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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호-행복편지/2만 5천원의 우정

by 탄천사랑 2008. 2. 28.

박시호 - 「행복편지」

 

 

한 친구가 결혼을 했답니다.
결혼식 날에 친구들이 많이 참석했습니다.
헌데 그 중 한 친구가 축으금으로 2만 5천원을 냈습니다.
신랑 되는 이가 기분이 언짢아서 그 친구에게


"야~ 임마,
  차라리 오질 말든지 2만 5천원이 뭐냐?" 

 

하며 화를 내고 말았고,

그 친구는 고개를 숙이며 피로연에 참석도 하지 않고 그냥 가버렸죠.

신랑은 그뒤 영 마음이 개운치 않아서 친구들과 술자리를 마련했답니다.
한데 그 친구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답니다.


며칠 후 다른 친구의 도움으로 그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일하는 곳은 뜻밖에도 초등학교 앞에서 붕어빵을 만들어 팔고 있었지요.
깜짝 놀란 친구가 '여긴 뭐하려 왔어?'하며 반기더랍니다.

어이가 없어서 '아! 어디 가서 소주나 한잔하자' 며 친구를 잡아 끌어 가까운 술집으로 가서

그 동안의 경황 얘기를 들었답니다.


잘나가던 사업이 하루아침에 부도가 나서 오갈 데 없이 쫓겨나 단칸세방에서 네 식구가 부비고 살고 있다고,
그리고 일자리도 구할 수가 없어서 붕어빵 장사를 하게 되었고,

집사람은 조그만 식당에 나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결혼식에 부조했던 2만 5천원은 두 식구가 하루 종일 번 돈이었다고....,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신랑은 고개를 숙이며 친구의 아품을 헤아리지 못하고,
모진말로 친구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며 눈물을 펑펑 흘렸답니다.
그리곤 그 친구가 사는 집을 가봤는데, 둘이 살아도 비좁은 방에 네 식구가 살고 있더랍니다.


친구부인이 어느새 조그만 술상을 차려 왔는데 부인은 앉을 자리가 없어서 밖에서 서있었답니다.
맘 같아선 친구랑 밤새도록 얘기하고 싶었지만 밖에 서 있는 부인이 안쓰러워서,
피곤한지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아이들이 안쓰러워, 더 머물지도 못하고 집을 나왔답니다.


나오면서 부인한테 지갑에 있는 돈 다 건네주고 오려는데,
친구가 그걸 보고 뭐하는 거냐면서 야단을 쳐서 되레 더 민망해서 돌아 왔답니다.
돌아오면서 그 친구가 축의금으로 부조했던 2만 5천원이 그렇게 커 보일 수가 없더랍니다.
25만원, 아니 250만원 보다 더 크고 소중하게 생각 되더랍니다.


그 축의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붕어빵을 만들어 팔았을 것이며,
그 부인은 또 얼마나 식당에서 힘들게 일했을까요.


요즘같이 경제가 어려운 시대에,
그리고 직장을 가진 사람들은 38선, 45정, 56도 시대를 살아가면서,
서로를 감싸주고 아껴주고,
주위를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을 것 같네요. (p17)


※ 이 글은 <행복편지>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행복편지 발행인 - 박시호
박시호 행복편지 - https://brunch.co.kr/@parksi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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