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으로 인도하는 질문여행 - 전명윤 / 홍익출판사 2017. 02. 10.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무덤에 묻히고 싶어'라는
죽음을 앞둔 황후의 한마디는 나비효과처럼 온 인도를 바꿔놓는다.
델리에서 불과 199킬로미터,
이 정도면 서울에서 대전까지의 길이니 차로 2시간,
KTX로 1시간이 걸려야 하는 게 한국인의 시간 개념이겠지만.... 땡볕의 5월,
뜨겁게 달궈진 기차는 3시간째 느릿느릿 북인도의 평원을 내달리고 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도, 객차 내 스피커가 설치되지 않아 지금이 어디쯤인지,
왜 이 벌판에서 갑자기 섰는지를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인도인들에게 물어봤지만 그들 또한 추측일 뿐 뾰족한 답을 모르는 건 매한가지다.
말하기 좋아하는 이 사람들은 기차가 왜 섰냐는 질문의 답을 구하기 위해 자기들끼리 토론을 하다가,
급기야 언성이 차차 높아진다.
기차에서 가장 역동적이어야 할 차창의 풍경은 멈춰 있고,
기차 안의 승객들은 외려 신이 나서 한바탕 떠들었다.
앞 역에 정차한 기차의 출발이 늦어지기 때문이라는, 누가 들어도 그럴듯한 답이 나왔다.
그쯤에야 기차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쩍 마른 건기의 아부나 강이 눈에 들어왔다.
아부나 강이 보인다는 건 아그라에 거의 도착했다는 이야기다.
델리에서 출발한지 4시간 20분이 지나서야 기차는 아그라 역에 정차했다.
대략 1시간에 45킬로미터를 가는 꼴이니 느리긴 정말 느리다.
이 푹푹 찌는 날씨에 굳이 아그라까지 행차한 것은
타지마할 건너편에 새로 생겼다는 메탑 벽에서 타지마할로 지는 석양을 감상하기 위해서다.
타지마할.
인도 건축의 금자탑 중 하나이자, 한 사내의 사랑이 비극적으로 승화된 공간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에 묻히고 싶어’라는,
죽음을 앞둔 황후의 한마디는 그야말로 나비효과처럼 온 인도를 바꿔놓았다.
아내의 뜻을 받든 남편은 하필이면,
당시 전 세계 생산량의 30퍼센트가량을 만들어내는 대제국 무굴의 황제였다.
누군가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저 멀리 이탈리아부터 중국까지 아우르는
희귀한 건축 자제와 최고의 전문가들이 아그라의 무덤 공사장으로 모여들었다.
그나마 타지마할의 대부분을 이루는 대리석 산지가 아그라에서 겨우 360 킬러미터 떨어져 있었다는 게,
당시의 백성들에겐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을지 모른다.
타지마할은 1626년 건설을 시작해 약 22년의 공사 끝에 1648년 완공되었다.
인도 역사상 최대 혹은 최악의 건축광으로 명성을 날린 황제 샤 자한은
같은 시기 타지마할만 건설했던 게 아니다.
타지마할이 완공되던 때 현재 델리에 있는 붉은 성이 완공되었고,
현재까지도 인도에서 가장 큰 모스크인 자마 마스지드도 지어졌다.
[t-17.03.11. 20220302_15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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