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영 -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어두워진 창밖에 눈발이 이리저리 휘날리고 있었다.
"버팔로는 아직도 겨울인가봐,
벌써 사월인데." 창밖을 내다보며 데이빗이 말했다.
"여긴 미국에서도 북쪽이잖아.
그래서 겨울이 아주 길고도 길지.
한국의 추위와는 전혀 다르다고.
얼마 전에는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도시의 나뭇가지들이 다 부러졌다니까."
"아,
그래서 버팔로 시내에 있는 나무들이 가지가 없었군."
"그런데 여행은 얼마나 한 거지?"
"시간이 참 빨라.
며칠 전에 온 것 같은데 벌써 넉 달이나 지난 걸 보면."
"벌써 그렇게 됐어?
그래, 미국 여행은 재미있어?"
"재미있어.
아니 솔직히 요즘은 재미보다는 걱정이 많이 돼."
"무슨 걱정?
돈 문제?"
"아니 돈 문제는 아니야.
그저 내가 이렇게 긴 여행을 해도 괞찬은가 하는 걱정."
"그게 무슨 소리야?
미래에 대한 걱정인가?"
"가끔 친구들한테서 온 메일을 보면 모두들 바쁘게 살면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아.
그런데 나만 아무 대책 없이 낯선 곳에서 헤매고 있는 것 같아서 약간 두려워.
적은 나이도 아닌데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는 게 아닌가 하고."
"생선,
넌 지금 이 시간이 낭비라고 생각해?
네 여행은 낭비가 아냐!
이건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특별한 시간이라고!"
"그럴까?
하지만 돌아가서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야.
내가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높이 올라가고 있는 것 같아."
그가 새 맥주를 따서 내게 밀었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면서 꼭 위로 높아지는 것만이 정답은 아닌 것 같아.
옆으로 넓어질 수도 있는 거잖아.
마치 바다처럼.
넌 지금 이 여행을 통해서 옆으로 넓어지고 있는 거야.
많은 경험을 하고,
새로운 것을 보고,
그리고 혼자서 시간을 보내니까.
너무 걱정 마.
내가 여기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너보다 높아졌다면,
넌 그들보다 더 넓어지고 있으니까." (P66)
※ 이 글은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달 - 2007. 09. 18.
'내가만난글 > 갈피글(시.좋은글.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인생을 변화시키는 짧은 이야기 - 뿌리의 비결 (0) | 2007.11.23 |
---|---|
황성주-10대, 꿈에도 전략이 필요하다/이래서는 안 되는데 (0) | 2007.11.22 |
정서향-하늘마음시절/누군가와 정을 나눈다는 것은 축복임을 느낍니다 (0) | 2007.11.19 |
존 스미스-포옹 Hugs for Dad/가장 필요한 사람은 바로 당신의 가족입니다. (0) | 2007.11.13 |
이정하-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새를 사랑한다는 말은 (0) | 2007.11.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