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용산 - 여보게 저승갈때 뭘 가지고 가지」
큰스님 되시게!
큰스님 되시게
큰스님 되라는 유언을 남기시고
그래도 맺힌 한이 앙금으로 남아 눈을 감지 못하시고 돌아가신 어머니!
유골을 바로 강물에 띄우지 못하고
일 년이 지나도록 모시고 있다가 그래도 안타까워 작은 유택을 마련해 드린 행위는,
승려이기 전 불효했던 한 자식의 몸부림이리라.
작은 땅 덩어리!
무엇 때문에 묘지를 써야 하느냐고 화장해서 맑은 강물에 띄워야 한다고 주장해 왔던 자신이 아니었던가!
막상 어머님 상을 당하고 보니 그 선인들의 예절이 한갓 형식에 그침이 아니요,
자손의 뼈아픈 통한의 몸부림임을 알게 되는 것은 이제 철이 들어 감인가....,
청상과부로 오로지 삶의 희망으로 길러온 자식이 한 조각 편지만 남기고
어느 날 훌쩍 산으로 떠나 버린 일이 가슴앓이로 고질되고,
이제나 저제나 돌아와 주길 바라며
기다렸던 십여 년의 깊은 한이 앙금되어 알콜과 약물로 사실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
결국 환갑도 사시지 못한 어머님의 유골 앞에 통곡하지 않을 수 없었던 어설픈 승려의 모습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생각 굽이굽이에 어머님께 죄송스러운 마음 어찌할 수 없는 것은,
내 아직 올바른 승려가 되지 못한 탓이 아닐런가!
토요일에 장례를 치르고 일요일에 법상에 서 있던 자신,
어쩔 수 없는 스님이었기 때문일까?
이런 시간이면 생사生死를 초월한 거룩한 스님이 아닌,
불효했던 마음을 참회하며 아파하는 인간이 되고 싶다.
울고 웃는 것이 둘이 아니고,
행과 불행이 두 마음이 아니라고 설법하는 법상의 스님이 아닌,
마음 아파 실컷 울어보는 중생이고 싶다.
모두가 잠든 이런 시간엔 묘한 신비에 젖어든다.
잊혀진 추억도 싹틔우고,
굳어진 마음에 염치도 살아나게 하며,
참회할 줄 모르는 마음에 참회의 눈물도 맺게 한다.
미워한 마음,
사랑한 마음,
억눌렀던 마음들마저,
자비의 가슴으로 살아나 사람되게 하는...,
겹겹이 치장한 옷들을 훌훌 벗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자식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어머님 영전에 두 손 모아 기도한다.
도道통한 스님보단 참회하며 살아가는 스님이 되겠다고...,
커다란 절을 지닌 스님보다는,
저자거리를 떠돌며 이웃들과 아픔도 기쁨도 함께 나누는,
절 없는 스님이 되겠다고......., (p14)
※ 이 글은 <여보게 저승갈때 뭘 가지고 가지>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석용산 - 여보게 저승갈때 뭘 가지고 가지
고려원 - 1992. 10.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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