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범준 - 예쁘게 말하는 네가 좋다」
머리말
말을 참 예쁘게 하는 고마운 사람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심신을 지치게 하는 누군가의 거칠고 냉정한 말은 정말이지 그만 듣고 싶습니다.
사실 이상합니다.
언제 끝날지 아무도 알지 못했던 코로나 19의 지루한 나날들 속에서
우리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며 관계 맺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자마자 오히려 코로나 19 절정의 시간을 그리워합니다.
사람이 분명히 그리웠는데, 다시 마주하려니 관계 맺기는 어렵고 마음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습니다.
누군가와 함께할 때 ‘불편하다’, ‘두렵다’, ‘솔직히 혼자가 편하다’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편하다’, ‘즐겁다’, ‘함께해서 좋다’라고 느끼고자 하는 것이
우리가 말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바람직한 모습일 텐데 그 해답은 예쁜 말입니다.
논리적인 말? 냉철한 말? 분석적인 말? 모두 좋은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최고의 말은 예쁜 말입니다.
동생이 생긴 걸 알게 된 세 살 딸아이가 엄마 배를 어루만지며
“동생아, 엄마 아프게 하지 말고 얼른 나와서 나하고 놀자”라고 말합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들이 밤에 아빠와 나란히 누워있다가
“어린이집에서 아빠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라고 말합니다.
친구가 명품 시계를 자랑해서 기분 나빴다고 말하는 아빠를 보며 아들은
“아빠는 아빠 자체가 명품이에요
그리고 나중에 제가 명품을 사 드릴게요”라며 너스레를 떱니다.
중학생 고등학생 자녀 중에도 예쁜 말을 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빠? 여전히 멋있지?”,
“엄마가 아직도 배우 같아!”
설령 용돈을 받기 위한 전략적 말이라고 할지라도 그 말 자체의 예쁨은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살갑고 따뜻하며, 정직하고 아름다웠던 우리 아이들이
안타깝게도 경쟁을 거치고 사회에 나가면서 예쁜 말과 멀어집니다.
나쁜 말 이상한 말을 배우고 그것을 입에 담으며 자기 스스로 감정을 황폐하게 만들곤 하지요.
그 결과물이 어쩌면 지금 우리의 모습일 수 있겠고요.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예쁜 말을 다시 한번 고민하면서 좋은 말,
괜찮은 말을 할 줄 아는 어른이 되어보려고 노력하는 건 어떨까요?
한 고등학교 선생님은 학생이 말도 없이 결석했을 때 그 이유를 묻기 위해 연락할 때
“왜 학교에 안 왔어?”라고 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왜 학교에 못 왔어?”라고 한다는 겁니다.
‘안’ 그리고 ‘못’, 단 한 글자 차이지만 듣는 학생에게는 느낌이 전혀 다를 겁니다.
예쁜 말은 그 말을 듣는 상대방을 긍정적으로 변화하게 만들어 줍니다.
큰 힘을 주기도 하고요.
서로에게 다가서고,
마주하며 결국 관계를 이어나가야 하는 것이 우리 사람의 모습,
그리고 사회를 이루는 근본적인 모습일 텐데 예쁜 말은 바로 이 모든 것들의 시작이 됩니다.
그동안 우리는 ‘혼자’를 추구했습니다.
좋은 점도 있었습니다만 혼자 겪어내야 할 외로움과 고독밖에 없었던 기억은
우울을 넘어선 공포 그 자체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다시 서로에게 다가서야 할 시간이 왔습니다.
세대 성별을 불문하고 서로를 더 깊게 이해하려는 대화와 소통이 절실해지는 시기입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해제,
아니 해방의 시공간 속에서 우리는 이제 어떻게 사람에게 다가가고
어떻게 서로를 마주할 것인가를 일상의 화두로 삼아야 합니다.
이 책을 읽는 당신이 예쁜 말에 익숙해지기를 바라며
- 김범준
※ 이 글은 <예쁘게 말하는 네가 좋다>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김범준 - 예쁘게 말하는 네가 좋다
포레스트북스 - 2022. 08. 08.
[t-23.12.14. 20221203-160902]
'성장교육(인문.철학.교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군대 간 아들에게 - 후회 없기 살기 위한 인생의 지침(1) (0) | 2023.12.22 |
---|---|
최재천 스타일 - 특강 special lecture (0) | 2023.12.16 |
대한민국은 혁신 중 - 혁신은 이미 내 안에 있다. (0) | 2023.12.06 |
이카루스 이야기 - 아티스트의 모습 (0) | 2023.12.03 |
지성과 교양의 함수 관계 (0) | 2023.11.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