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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성장교육(인문.철학.교양./부부로 산다는 것

5 - 050. 다시 태어나도 함께할지 생각해 보는 것

by 탄천사랑 2008. 3. 20.

·「최정미 외  - 부부로 산다는 것」

 

 

꿈을 함께 이루어가는 행복 / 다시 태어나도 함께할지 생각해 보는 것
"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의 배우자와 다시 살겠습니까?"
텔레비전 진행자가 한 노부부에게 물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한참 동안 서로의 눈치를 보다가 할머니가 먼저 대답했다.

"어떻게 또 다른 사람을 만나 마음 맞추고 삽니까. 그냥 또 살고 말지"

방송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할아버지를 의식해서인지, 할머니의 답변은 평범했다.
그녀는 궁금했다.
'저 할머니 말씀이 진심일까 아니면 할아버지 눈치를 보시느라 그런 것일까'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그녀의 시누이는 그런 얘기만 나오면 손사래를 쳤다.


"에구, 내가 미쳤다고 저런 인간하고 또 산단 말이야?
 한평생 같이 사는 것도 소름이 돋는데, 다음 세상에서는 절대로 같이 못 살지.
 한 번 살아봤으니까, 다시 태어난다면 다른 사람하고 살아봐야겠지.
 지금은 애들 때문에 꾹 참고 살지만, 
 다음 세상에서는 나도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더 좋은 사람 만나서 원 없이 살아봐야지"

얼마 전, 부부 다섯 쌍이 야유회를 갔다. 
술이 몇 순배 돌고 나자, 누군가 그녀에게 물었다.

“효진이 엄마 아빠는 언제 봐도 잉꼬부부 같은 데, 
 이다음 다시 태어난다면 어쩔 거예요? 물어보나 마나겠죠?”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자 다소 과장되게 내뱉고 말았다. 

“아니, 무슨 그런 악담을 하시나요. 
 멀리 옷자락만 보여도 달려가서 이승에서 못 갚은 원수를 꼭 갚고 말 텐데…” 

그녀가 대답을 하고 뒤를 돌아보니, 아뿔싸 이미 늦었다.
남편이 고기 접시를 들고 뒤에 서 있었다. 
모두 들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그날 저녁, 그가 정색을 하고 물었다.

"이것 봐, 너는 그동안 나랑 사는 게 원수랑 사는 것처럼 그렇게 고역이었어?
 나는 너 하나밖에 모르고 살았는데, 너는 그게 아니었단 말이지?"

그는 얼마나 속이 상했는지 저녁도 먹지 않은 채 베개를 들고 아이 방으로 건너가는 것이었다.
그녀는 장난으로 던진 말 한마디에 토라진 남편을 달래느라 무려 일주일을 빌어야 했다.
온갖 유머를 동원해 웃기려 했고, 평소 안 떨던 아양까지 떨었다. 
텔레비전을 같이 보던 남편이 물었다.

“이다음에 다시 태어나면 어쩔 거지?” 
“그야, 일편단심 당신 만나서 충성해야지. 됐지?”

그녀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속으로 웃었다. 
누군가 다시 묻는다면 이제는 이렇게 대답하기로 했다.

‘원수라고 하면 내세에서 부모 자식 간으로 인연 맺어질까 봐 무섭잖아요.
 그래서 복수하는 방법을 좀 달리 해보기로 했어요.
 만약에 다시 태어난다면 전국 방방곡곡을 헤집고 다니면서 찾아낼 거예요.
 신문 방송 광고까지 내가면서 악착같이 이 사람을 찾아내어서 
 또다시 결혼하고 아들 딸 구별하지 않고 생기는 대로 줄줄 힘닿는 데까지 낳을 거예요.
 그러고 나선 바가지 바득바득 더 많이 긁으면서 지지고 볶고 살 거예요.’ 

이것이 그녀의 진심이었다.
어쨌든 내세에 다시 만나 함께 산다면, 
그 만남 자체가 복수 아닐까 하고 그녀는 생각하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결혼은 치열한 삶의 현장입니다.
동화처럼 아름다운 장면이 펼쳐지는 경우는 없다고 보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매일 지지고 볶으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부부생활입니다. 
그러다 문득 희미하게 미소 지으면서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참 소중한 것 같다’고 말입니다. 물론 그 느낌은 금방 없어지죠.
행복은 그런 거라고들 합니다.  작은 일에 행복해하는 그 사람이 사랑스럽지 않은가요.


※ 이 글은 <부부로 산다는 것>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최정미 외  - 부부로 산다는 것
위즈덤하우스 - 2005. 10. 07.

 [t-08.03.20.  20210317-1721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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