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위하여 -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 7 / 문학동네 2013. 06. 04.
그 남자네 집
나는 그날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의 아름다운 얼굴에서 창백하게 일렁이던 카바이드 불빛,
불손한 것도 같고 우울한 것도 같은 섬세한 표정,
두툼한 파카를 통해서도 충분히 느껴지는 단단한 몸매,
나는 내 몸에 위험한 바람이 들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피차 동정 같은 건 하지 않았지만 닮은 불운을 관통하는 운명의 울림 같은 걸 감지한 건 아니었을까.
나는 마치 길 가다 강풍을 만나 치마가 활짝 부풀어 오른 계집애처럼 붕 떠오르고 싶은 갈망과
얼른 치마를 다독거리며 땅바닥에 주저앉고 싶은 수치심을 동시에 느꼈다.
[t-14. 07. 06. 20240704-135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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