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 - 이은경 / 서교책방 2024. 05. 30.
"아니, 아들을 월드 클래스로 키워내시다니 얼마나 대단하십니까!"라는 진행자들의 호들갑에
못 이긴 척 넘어올 만한데, 여간해 흔들림이 없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연심 감탄하고 안타까워하는 진행자들을 향해
손웅정 감독은 몇 차례나 이 말을 반복했다.
"부모잖아요, 부모니까 당연한 거예요. 부모니까"
그렇지, 부모네.
형도 아니고 삼촌도 아니고 선생님도 아니고 부모니까 그럴 수 있지.
그래야지, 부모라면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부모니까 당연한 거지.
그런데, 부모니까 정말 당연한 걸까?
부모라면 누구나 같은 선택을 할까?
그렇다면 나도 부모니까 같은 상황에서 아이들을 위해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란 얘긴데
나는 머뭇거려졌다.
부모라면 모두 해낼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인 듯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있지만,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능히 해낼 수 있는 크기의 일이 아니라는 걸 부모가 되어보니 알겠다.
부모로 살아보지 않았다면 부모니까 당연한 거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넘겼겠지만,
부모가 되어보니 당연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 아빠는 지방 소도시 기차역에서 야간근무를 하셨다.
하루 걸러 하루는 집에 못 들어온 세월이 사십 년이 넘는다.
엄마는 매일 아침 여섯 개의 도시락을 쌌다.
고등학생이던 언니와 나는 두 개씩 가져가야 했다.
엄마니까 도시락을 싸는 건 당연한 줄 알았다.
그랬던 내가 엄마가 되었는데, 몹시 당황스러웠다.
나의 부모가 나에게 해주었던 일들,
대부분 부모가 자식을 키우며 당연하다는 듯
해왔던 일들이 무엇 하나 쉽거나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아빠, 엄마가 평생 당연하다는 듯 자식들을 위해 해왔던 일들이 지금의 나는 일 년 아니,
한 달도 선뜻하기 어려울 만큼 힘들고 귀찮고 해도 티도 나지 않는 일들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깨달을수록 점점 더 놀랍고 기가 막혔다.
다들 하는 일이라며 엄마인 나의 하루를 당연하게 취급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가 엄마니까 당연하게 해야 한다고 여겼던 일상의 일들을 꼽아보며 엄마인 나를 칭찬해 보자.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귀찮고 힘들고 무거운 일들을 끝내 최선을 다해서 해내는
엄마인 나를 돌아보고 쓰다듬어주고 싶은 밤이다.
나는 이제 부모라 해도 당연히 해야 하는 건 없다는 사실과
어떤 역할을 맡았다고 해도 그 역할을 해낼 힘은 똑같지 않다는 사실을 명백히 아는 사람이 되었다.
부모니까 누구나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건 애초에 없었던 거다.
나의 부모가 묵묵히 해왔기에 당연한 거라 착각했을 뿐,
대부분 부모가 매일 하는 일상의 소소한 빨래부터 천문학적인 교육비까지
어느 하나 빠질 것 없이 대단하고 특별한 일이다.
+++
항시 너무 잘하거나 갑자기 잘하기보다,
큰 오르내림없이 성실하고 묵묵하게
이토록 지루하고 불안하고 성가신 부모의 삶을 살아내는 나를 칭찬한다.
돈 없고 학벌없이 마냥 성실하기만 하던 내 부모의 모습이
초라해 보이던 시절도 있었으나 이제 와 보니 그들의 성실함은
흉내 내기도 벅찬 성공한 삶 그 자체였음을 엄마가 되고 이만큼 키워보니 알겠다.
++
너는 네 꿈 찾아가는 거고,
나는 내 꿈을 찾아갈 거니까 꿈을 이루고 싶다면 각자 할 일 열심히 해서 목표를 이루자.
Good Luck to You.
※ 이 글은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24.11.19. 20241116-14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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