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지역난방 독자수기 모음집 - 「편지」
딩동~ 휴일에 집 청소를 하고 있는데 벨이 울렸습니다.
인터폰으로 확인해보니 이래층에 새로 이사 온 이웃이었습니다.
그제서야 문을 열고 인사를 했습니다.
3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는 이사 떡을 돌리고 있다면서 접시에 담은 팥떡을 건네주시더군요.
얼떨결에 받고 들어와 생각해보니 이사 때 인사로 돌리는 떡을 받아 본 게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어릴 때만 해도 그런 적이 많았었는데 아파트 특성상 옆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고 사는 게 현실이다 보니
요즘도 떡 돌리며 인사하는 이웃이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맛있는 팥떡을 먹다가 어제 시골에서 가져온 채소가 생각났습니다.
부랴부랴 부추, 고추, 깻잎과 양파, 오징어를 넣고 부침개를 부쳤습니다.
접시를 빈 그릇으로 돌려주기도 뭐했는데 잘됐다 싶어서 부침개를 몇 장 얹어 아래증 이사 온 집으로 갔습니다.
아주머니는 놀라면서도 반갑게 절 맞아주시더군요.
이사 온지 5일이나 됐다는데도 누가 이사 오고 이사 갔는지도 모르고 있던 터라
제가 그동안 많이 주변에 무심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사떡 같은 건 도시에 사는 현대인에게는 퇴색한 구식 습관이라 여겼는데
사실 이사 떡이라도 돌리지 않으면 서로의 존재에 대해 더 무관심해질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스러워지더군요.
음식을 나누면서 7월에 이웃을 하나 얻을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그리고 이 좋은 습관을 많은 사람들이 지켜나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p23)
이성하 - 전북 익산시 부송동
월간 지역난방 독자수기 모음집 - 2007.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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