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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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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기억

by 탄천의 책사랑 2018. 11. 10.

 

 

 

 

연애의 기억 - 줄리언 반스 / 다산책방 2018. 08. 30.


나이 일흔이 되어 19세 소년이었던 자신을 돌아보며, 
26세 연상의 수전과의 사랑, 그리고 사랑의 다짐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회상한다.
맨 부커 상의 70대 노 작가의 사랑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사랑을 더 하고 더 괴로워하겠는가 아니면 사랑을 덜 하고 덜 괴로워하겠는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
여쨌든 절대 잊지 마요, 폴 도련님.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는걸. 
모든 사람에게, 
대실패로 끝났을 수도 있고, 
흐지부지되었을 수도 있고,
아예 시작조차 못 했을 수도 있고,
다 마음속에만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진짜에서 멀어지는 건 아니야. 
때로는, 그래서 더욱더 진짜가 되지. 
때로는 어떤 쌍을 보면 서로 지독하게 따분해하는 것 같아.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을 거라고는, 
그들이 아직도 함께 사는 확실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어. 
하지만 그들이 함께 사는 건 단지 자기만족이나 관습이나 그런 것 때문이 아니야. 
한때, 그들에게 사랑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야. 
모두에게 있어. 
그게 단 하나의 이야기야.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꾸지람을 들은 기분이다.
수전에게 꾸지람을 들었다는 게 아니다.
인생에게 꾸지람을 들었다는 거다.  

++

당신은 나이 열아홉에 사랑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깊었겠느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열아홉 살짜리 자아는 법정의 평결을 바로잡을 것이다. 
사랑을 '이해하는 것'은 나중에 오는 것이고, 
사랑을 '이해하는 것'은 현실성에 근접한 것이고, 
사랑을 '이해하는 것'은 심장이 식었을 때 오는 것이다. 
무아지경에 빠진 애인은 사랑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경험하고 싶어 하고, 
그 강렬함, 
사물의 초점이 또렷이 잡히는 느낌, 
삶이 가속화하는 느낌, 
얼마든지 정당화할 수 있는 이기주의, 
욕정에 찬 자만심, 
즐거운 호언, 
차분한 진지함, 
뜨거운 갈망, 
확실성, 단순성, 복잡성, 진실, 진실, 사랑의 진실을 느끼고 싶어 한다.   

사랑과 진실. 
그것이 나의 신조였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고, 나는 진실을 본다. 
그렇게 간단해야 한다.  

++++

사물이란, 
한번 사라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이제 그는 그것을 알았다. 
한번 날린 주먹은 거두어들일 수 없다. 
한번 뱉은 말은 도로 삼킬 수 없다. 
아무것도 잃지 않은 듯, 
아무것도 하지 않은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듯, 계속 살아갈 수는 있다. 
그걸 다 잊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가장 깊은 핵은 잊지 않는다, 
그 일로 인해 우리가 영원히 바뀌어버렸기 때문에. 

 

 [t-18.11.10.  20221103-135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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