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여(가천대학교 총장) - 아름다운 바람개비」
나의 빚
어느 날, 친구들 모임에 나갔는데 한 친구가 새로 장만한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나왔다.
너 나 할 것 없이 한 번씩 끼어보며 그 찬란한 빛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나도 여자인지라 그 영롱한 빛깔이 아름답긴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 다이아몬드 반지 가격이 자그마치 3천만 원이나 한다는 것 아닌가.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머릿속에는 그 돈이면 초음파 진단기를 한 대 더 살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속적인 기준으로 볼 때 사람들은 내가 어지간한 재산가에 속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나의 재산은 내 것이 아니라 모두 공익 재산이다.
내가 돈을 벌기로 작정했다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럴 기회도 충분했고, 또 사업운도 좋았다.
하지만 나는 사재를 쌓기 위해 살아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길 의료재단과 가천대학교를 설립하고 인수하면서 내 재산을 모두 공익법인에 기부했다.
그래서 내개는 나를 위한 개인 재산이 없다.
돈은 선한 것이다.
돈을 천하게 여기거나 경시하지 않고 소중히 여기고 잘 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다만 정직한 방법으로 벌어야 한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라는 말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무조건 벌라는 뜻이 아니라
일의 귀천을 따지지 말고 열심히 노력해서 벌라는 뜻이다.
돈은 버는 것 못지않게 쓰는 일도 중요하다.
내 재단은 이 사회가 제공한 인프라와 여러 사람들의 노동에 힘입은 결과물이다.
내 돈은 내 것이 아니라 세상이 잠시 나에게 맡긴 것이다.
돈은 본질적으로 공공재다.
그래서 책임감을 갖고 잘 써야 한다.
돈을 쓴다는 것은 내가 잠시 맡은 돈을 세상에 돌려주는 것이다.
나는 내 재산에 대해 나와 내 가족들이 먹고 살면서 품위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 외에는 어떤 식으로든 이웃과 세상에 다 돌려주어야 할 부채다.
그리고 나는 그 부채를 대한민국의 의료 발전과 학교 발전, 더불어 인재 양성을 위해 갚고 싶다.
이길여 - 아름다운 바람개비
메디치미디어 - 2012. 01.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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