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시대 2021- 9월 . 가을 제66호」
습작, 작품이 되다
권예자
평생을 두고 해온 일은
자신을 천천히 구겨버리는 일
도를 넘는 차별은 도르르 말아 품에 넣고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압력에
얇게 엎드려 부피를 줄였다.
때론 바른말도 해보고
정의로운 자의 편도 들어줬지만
결과는 늘 강한 자의 뜻대로 정해졌다.
그럴 때마다 보일 듯 말 듯
제 몸에 그려 넣은 상처의 습작들
눈가와 입꼬리에 잔주름 날리다가
이마에 가로줄 죽죽 새기고
사이사이 세로줄 섬세하게 그렸다.
이제 앞으로 나이길 일도
돌봐야 할 꽃과 나무도 없는 나이
엘리베이터서 무심히 고개 드니
평생 습작한 작품 한 점과 눈이 딱 마주친다.
쓰다 버린 종이처럼 꾸깃꾸깃한
버리려 해도 버려지지 않는
웃음 반 울음 반 어색한 작품 한 점 (p127)
문학시대 2021- 9월 . 가을 제66호
권예자.
수필가. 시인(2002 - 창작수필. 2004 - 문학저널)
시집 '숲이 나를 보고' 외 수필집 '내안의 피에타' 외 '황금찬 시 문학상'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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