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동문회보 - 제364호(05면)」
인터뷰 - 이지애 아나운서
이지애, 오정연, 최송현, 전현무.
일명 '전설의 32기'라 불리는 KBS 공채 출신 아나운서인 이들 넷은 현재 대한민국 방송가를 주름잡는
아나테이너(아나운서+엔터테이너)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이지애 아나운서가 2006년부터 몸담은 KBS를 떠나 2014년 프리(freelancer)로 전향한 지 8년여 시간이 흘렀다.
정제된 이미지, 차분한 진행 솜씨와 쾌활하고 긍정적인 그의 에너지는 방송에 보는 맛을 더한다.
현역 시절부터 시청자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으며 방송 곳곳에서 여전히 존재감을 뽐내는 이 동문을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학창시절 이 동문은 자타가 공인하는 이야기꾼이었다.
"친구들 앞에서 말하는 걸 유독 좋아했어요.
재밌게 본 드라마 줄거리를 다음 날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설명해주기 바빴죠.
드라마 한 편을 다 본 것 같다는 말을 들으면 그렇게 뿌듯하고 즐겁더라고요.”
그를 아나운서의 길로 이끈 것은 아버지가 주신 책 한 권이었다.
'MBC뉴스, 백지연입니다’를 계기로 방송에 매력을 느낀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신문을 정독하며 언론인을 꿈꿨다.
대학에서는 정치외교학과 심리학을 복수전공했다.
두 학문은 이 동문에게 사람과 세상을 연결하는 징검다리는 언론이라는 확신을 심어줬다.
남다른 노력과 성실함으로 조기졸업하고 2년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아나운서를 준비했다.
그가 첫 1년간의 시험에 모두 낙방하자 한때 진지하게 군인이 되려고 여군에 지원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공교롭게도 KBS 합숙면접과 여군 체력검정이 같은 날 겹쳤고,
면접을 택한 이 동문이 그해 아나운서 공채에 합격하면서 지금은 추억이 됐다.
"성격이 털털해서 군인도 잘할 수 있다고 자신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군대 갔으면 큰일 났겠다 싶어요(웃음) 하지만 제겐 정말 뜻깊은 경험이에요.
그때부터 여유가 생겼거든요.
난 어딜 가도 굉장히 특이한 이력의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동문은 KBS 아나운서 시절 정통 뉴스보다는 주로 교양·예능 프로그램 진행을 맡았다.
'6시 내고향' '문화지대' '생생정보통' 'VJ특공대'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시사교양 프로그램과
'스포츠 뉴스' '일요 스포츠 쇼' '상상더하기(구 상상플러스)'등
스포츠와 예능 전반에서 활약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입사하고 만 5년간은 주 7일 근무를 했어요.
매일 생방송을 하고 주말에는 라디오와 교양 프로그램 MC를 맡다 보니 어느 순간 좀 가벼워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모교와의 인연은 그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됐다.
2014년 방송인으로서 고민이 많던 이 동문에게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에서 공부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한 것은 KBS의 선배 PD였다.
예쁘게 차려입고 카메라 앞에서 스크립트를 읽는 일상을 벗어나 처음으로 스스로를 돌아보고 내실을 키우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 길로 사직서를 내고 대학원에 입학했다.
모범생으로 살아온 그에게 프리 선언은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안정적인 직장과 인기 프로그램을 뒤로 하고 퇴사를 결정한 이유 중에는 '이지애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그는 늘 인터뷰어가 되고 싶었다.
아나운서를 준비할 때부터 입사지원서에 써냈던 최종 목표였다.
길가에서 생선을 파는 노점상 할머니부터 동네 놀이터를 뛰노는 꼬마까지,
저마다 지니고 있는 수백 가지 이야기와 인생 철학을 듣고 전하는 방송인이 되고자 했다.
현재 메인 MC를 맡고 있는 스카이TV 채널 오라이프(OLIFE) 프로그램 '원더풀 마이 라이프'에서 이 동문은 그 꿈을 실현하고 있다.
인생 2막을 살아가는 시니어들의 일상을 통해 힐링과 감동을 주는 휴먼 예능 다큐멘터리다.
"누구나 자신만의 철학이 있잖아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친구가 되고,
또 그것을 전하며 저도 인생을 많이 배우고 있어요.”
2017년부터는 국군 장병을 대상으로 송출되는 국방FM '명상의 시간'을 진행하고 있다.
장교 출신 배우자 김정근 아나운서와 육군 홍보대사로도 활동 중이다.
매주 목요일 저녁 MBC 생방송 '연금복권 720+' 역시 부부가 함께 진행한다.
올해 3월부터는 LG헬로비전의 케이블TV 지역 뉴스에서 AI(인공지능) 버전의 이지애 아나운서를 만날 수 있다.
AI 스타트업 '딥브레인AI'가 딥러닝·영상합성 기술을 활용해 이 동문의 목소리와 어투, 표정,
제스처를 본떠 구현한 것으로 그가 직접 제작에 참여했다.
AI 아나운서는 실제 인간 아나운서가 스튜디오에 없어도 방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주로 뉴스, 날씨, 생활정보를 전달하고 있는 'AI이지애'는 추후 재난방송, 정책 브리핑, 비대면 행사 중계 등에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제작이 보통일이 아니었어요.
하루 6~7시간씩 서서 뉴스 프롬프터 읽기만 스무 번 가까이 했어요.
그 과정을 거쳐 또다른 '나'가 탄생하니 신기했죠.
아나운서가 바로 투입되기 힘든 재난 상황이나 긴급 속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AI 아나운서는 이 동문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MBN과 YTN은 각각 김주하, 변상욱 앵커를 모델링한 AI 아나운서를 뉴스에 투입했다.
AI 아나운서 도입 사례가 늘어날수록 인간 아나운서가 설 곳이 줄어드는 건 아닐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일정 부분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우리 아나운서들이 경쟁력을 키워야겠죠.
세상이 많이 바뀌었어요.
방송 환경이 달라졌고 아나운서의 이미지가 예전처럼 정적이고 어렵지만은 않잖아요.
AI가 따라올 수 없는 개개인의 캐릭터와 콘텐츠로 승부해야 하는 시대예요.
아나운서의 프리 전향이 자연스러운 일이 된 것도 이런 이유가 작용했다고 봐요.”
이 동문에게 꿈은 도전의 원동력이다.
그는 우리가 자라면서 '꿈이 뭔가요?'라는 질문을 듣는 횟수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꿈을 이뤄서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뭔가를 꿈꾸기 늦은 나이라 생각해서다.
그러나
"꿈은 이뤘을 때 끝나지 않고 오히려 작은 꿈들을 만들어갈 때 더욱 빛난다"고 이 동문은 말한다.
그래서 그의 꿈은 '계속 꿈꾸는 사람'이다.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목표가 없으면 늙은 거라고 누군가 그러더군요.
아나운서라는 목표를 이뤘으니 이젠 새로운 것을 창출하며 살 수 있다면 큰 복일 것 같아요.
후배들을 위해 강의나 책을 통해 제 경험을 나누고,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두 아이 엄마로서 아이들을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 키우는 일도 중요하고요.
더 많이 도전하고,
소소한 행복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출처 - 한양대동문회보 https://blog.naver.com/hyanews/222570853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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