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 에어비앤비 / 에어비앤비 2016. 07. 18.
순간을 믿는 여행자.
벌써 여섯 시간째 달리고 있다.
아름답다 못해 경외를 불려 일으키는 험준한 바위 산맥들,
마치 설탕 사막처럼 눈으로 뒤덮인 끝없는 고원들,
한번 들어서면 100km를 넘게 직진인 도로.
차는 한 대도 없고, 날은 점점 어두워진다.
간신히 발견한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넣으려고 하니,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단다.
아슬아슬하면서도 스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이틀 전 치른, 결혼처럼.
영원할 수 있지만 한편으론 꺠어지기 쉬운,
모순이 가득한 약속을 한 우리가 함께 온 첫 장소,
아이슬란드 우주에 가본 적은 없지만, 우주가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서로의 존재가 만나 함께 하자는 영원의 약속을 하기에 이만한 곳이 또 없다는 생각아 든다.
흘러들어온 바다 위 집들의 반짝이는 불빛이 조금씩 보이고,
에어비앤비 호스트와 통화하면서
"저는 링고의 남편입니다"라고 말하는 남편의 낯선 영어발음을 들으니 마음이 놓인다.
아기자기한 빨간 서랍으로 가득한 주방에서 호스트의 식재료로 파스타를 해 먹는다.
그녀가 선곡해 놓은 음악도 찾아 틀고, 가볍게 맥주도 곁들인다.
우주와 별을 좋아하는 남편은 오늘도 오로라 예보를 보고 있다.
사실 오로라에 대한 기대가 시들해질 만큼, 풍경만으로 완벽하게 매료된 나는 이제 졸리다.
그러면서도,
"오로라가 나오면 꼭 깨워줘."라고 했으니 볼 수 있겠지?
새벽 네 시쯤 되었을까,
"오로라야"라는 남편의 말에 달려나갔지만오로라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
하지만 아쉽지 않다.
오로라보다는 나를 깨워주던 남편의 나지막한 목소리와 북쪽의 별들이 쏟아지는 지금
이 순간이 몇 배는 더 아릅답다.
출발한 이상 가야 한다는 것,
어떤 위험이 있더라도 나아가야 한다는 것,
그 과정은 때로 상상 이상으로 무섭지만 늘 그렇듯 아름답다.
어느덧 새벽 다섯 시,
잠이 깬 나는 내내 밤하늘을 본다.
오로라보다 더 아름다운, 우리의 오늘을 기억하며.
글 - 에어비앤비 여행자 / 순간을 믿는 여행자 이하영
[t-16.08.20. 20210807_053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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