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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성장교육(인문.철학.교양./부부로 산다는 것

5 - 048. 그녀의 잃어버린 이름을 되찾아주는 것

by 탄천사랑 2008. 3. 18.

·「최정미 외  - 부부로 산다는 것」

 

 

 

꿈을 함께 이루어가는 행복 / 그녀의 잃어버린 이름을 되찾아주는 것
"도대체 왜 그래? 밥 잘 먹고, 오랜만에 노래방 가서 잘 놀고 왔으면 됐지. 뭐가 불만인데 그래?"
"내가 뭘...., "

그녀는 계속 대답을 피했다.
그녀는 친구 부부와의 저녁식사를 마치고 온 다음부터 뭔가가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그들 부부와 친구 부부, 
모두가 즐거워했고 별다른 일이 없었는데도 그녀가 뾰로통하니 답답하기만 했다.

그녀는 불만을 자주 토로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다른 집들처럼
'누구네는 뭘 샀고, 누구네는 부인한테 뭘 해줬고'하는 일로 남편에게 따지고 들었던 적이 없었다.

그런 그녀가 삐쳐 있으니, 그는 걱정이 되었다.
자신이 부지불식간에 큰 실수를 한 것 아닌가 되짚어 봤지만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며칠 후 저녁때 맥주 한 잔 하면서 그녀에게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녀는 어렵사리 말문을 열었다.

그날 그의 친구가 자기 아내의 이름을 부르는데, 그게 그렇게 부러웠다는 것이었다. 
마침 그날 낮에 몸살 기운이 있어서 병원에 가서 차례를 기다리는데,
간호사가 부른 자신의 이름이 너무도 낯설어서 세 번이나 불린 다음에야 대답을 했다면서 울먹였다.
황당했다.
‘사춘기 소녀도 아니고, 겨우 그런 일로 며칠이나 내 속을 태웠단 말이야?’ 
화가 치밀었다.
행여 부부 싸움이라도 날까 봐 눈치를 보면서 탐색전을 벌인 것이 고작 이런 것 때문이라니.

"울 일을 가지고 울어라.
 남편이 너무 잘해 주니깐 별 쓸데없는 걸로 짜증 나게 하네!"

그렇게 쏘아붙이고 베란다에 나가니 그녀가 따라 나왔다.

"경미네는 오래 연애하고 결혼해서 그런지 언제나 편해 보여.
 그 사람들이 서로 이름 부르는 걸 보면 항상 부러웠어요.
 언제 당신이 내 이름 불러준 적 있어요? 
 언제나 ‘어이!’ 아니면 ‘민우 엄마’잖아. 
 내가 ‘어이’에요? 
 처음 결혼했을 때처럼 내 이름을 불러주면 얼마나 좋아.” 

그녀는 자꾸만 눈물이 나는지 베란다 바닥만 보면서 서 있었다. 

“시끄러워, 잠이나 자.” 

그는 퉁명스러운 한마디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그날 밤, 그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느라 새벽까지 잠을 못 이뤘다. 
6개월 사귀다 결혼해서 바로 아이 갖고 시부모님 모시고 살아왔던 그녀,
시어머니 반대로 7년 동안 다녔던 직장을 그만두었던 그녀.
큰살림하느라 친구들과 만나서 수다 한 번 떨어보지 못한 그녀,
언제부터인가 자기 이름을 잃은 그녀. 
'민우 엄마' 또는 '어이!'가 된 그녀.

오죽했으면 누가 자기 이름을 부르는데, 그것이 낯설게 여겨졌을까
그는 가끔이라도 아내의 이름을 불러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희생하느라 자신의 이름마저 잃어버렸던 그녀에게 이름을 찾아주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당신이 어떻게 부르냐에 따라 그녀가 달라집니다.
그녀는 때로 억척 아줌마가 되기도 하고 당신의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그녀가 달라졌다고 탓하기 전에 스스로 생각해 보세요. 
잃어버렸던 그녀의 이름을 되찾아주세요. 예전의 그녀가 돌아와 당신 앞에 설 것입니다. 
가슴 설레던 그 시절로 되돌아가 보세요. 준비가 되셨나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세요.

 

 


※ 이 글은 <부부로 산다는 것>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08.03.18.  20210307-154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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