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돈 되는 세상 - 한정판 구매 후 되파는 ‘리셀테크’

·「매일경제 Citylife 제649호」

 

한정판 구매 후 되파는 ‘리셀테크’

 

밤새며 구매, 취미가 돈 되는 세상

‘리셀테크’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 리셀테크는 구입했던 물건을 되판다는 ‘리셀(resell)’과 재테크의 ‘테크(tech)’를

합친 말이다.  한정판 상품을 사들인 뒤 차익을 붙여 되파는 재테크를 의미한다.   과거 리셀은 단순한 개인 대 개인

의 거래였다. 최근 들어 리셀을 전문적으로 하는 ‘리셀러’가 늘어나는 추세다. 신발이 리셀러의 대표적인 상품이다. 

글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 사진 매경DB

 

 

올해 초 서울 강남역 나이키 신발 매장 앞에서는 새벽부터 줄을 선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대부분 20~30대 젊은

층이었다.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한정판 운동화 ‘나이키 에어맥스97 실버 불릿’을 판매한다는 소식에 리셀러들이 모

여들었다.  이 같은 한정판은 보통 구매 수량 제한을 둔다. 해당 운동화 가격은 19만9000원이었다. 한정판 판매가 끝

난 이후 거래가격은 35만 원까지 뛰었다. 켤레당 15만 원, 단 번에 75% 수익을 낸 셈이다.

올해 초 선보인 ‘나이키 에어조던3 서울’은 23만9000원에 판매됐다. 리셀가는 100만 원을 훌쩍 넘었다. 이 농구화는

나이키가 1988년 출시한 ‘에어조던 3’와 1988년 서울올림픽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태극기와 한글 디

자인이 담겨 더 큰 가치를 인정받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러한 리셀링은 취미가 재테크가 된 경우이기도 하다. 새로운 운동화가 좋아 사들이기 시작했는데 가격이 뛰는 것

을 보고 재테크에 나서게 되는 식이다.

리셀링 상품 종류는 다양한다.  지난 2015년 11월 판매된 SPA 브랜드 H&M과 명품 브랜드 발망의  컬래버레이션 제

품도 화제였다.  출시 5일 전부터 대기줄이 만들어지더니 판매 당일 새벽 400여 명까지 늘어났다.  이날 판매된 제품

상당수는 인터넷을 통해 기존 가격보다 4~5배 비싼 가격에 재판매 됐다. 지난해 6월과 7월 ‘루이뷔통×슈프림’ 한정

판 1, 2차 판매 때도 리셀러가 몰렸다. 한정판 제품들은 수십 만 원에서 수백 만 원의 웃돈이 얹어졌다.

장난감도 리셀링 대상이 된다. 레고가 좋은 사례다. 레고와 재테크를 합쳐 ‘레테크’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레고는 판

매기간이 어느 정도 경과한  모델은 잘 팔려도 생산을 중단한다.  종류가 엄청 많아 생산라인을 오래 유지하기 어려

워서다. 때문에 일정 모델은 자연스럽게 구하기 힘든 ‘한정판’이 되고 가격이 뛴다. 심지어 레고 재테크가 주식 수익

률보다 높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물론 모든 레고 가격이 오르지는 않는다. 소장가치가 높거나 마니아 층이 두터울 때만 가격이 뛴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2007년 발매된 ‘밀레니엄 팔콘’은 정가가 500달러(약 56만 원)였다. 보관 상태에 따라 현재 6

00만~700만 원에 거래된다. 수익률로 따지면 1200%다.

레테크 포인트는 생산을 중단할 시점에 가격이 오를 만한 모델을 골라내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한 개봉하지 않고 깨끗하게 보관해야 한다.   포장을 뜯어 사용한 제품과 미개봉 제품 가격 차이는 천정부지  벌어진

다. 보통 ‘레테크 달인’들은 본인이 쓸 취미용 한 개와 판매용 2~3개를 사둔다고 한다.

오래된 만화책도 인기다. 1940~60년대에 나온 국내 만화책은 100만 원 이상의 가격에 거래된다.  한정판 피규어(캐

릭터 인형)도 적게는 몇만 원에서 많게는 2000만~3000만 원대 시세가 형성됐다. 이 밖에 오래된 동전, 다육식물, 와

인, 위스키 등도 취미가 재테크가 된 사례로 꼽힌다. 

 

한정판 재테크를 맹신해선 안된다. 앞서 언급했듯 ‘귀하게 대접받을’ 상품을 고르는 안목이 핵심이다. 운동화도 찾는

이가 없으면 당연히 가격이 떨어진다. 레고도 마찬가지다. 한정판 판매가 투기를 부추긴다는 비판 역시 새겨들을 필

요가 있다. 투기 수요가 몰려 실제 가치 이상으로 가격이 형성될 수 있어서다.     - p18 -

 

 

글 -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 

사진 - 매경DB

출처 - 매일경제 Citylife 제64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