 점심, 한낮, 해 질 녘, 저녁......
시간마다 달라지는 햇빛처럼 그렇게 변해 가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그러므로 시간마다 독특한 아름다운 빛깔로 변해 간다는 것을 말한다.

일상은 삶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변화는 일상 속에 자신의 욕망을 받아들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욕망이 흘러가는 곳으로 깊이 침잠하여 들어가는 것이다.
아주 멀리 그것을 따라 흘러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욕망을 통해 세상과 만나는 것이다. 
우리의 욕망이 선택한 대로 아름다운 빛 하나를 세상에 더해 가는 것이 삶이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개인의 역사도 인류의 역사만큼 장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자발적이든 환경에 의해서든 
아름다운을 만날 기회를 박탈당하고 욕망을 억제하는 사람들을 나는 경계한다.
그들은 억제된 욕망이 언제 흉악한 모습으로 터져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그림 위에 엎질러진 페인트처럼 
하나의 색으로 세상을 덮으려는 어리석고 끔찍한 파투를 두려워한다.

이 책은 변화를 주제로 쓰여진 에세이적 자기 개혁 입문서이다. 
나는 '다양성과 균형'을 이 담론의 가운데 두었다. 
우리는 참으로 작은 규칙과 관행에 얽매여 산다.
그럼으로써 커다란 원칙을 잊고 산다.
'다양성'이란 규칙과 관행을 떠나 원칙이 지배하는 일상으로 회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이 사회로부터 보다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자유의 가운데에는 '자신에 대한 존중'이라는 핵심적 가치와 원칙이 자리 잡고 있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타락하지 않는다. 
삶을 통해 세상의 한 부분을 바꾸어 놓는다. 
변화의 정체는 '다양성'을 기초로 세상과 자신,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현재의 위치를 잡아가는것이다. ​​
그러므로 변화는 언제나 현재적이다. 
바로 '지금' 일어나야 하는 새로운 균형을 향한 역동적인 조율이다.

나는 개인이 어떻게 자신을 얽매고 있는 관행과 규칙으로부터 벗어나 
커다란 원칙에 따라 살아가는 삶을 일상 속에 담아 낼 수 있는지 
그 방법의 일단을 제공하려고 애썼다.
삶은 일상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일상은 바로 하루하루 속에 있다. 
낮과 밤으로 이루어진 하루는 삶과 죽음이라는 상징성을 통해, 
인생 전체 속에서 '현재'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라고 할 수 있다. 

살면서 얻은 깨달음과 공감이 일상적 삶 속에서 구현되지 못하는 것은 
하루를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루를 개편하지 않고는 일상적 삶을 바꿀 수 없다. 
물리적 현실을 개편하지 못하는 정신은 허망한 꿈일 뿐이다.
그러므로 자기 혁명은 하루 속에서 자신이 지배하는 시간을 넓혀가는 것이다. 
하루의 10%를 지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자. 
하루 속에서 잃어버린 두 시간을 찾아내어 자신에게 돌려주자. 
나는 그렇게 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대안을 찾아보려고 노력하였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남의 나라에서 살다 간 시인처럼, 인생을 담지 못하고는 시가 될 수 없다. 
시처럼 인생을 산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행간의 비약과 절제, 
한꺼번에 건져지는 깨달음을 
일상의 삶 속으로 끌고 들어오는 것은 스스로 자신을 만들어 가는 작업이다.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이 이처럼 좋을 수가 없다.

아직 미완의 미래를 가지고 있다. 
나의 미래는 뻔한 것이 결코 아니다. 
내가 있고 싶은 곳으로 가서 낯선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 
흥분과 긴장이 있는 곳, 
불안과 더불어 떠나왔다는 해방감과 자유가 있는 곳, 그 곳에서 나는 나와 마주하고 싶다. 
오랫동안 그리워한 일이다. 
노회하고 원숙하지만 곳곳에서 아직 소년의 모습을 잃지  않았기를 바란다.

나는 지금 여기 살아 있다. 
그대 또한 함께

 
1999년 2월 구본형
파투 破鬪 - 화투를 치다 화투장이 모자라 판이 무효로 되는 말.

[t-07.05.28.  20220505-1835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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