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북쪽 - 박용하/문학과지성사 시인선 236 1999. 12. 27.
시인의 말
이번 시집은
내 시의 역사에서 보자면
이제 막 사춘기를 벗어나는 지점쯤 존재할 것이다.
감히 말하건대
내 시의 광맥은 거의 무한에 가깝다.
무한을 쓰는 삶.
그게 이번 生이다.
육체의 쓸쓸함과 영혼의 적요함.
7번 국도의 감수성,
겸허한 몸과 마음의 어떤 인류들,
달과 별의 고적함,
그런 것들에 이 책을 준다.
세상을 능가하는 시를 써야 하리.
199년 초가을
평촌에서
박용하
우리 같이 있을 동안에
조동진에게
겨울이다.
그 겨울이 지나고 또 겨울이다.
언제나 세 그루의 나무가 서 있고 바람이 세 그루의 나무만큼 적요하게 흩어지고 있다.
그리고 진눈깨비다.
바람이 나를 향해 걸어온 시간보다 내가 바람을 향해 걸어간 시간이 더 많다.
그런 저녁이 허무의 낮과 밤처럼 고즈넉하다.
어느 날 너무 일찍 잠들고 그 아늑하고 수려한 어둠의 공중에 깨어나 행복해할 수 있다면
사람이 만든 바람을 헤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오후 4시다.
그 오후 4시가 지나고 또 오후 4시다.
갈수록 더 처음 같은 음악이 있는 처음.
내가 꿈꾸던 세상처럼 나를 꿈꾸었던 세상도 있을 것이다.
단지 세 그루의 나무가 모든 풍경을 압도하는 아름다움을 지녔다.
오십 살인데 스무 살이다!
아아, 모든 게 변했는데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
※ 이 글은 <영혼의 북쪽>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07.10.11. 20221013_170932-2]
'내가만난글 > 갈피글(시.좋은글.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영일-푸름이 엄마의 육아 메시지/아이와 힘겨루기 줄이기 (0) | 2007.10.15 |
---|---|
신영일-푸름이 엄마의 육아 메시지/아이의 즐거운 성장 변화. (0) | 2007.10.12 |
박완서-호미/그러나 그게 아니었나 보다. (0) | 2007.10.09 |
서랍 속의 여자 (0) | 2007.10.05 |
박남준-산방일기/나무의 결 (0) | 2007.10.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