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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거-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왜 제 책을 하나도 안 읽으셨어요?

by 탄천사랑 2021. 5. 6.

존 버거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왜 제 책을 하나도 안 읽으셨어요?

나는 또 다른 인생을 보여주는 책들을 좋아했어. 
내가 읽은 책들은 다 그런 거야. 
전부 진짜 인생을 다루지만, 

접어 뒀던 부분을 다시 찾아 읽어도 그건 나에게 일어난 인생은 아니었지. 
책을 읽을 때면 모든 시간 감각을 상실했어. 

여자들은 항상 다른 삶을 궁금해 하는데, 
대부분의 남자들은 지나치게 야심이 큰 나머지 이걸 이해 못해. 
다른 삶, 
전에 살았던 삶, 
살 수도 있었던 삶. 

그리고 난 너의 책이, 
또 다른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상상만 하고 싶은 삶, 
말없이 나 혼자 상상해보고 싶은 그런 삶에 대한 것이길 바랐어. 
그러니까 읽지 않은 편이 더 나았지. 

서점의 유리창을 통해 네 책을 볼 수 있었단다. 
내겐 그걸로 충분했어.
요즘은 헛소리를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아,  

 

뭘 쓰더라도 그게 뭔지를 당장에 아는 건 아니야. 
늘 그랬어. 

어머니가 말한다. 
다만 네가 거짓말을 하는지, 
아니면 진실을 말하려고 노력하는지, 
그것만큼은 알아야 해. 
더 이상은 그걸 혼동하는 실수를 용납할 여지가 없으니까.  - p50 -

 


존 버거 /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역자 / 강수정
열화당  / 2018. 07.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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