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 - 「연금술사」
누군가 어깨를 흔들어 깨우는 바람에 산티아고는 잠에서 깨어 났다.
시장 한복판에서 잠이 들어버렸던 모양이었다.
이제 관장은 새로운 하루의 활기를 되묻고 있었다.
그는 양을 찾으려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다가 자신이 이제 다른 세상에 와 있음을 깨달았다.
슬프지는 않았다. 오히려 행복했다.
이젠 양들을 위해 물과 먹이를 찾아 돌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그대신 보물을 찾아가는 미지의 모험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주머니엔 동전 한푼 없었지만, 그에겐 삶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는 어젯밤에 모험가가 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즐겨읽던 책에 나오는 멋진 주인공들처럼.
그는 일어나서 천천히 광장을 거닐었다.
상인들이 진열대를 세우고 있었다.
그는 과자 장수의 일을 도왔다. 그 상인의 얼굴에는 특별한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기쁨으로 충만하고 삶을 향해 활짝 열려 있는
그의 얼굴에는 진지하게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사람의 아름다운 미소가 깃들어 있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그 미소는 신비로운 늙은 왕, 노인의 미소와 흡사했다.
"이 과자 장수는 세상을 여행하고 싶다거나 가게 주인의 딸과 결혼하기 위해서 과자를 만들어 파는 건 아니겠지.
그래, 그는 그저 이 일이 좋아서 하는 걸 거야."
산티아고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노인과 똑같은 일을 자기도 할 수 있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그건 어떤 사람이 자신의 자아의 신화와 가까이 있는지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알아보는 일이었다.
'참 쉬운 일이야 하지만 나도 전에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지.'
진열대를 다 세우고 나자 친절한 과자 장수는 갓 구운 첫 번째 과자를 산티에고에게 주었다.
그는 기쁘게 과자를 먹고 길을 떠났다.
조금 걷다가 그는 과자 장수와 자신의 진열대를 세우며 서로 다른 언어로 대화를 나누었던 것을 기억해냈다.
그러니까 한 사람은 아랍어로 한 사람은 스페인어로 말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서로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 않았던가.
'언어의 장벽을 뛰어 넘는 무언의 언어가 있는 게 틀림없어.
난 양들과 함께 지내면 그걸 알았고, 이젠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똑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거야.
산티아고는 새롭게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었다.
전에 경험했던 것들도 있었지만 길을 떠난 후에 새로운 눈으로 새삼스레 그 숨은 의미를 깨치게 되는 것들이 많았다.
그전에는 너무 익숙해 아무런 깨달음도 주지 않았던 것들로부터.
'만악 내게 무언의 언어를 해독할 능력이 있다면 이 세계 전체를 해독할 수 있을 거야.'
산티아고는 느긋하게, 걱정 따위는 접고 탕헤르의 작은 골목들을 걸어 보기로 했다.
표지를 알아보려면 그 방법밖에 없을 것 같았다.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할 테지만 양치기로 살면서 얻은 최고의 재산이 곧 인내심이었다.
그는 양들과 함께 하며 배웠던 것들을 새롭게 깨치며 이 낮선 세계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세상 만물은 모두 한가지 라네." 노인이 말했었다. (p79)
※ 이 글은 <연금술사>의 일부를 필사한 것임.
파울로 코엘료 - 연금술사
역자 - 최정수
문학동네 - 2001. 12.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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