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남매의 엄마이고,
사랑스러운 아내이자 존경 받는 언어학 교수로서 행복한 삶을 살던 ‘앨리스'
어느 날 자신이 아직 젊은 나이임에도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금이 내가 나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일 거야”
그러나 그녀는 남겨진 시간들 앞에 온전한 자신으로 남기로 결심한다.
소중한 기억들과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살아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녀는 말한다.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지옥의 고통"이라고.
"제가 고통받는다고 생각지 마세요.
전 고통스럽지 않아요.
세상의 일부로 남기 위해서, 예전의 나로 살아 있기 위해 애쓰고 있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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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읽은 곳을 잊어버릴까 밑줄을 그어가며 알츠하이머 협회에서 한 글이다.
시인 엘리자베스 비숍이 이렇게 썼죠.
‘상실의 기술은 어렵지 않다.
모든 것의 의도가 상실에 있으니 그것들을 잃는다 해도 재앙은 아니다.’
저는 시인이 아니라 조발성 알츠하이머 환자이지만 매일 상실의 기술을 배우고 있습니다.
내 태도를 상실하고, 목표를 상실하고, 잠을 상실하지만, 기억을 가장 많이 상실합니다.
전 평생동안 기억을 쌓아왔습니다.
그것들이 제게 가장 큰 재산이 되었죠.
남편을 처음 만난 그날 밤,
제 첫 책을 손에 들었을 때
아이를 가졌을 때
친구를 사귀었을 때
세계 여행을 했을 때
제가 평생 쌓아 온 기억과
제가 평생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것들이 이제 사라져 갑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지옥같은 고통입니다.
점점 더 심해지죠.
한때 우리의 모습에서 멀어진 우린 우스꽝스럽습니다.
우리의 이상한 행동과 더듬거리는 말투는
우리에 대한 타인의 인식을 바꾸고, 스스로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바꿉니다.
우린 바보처럼 무능해지고 우스워집니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아니라 우리의 병입니다.
어느 병과 마찬가지로 원인이 있고, 진행되며 치료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제 가장 큰 소원은 제 아이들이
우리의 아이들이 다음 세대가 이런 일을 겪지 않는 일입니다.
지금 저는 살아 있습니다.
전 살아있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기억을 못하는 제 자신을 질책하곤 하지만 행복과 기쁨이 충만한 순간도 있습니다.
제가 고통 받는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전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애쓰고 있을 뿐입니다.
이 세상의 일부가 되기 위해서 예전의 나로 남아있기 위해서죠.
순간을 살라고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순간을 사는 것과 스스로를 너무 다그치지 않는 것,
상실의 기술을 배우라고 스스로를 몰아 붙이지 않는 것.
그리고 끝까지 놓기 싫은 한 가지는 오늘 이곳에서의 기억이겠죠.
언젠가 사라지겠지만. 저도 압니다.
내일 사라질지도 모르죠.
하지만 오늘 이 자리는 제게 큰 의미입니다.
의사소통에 푹 빠져 있던 예전의 제겐 말이죠.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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