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일상 정보/사람들(인물.

· C.S. 루이스-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저자의 말

by 탄천사랑 2009. 7. 18.

「클라이브 스테이플스 루이스(Clive Staples Lewis) - 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

 


저자의 말
큐피드와 프시케의 사랑 이야기는 현재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라틴어 소설 중 하나인
아풀레이우스Lucius Apuleius의 
<변신 Metamorphoses(황금당나귀 Golden Ass라고도 불린다)>에 처음 나온다.
이야기는 대략 다음과 같다.


어느 왕과 왕비에게 세 딸이 있었는데 그증에서도 막내딸이 너무 아름다워 
사람들이 비너스에게 경배하는 일을 다 잊어버릴 지경이었다.
그래서 프시케(막내딸의 이름)에게는 구혼자가 없었다.
남자들이 그녀를 신으로 우러러본 나머지 감히 청혼할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왕이 딸의 혼사에 대해 아폴로에게 신탁을 청하자 다음과 같은 대답이 주어졌다.

"너는 인간을 사위 삼지못할 것이다.
 프시케를 산 위에 두어 용의 제물이 되게 하라."

왕은 그 명령에 순종했다.
그러나 비너스는 프시케의 아름다움을 질투하여 또 다른 형벌을 생각해 놓고 있었다.
여신은 아들 큐피드에게 
프시케가 가장 천한 남자를 향해 욕정을 불태우게끔 화살을 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명령을 수행하러 간 큐피드는 그 자신이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래서 프시케가 산에 버려지자 서풍의 신(제피로스)을 시켜 
프시케를 싣고 비밀장소에 마련해 둔 자신의 장엄한 궁전에 데려다 놓게 했다.

그는 밤마다 그 궁전을 찾아가 프시케와 사랑을 나누었다.
그러나 자신의 얼굴은 보지 못하도록 엄히 금해 놓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프시케가 두 언니를 초청하게해 달라고 졸랐다.
신은 마지못해 허락하고 그들을 궁전으로 실어왔다.
궁전의 성대한 잔치에 초대받은 언니들은 그 호화찬란한 모습에 큰 기쁨을 표시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질투심을 이기지 못했으니,
자신들의 남편은 신이 아니고 자신들의 집은 동생의 집처럼 아름답지 못한 탓이었다.

그래서 언니들은 동생의 행복을 무너뜨리기 위한 계락을 꾸몄다.
그들은 다시 동생을 만나려 갔을 떄 남편이 틀림없이 끔찍한 뱀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밤 침실에 들 때 
 망토 속에 등불과 날카로운 칼을 숨겨 가렴."  언니들이 말했다.
"남편이 잠들었을 때 
 등불을 꺼내서 침대에 누워 있는 흉악한 몰골을 확인하고 
 칼로 찔러 죽여 버리는 거야."

언니들의 꼬드김에 넘어간 프시케는 그렇게 하마고 약속했다.
등불을 꺼내서 잠든 신의 모습을 본 프시케는 샘솟는 사랑으로 그를 바라보다 
그만 뜨거운 기름 한 방울을 그의 어깨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깜짝 놀라 깨어난 신은 빛나는 날개를 펼치고 아내를 꾸짖은 뒤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두 언니는 자신들의 사악한 성공을 오래 즐기지 못했다.
큐피드가 그들을 죽음으로 엄단했기 때문이다.
한편 가엾은 프시케는 혼자 정처 없이 떠돌다가 강에 이르자 빠져 죽으려 했다.
그러나 목신牧神 판이 나타나 그녀를 살려 주면서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말라고 엄명했다.
그녀는 여러 가지 고통을 겪은 후에 가장 지독한 원수인 비너스의 수중에 들게 되었는데,
비너스는 그녀를 노예로 잡아 놓고 매질을 헸을 뿐 아니라 
도저히 해 낼 수 없는 과업들을 맡겼다.

첫번째 과업은 여러 종류가 뒤섞여 있는 낟알들을 가려내서 각각 쌓는 것이었는데,
친절한 개미들의 도움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그 다음 과업은 사람을 해치는 양들의 황금털을 한 뭉치 뽑아 오는 것이었다.
덤불에 걸린 양털을 걷어 오면 된다고 강가의 갈대가 속삭여 주었다.
그 다음으로는 올라갈 수도 없는 높은 산을 넘어 
스틱스 강까지 가서 물을 한 잔 떠 와야 했는데,
가는 길에 만난 독수리가 그녀의 잔을 가져다가 한가득 채워다 주었다.
마지막 과업은 지하세계로 내려가 
저승의 여왕 페르세포네의 아름다움을 상자에 담아 비너스에게로 가져오는 것이었다.
어떤 신비로운 목소리가 
어떻게 하면 페르세포네에게 갔다가 무사히 이승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 알려 주었다.

돌아오는 길에 
온갖 사람들이 동정심을 유발하며 간청을 하더라도 전부 거절하라는 것이었다.
또 페르세포네가 준 상자(아름다움이 가득 담긴 상자)를 받았을 때 
절대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안 된다고 했다.
프시케는 이 모든 지시사항을 준수하며 상자를 들고 이승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
그만 호기심을 참지 못해 상자 속을 들여다보고 말았다.
그녀는 곧 정신을 잃었다.

그때 큐피드가 돌아와 그녀를 용서해 주었다.
큐피드는 주피터와 협상을 벌여 결혼을 허락받았고 프시케는 여신이 되었다.
비너스와도 화해하여 그 후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다.


이 이야기에서 내가 핵심적으로 바꾼 부분은 
프시케의 궁전을 보통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곳으로 '만든'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처음 읽은 거의 그 순간부터 
이 궁전은 반드시 보이지 않아야만 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런 경우에도 '만들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모르겠다.
이런 변화에 따라 자연히 내 여주인공의 동기는 더 애매해졌고 
성격도 달라졌으며 결과적으로 이야기의 특질 전체가 바뀌어 버렸다.

나는 거리낌 없이 아풀레이우스의 이면을 파고들 수 있었는데,
내가 보기에는 아풀레이우스 
또한 이 이야기의 창작자가 아닌 전달자였기 때문이다.
내 목적은 
<변신(피카레스크 소설, 오싹한 희극, 비결秘訣, 포르노, 
  문체적 실험이 기묘하게 뒤섞인 조합물)>의 묘한 특질을 되살리려는 것이 아니다.
물론 아풀레이우스는 천재적인 작가였지만, 
이 작품을 쓸 때에는 하나의 '자료'로만 활용했을 뿐 '영향'을 받거나 '모범'으로 삼지 않았다.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의 <지상의 천국The Earthly Paradise>과
로버트 브리지스Robert Bridges의 <에로스와 프시케Eros and Psyche>는 
아풀레이우스의 이야기를 좀더 충실히 따르고 있다.
내가 보기에는 어느 쪽도 두 사람의 최고 작품은 아니다.
<변신>은 최근에 로버트 그레이브스Rober Graves가 완역해 놓았다. 
(Penguin Books. 1950)
※ 이 글은 <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저자 - C. S. 루이스(Clive Staples Lewis) - 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
역자 - 강유나
홍성사 -  2020. 05. 2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