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이외수 - 「청춘불패」
.... 십 대는 무한히 꿈꾸는 시기이므로 다몽기(多夢期)라 한다.
남을 해롭게 하는 꿈이 아니라면 무슨 꿈을 꾸더라도 탓하지 말라.
이십 대는 꿈을 하나만 선택하는 시기이므로 선몽기(選夢期)라 한다.
그러나 이십 대에도 산을 보면 알피니스트가 되고 싶고,
하늘을 보면 파일럿이 되고 싶고, 바다를 보면 마도로스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축구 경기를 보면 축구 선수가 되고 싶고 골프 경기를 보면 골프 선수가 되고 싶고
야구 경기를 보면 야구 선수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재능에 비추어 실현이 불가능한 꿈은 분명히 개꿈이다.
갈피를 못 잡고 허구한 날 개꿈과 개꿈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은 비교적 오래 백수로 살아야 할 확률이 높다.
거듭 말하거니와 이십 대에는 가급적이면 잡다한 꿈들을 모두 버리고
오로지 한 가지 꿈에 순정을 바칠 결심을 하라.
평생을 바쳐도 아깝지 않은 꿈,
그대와 연관된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꿈,
그러한 꿈 하나를 찾을 수만 있다면 그대의 이십 대는 그것으로 크나큰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삼십 대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분골쇄신 정진하는 시기이므로 연마기(鍊磨期)라 한다.
뼈를 깎는 아픔으로 실력을 연마하는 시기이니 어떤 시련과 고통이 닥치더라도 중단하거나 포기하지 말라.
신은 모든 인간에게 스물네 시간을 공평하게 나누어주셨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열여덟 시간으로 쓰고 현명한 사람은 스물여덟 시간으로 쓴다.
이러한 시간의 차이는 잠에서 비롯된다.
연마기에는 잠을 줄여야 한다.
그대가 하루 두 시간 잠을 줄이면 그대의 하루는 스물여섯 시간이 되고,
그대가 하루 네 시간 잠을 줄이면 그대의 하루는 스물여덟 시간이 된다.
남보다 두세 시간 잠을 줄이고 실력을 연마한 성과가 단시일에 나타나기를 기다리지 말라.
서두름은 포기와 실패를 부르기 십상이다.
적어도 연마 기간이 십 년은 지나야 자기 분야에서 촉망받는 인재로 부각될 수 있는 법이다.
십 년이 길다고 시작도 하기 전에 무릎을 꿇지 말라.
시간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흐르는 속도가 빨라진다.
그대가 고작 십 년을 투자하고 다가올 한평생을 아름답고 풍족하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만 있다면,
아무리 계산이 어두운 사람이라도 절대 밑지는 장사가 아님을 알 것이다.
그대가 비록 나이가 많은 백수라 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정진하라.
지금부터라도 단 하나의 꿈을 선택하고 잠을 줄이면서 의지력과 집중력을 고양시켜 꾸준히 실력을 연마하라.
현대 사회는 실력이 절대적인 성공의 조건이다.
사십 대는 실력을 펼치는 시기이므로 용비기(龍飛期)라 한다.
그대가 꾸준히 실력을 연마했다면 이무기가 용으로 화해 하늘로 오르는 기상을 얻을 것이다.
그러나 탐욕을 멀리 하라.
불로소득은 언제나 비리를 불러들이나니 종국에는 그대를 불행의 구렁텅이로 몰아갈 것이다.
그대가 삼십 대에 잠을 줄이면서 실력을 연마한 결과는 용비기에 비로소 눈부신 빛을 발할 것이다.
오십 대부터 남은 인생 전부를 노니는 시기라 하여 풍류기(風流期)라 이른다.
꿈을 실현한 사람은 노년기를 풍족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보낼 수 있으되,
어쩌다 그대의 부모님이 아직도 노닐지 못하는 노년기를 보내고 계신다면,
그대의 책임 또한 적지 않으니
아직 젊음이 남아 있을 때 쾌락과 허영을 멀리 하고 기꺼이 인내와 고통을 감내하라.
백수는 직업을 잃어버린 사람이 아니라 직업을 선별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대여.
두 손을 모아 간절하고도 간절한 마음으로 그대를 위해 기도하나니,
백수, 그 무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이름 위에 부디 하나님의 찬란하고 아름다운 축복이 있으라.
왜 사람들은 행복을 잡기 위해서라고 말하면서 한사코
행복의 반대편으로만 손을 내미는 것일까요.
작가노트 5
내 젊음은 막걸리 사발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파리 같았어.
허구한 날을 술에 절어서 비틀거렸지
희망 같은 건 아예 없었어.
암울한 70년대 춘천시 석사동 목로주점.
썩어 문드러진 세상을 구운 오징어처럼 발기발기 찢어서 질겅질겅 씹어 삼키던
차라리 행려병자로 떠돌다 객사하는 한이 있더라도
양심을 똥통에 처박고 살지는 않겠노라고 큰소리치던 친구 놈들
지금은 모두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 새벽 나처럼 잠 못 들고 그때를 생각하고 있을까.
어느새 귀밑머리에 무서리 내리고
나는 천식에 시달리다 급기야 그토록 좋아하던 술도 끊고 담배도 끊어버렸지만
그래도 굳건히 남아 있는 자부심 하나
이 나이까지 아직 한 번도 인생을 배반하지는 않았다네. (p101)
※ 상기 글은 <청춘불패> 일부를 필사한 것임.
해냄출판사 - 2009. 0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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