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애 - 생각하는 나라 독일 이야기」
독일인들은 참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어떤 한 가지 일을 결정할 때 여러 변수들을 충분히 고려하여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최종 결정에 도달한다.
우리들 사고방식으로는 너무 답답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오랜 심사숙고 끝에 이루어진 결정이므로 그것을 실행할 때 불편함이 없다.
구 동독인들의 갈등
독일의 통일이 이루어진지 벌써 12년이 지났다.
통일 이후 구 동독인 들이 겪는 정신적 갈등에 대해 다음과 같은 신문기사가 게재된 적이 있었다.
'나는 독일인도 아니고 외국인도 아니다.
고기도 아니고 생선도 아닌 상황이 나를 당황하게 만든다.
인생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되었고 장래에 대한 희망을 온통 빼앗겨 버렸다.'
구 동독인들은 이전에는 사회주의라는 제도 아래에서
아무 자극 없이 경제적인 궁핍함은 있었지만 정신적으로는 편안하게 안주하면서 살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무한 경쟁 사회에 돌입하여 스스로 싸워나가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
자본주의 사회는 선택의 기회가 많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사회이다.
그렇지만 실상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를 때 생기는
심리적인 불안감과 현실과 자신과의 괴리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좌절을 가져온다.
그래서 자신에 대한 정체성 identity 을 찾는 한 방편으로
외국인 추방이나 그들에 대한 반대를 함으로써 한 독일인이라는 의식을 가져 보려고도 한다.
인간은 공동의 적을 가짐으로 서로 친화되는, 혹은 그렇게 되어 보려는 잔인한 본성을 지닌 모양이다.
동 서독 사람들이 서로 갈등하고 있는 것 같으나 실상 내면 깊숙이 들어가 보면 동 서독은 둘이 아니라 하나이다.
만약 동 서독이 둘로 나누어져 있다면 그것은 자신들의 생각으로나,
혹은 사회에 적응하는 상태나 방법으로 나누어져 있을 뿐이다.
서로의 갈등을 해소하려는 방편으로 자신들의 사이에 외국인을 개입시켜서 배척하거나 미워한다면
오히려 스스로 2등 국민이 되는길을 자초하는 것이라 하겠다.
실제로 동독 출신들은 대부분 예의도 없고 주어진 과제도 잘 수행하지 못하고 운전하는 태도도 나쁘며
외국인에 대해서 배타적인 마음 자세를 가지고 있는 것을 경험을 통해 느끼게 된다.
이러한 것들을 먼저 개선하지 않으면
세계 속에서 자신들의 노력과 수고를 통해 만들어진 상품을 인정받지 못하게 되고,
세계 속에서 독일이 담당해야 할 역할을 상실하게 되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된다.
한국도 통일에 앞서 통일 이후에 북한 주민들이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에 적응하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많이 연구해야 할 것이다.
나라의 경제 살림이 넉넉하지 못하다 보니 경제적인 비용을 우선적으로 염려하는데 실제로는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잃지 않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p30)
※ 이 글은 <생각하는 나라 독일 이야기>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김정애 - 생각하는 나라 독일 이야기
코람데오 - 2003. 04. 28.
[t-07.04.27. 210426-1619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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