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이야기 - 안미경 / 바오로딸 2005. 11. 05.
머리말
어릴 때 주일학교 선생님이 하신 질문이 생각납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그 질문은 아직도 저를 따라다니며, 가끔 생각이 나곤 합니다.
정답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사랑' 이었습니다.
선생님 자신은 젊은 시절에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정의'라고 생각하셨답니다.
하지만 살아보니 '사랑'이 맞더라는 뭐, 그런 이야기를 하셨던 것 같습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저에게는 너무 수준 높은 이야기였지만
저 역시 살아오면서 항상 '정의'와 '사랑'을 양손에 놓고 저울질을 해보곤 했습니다.
이제 불혹의 나이를 넘어가면서 '정의'와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되묻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자기 나름대로의 '정의'로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내가 옳다'라는 신념으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나처럼 살려고 외치는지요?
하지만 조금만 더 자신에게 정직해진다면 그 '정의'가 단순히 '내가 옳으니 내 뜻대로 하라'라는
의미의 다른 표현임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사랑'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라는 것을 또 어떻게 보여줄 수 있습니까?
우리 모두는 '너를 사랑해'라고 말하면서 '나를 사랑해 줘'라고 말하는 것은 아닌지,
자주 자신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 역시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제 나름대로의 정의와 사랑을 갖고 살아왔습니다.
허나 채워지지 않는 욕구로 또 얼마나 많이 상처받고 아파하며 살아왔는지도 모릅니다.
그 고통과 아픔이 오로지 다른 사람들의 잘못인 양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비난하고 상처 주었는지 모릅니다.
에니어그램이란 도구는 이런 저에게 아주 커다란 의식의 전환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진정한 나의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볼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에니어그램이라는 도구로 자신을 성찰하면서,
그런 저의 부족함을 인정할 때 오히려 자유로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사실 저의 약점을 인정하기란 그리 쉽지가 않습니다.
열등감을 심화시키고 부정적인 자아상을 확대해서 저의 존재 가치가 더 없어지는 것만 같으니까요.
하지만 저의 부족함을 받아들일 때 그때 주님께서 저의 빈자리를 다 채워주십니다.
저의 약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때야말로 주님의 도움을 청할 때이니까요
그리고 주님은 죄인의 청을 절대로 거절하지 않으십니다.
제가 얼마나 정의롭지 못한지, 제가 얼마나 남을 사랑할 줄 모르는지 고백할 때
비로소 주님께서 얼마나 저를 사랑하시는지 깨닫게 됩니다.
나아가 제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이런 저를 견뎌주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됩니다.
물론 매 순간 이렇게 깨달으며 살아가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어떤 움직임이 일어날 때(화가 나거나 우울하거나 무기력해질 때 등등)
'왜 이러지?' 하고 제 안을 들여다봅니다.
또 어떤 상처 때문에 이러는 건지,
아니면 또 뭘 바라는 건지, 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차근차근히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지난 8년간의 이 작업은 저에게 많은 고통과 괴로움을 안겨주었습니다.
동시에 기쁨과 평화, 자유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럼에도 저의 약한 모습을 또 인정해야 할 때면 아직도 등에 식은땀이 흐릅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들 예수님의 피 흘림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신 것처럼,
우리 역시 우리의 자녀와 친구, 남편, 아내, 직장 동료들과의 끈적거리기도 하고
피 흘리기도 하는 관계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정의'와 '사랑'을 증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 혼자만의 '정의'와 '사랑'은 진정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저에게 에니어그램이라는 좋은 도구와 많은 사랑을 가르쳐 주신
한국 에니어그램 연구소의 소장님 박정자 수녀님께 무한한 감사를 표합니다.
또 부족한 저를 25년간이나 참아준 저의 남편과 아들들에게도 진정한 사랑과 감사를 보냅니다.
이뿐 아니라 뜻을 함께 모아 동고동락한 우리 연구소 식구들,
전국 방방곡곡에서 열심히 함께 내적 여정을 하고 있는 수많은 수강자 여러분,
이 책이 나올 수 있도록 애써주신 바오로딸 수녀님들,
아이들에 관한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제공해 준 허윤 양과 원선영 씨,
그리고 늘 저에게 힘을 북돋아 주는 이웃집 아줌마까지 모두 감사드리고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주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평화를 주시기를 진심으로 뜨겁게 기도드립니다.
이 글은 <성격 이야기>의 일부 내용을 필사한 것임.
[t-08.10.29. 20221013-1645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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