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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명상의글(종교.묵상.좋은글./산책

정채봉. 류시화 - 작은이야기 1 / 작가의 글

by 탄천사랑 2008. 5. 28.

 

 

작은 이야기 1 - 정채봉. 류시화 / 샘터(샘터사) 1997. 11. 25.

작가의 글
당신한테만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특별히 마음 쓸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편안히, 나무 밑에 앉아 있으면 나무 밑에 앉은 그대로, 
의자에 앉아 있으면 의자에 앉은 그대로, 차를 타고 가는 중이면 차를 타고 가는 그대로, 
그냥 지금 그대로에서 허리띠를 한 구멍만 풀어놓으면 평안해지듯이 그렇게 마음에 약간의 여유만 주면 됩니다. 

자. 시작할까요? 당신한테만 묻겠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당신의 그 일은 행복합니까? 
무슨 배부른 소리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군요. 
살아가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벅찬데, 오늘 속은 일도 분한데 무슨 딴 세상 이야기냐고. 물론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럼 결론부터 우리말을 하지요. 
이 세상은 행복하기 위하여 있다는 사실입니다. 

당신의 행복을 위하여 우리 두 사람은 이 책을 엮기로 하였습니다. 
당신이 사랑에 속눈을 뜨고, 좌절에서 희망을 보며 고통에서 진정한 기쁨을 일구어 내는 데 힘이 되고자 
사금을 체로 걸러 내는 일 못지않게 혼신의 노력을 다하였습니다. 

당신은 그동안 허상에 이끌려 다녔을지도 모릅니다. 
돈이 있어야, 권력이 있어야, 공부를 잘해야 그 길로만 행복이 오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기도 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 이 책을 보십시오. 
돈이 없어도, 권력의 하수인이 아니어도, 공부를 못해도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사랑을 지키며, 
역풍을 받을수록 더욱 치열하게 살며, 
새끼 새 한 마리 구한 것을 어떤 훈장보다도 더 값지게 생각하며 '나는 행복하다'라고 환호하는 사람들. 
먼 데서 가 아닌 우리 땅의 그분들을 당신에게 소개하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 두 사람은 
아름다움이 가시 돋친 이 엉겅퀴 세상을 구원한다는 소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찾는 일과 전하는 일 또한 우리의 기쁜 사명이기도 합니다만 
당신이 이 책을 당신 곁의 한 사람에게 전하여 
그 사람의 가슴속에 뿌리내려 있는 엉겅퀴를 뽑아내고 꽃나무를 모종케 해준다면, 
그렇게 계속해 나간다면 머지않은 앞날에 우리의 지상은 행복한 꽃세상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 행복한 믿음을 가지고 당신과 미소를 교환하는 지금이 진정 소중하군요. 
행복한 시간입니다.  고맙습니다. ​     - 엮은이 정채봉. 




이 책을 엮고 나서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려면 땅을 고르고 잡초를 뽑아내야 한다. 
그다음엔 마음의 정원에다 사랑과 명상, 친절과 선, 그리고 지혜의 씨앗들을 심고 잘 가꾸어야 한다. 
이런 일을 꾸준히 실천한다면 당신의 영혼은 차츰 향기로워질 것이고, 
당신의 삶 역시 크게 달라질 것이다.    - 그렌빌 클라이저.     


인생의 마지막에 이르러 우리는 우리가 소유한 땅의 크기보다 
그 땅에 어떤 씨앗들을 뿌렸는가를 기준으로 심판받게 될 것입니다. 
그 씨앗들이란 자연주의자 그렌빌 클라이저가 말한 대로 사랑과 명상, 
친절과 선, 그리고 지혜의 씨앗들입니다. 

우리 두 사람이 엮은 이 책에서 당신은 바로 그러한 씨앗들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 씨앗들이 당신이 소유하고 있는 마음의 밭에도 심어져 
당신의 삶을 행복하고 풍요롭게 만들기를 희망합니다. 
이 책을 엮으면서 우리는 가능하면 각각의 글들을 원문 그대로 싣고자 노력했습니다. 
어찌 보면 우리가 한 일은 많은 감동적인 글들을 주제별로 나눈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가족, 평범한 행복, 함께 사는 삶, 시련을 딛고, 잊을 수 없는 사람 등이 우리가 정한 주제입니다. 

하지만 글쓴이의 문장력이 어떠하든 그 본래의 글에 손대지 않으려고 우리는 노력했습니다. 
그 속에 담긴 순수한 감동을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여기 실린 글들은 20년 전에 써진 것도 있고 지난달에 발표된 것도 있습니다. 
글쓴이에 대한 소개는 그 글이 써졌던 당시의 것을 그대로 실었습니다. 
따라서 20년 전에 학생이었던 사람은 지금 교수가 되었을 수도 있고, 
공군 소위였던 사람은 대장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나이 들어 중년의 가장이 되었을 수도 있고, 

글 속에 등장하는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셨을 수도 있습니다. 
물가도 달라지고 교통 시설도 많이 변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은 것들이 있다는 걸 이 글들을 통해 우리는 느꼈습니다. 
가족의 사랑, 희생, 나눔, 평범한 삶에서 엮어지는 행복이 그것입니다. 

인간끼리의 진정한 소통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다는 진리를 우리는 새삼 깨달았습니다. 
종교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불교에 대해 묻는 서양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따르는 종교는 아주 단순합니다. 사랑과 친절이 곧 나의 종교입니다." 

우리 두 사람은 당신이 이 책을 읽고 그러한 종교의 실천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우리가 이 책을 만들면서 즐거웠듯이 당신 역시 즐겁게 읽어 주기를 바랍니다. 

- 류시화.


※ 이 글은 <작은 이야기 1>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08.05.28.  20230501_155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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