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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 영혼의 북쪽/박용하

by 탄천의 책사랑 2007. 10. 11.

 

 

 

영혼의 북쪽 - 박용하/문학과지성사 시인선 236 1999. 12. 27.

시인의 말
이번 시집은
내 시의 역사에서 보자면
이제 막 사춘기를 벗어나는 지점쯤 존재할 것이다.
감히 말하건대
내 시의 광맥은 거의 무한에 가깝다.
무한을 쓰는 삶.
그게 이번 生이다.

육체의 쓸쓸함과 영혼의 적요함.
7번 국도의 감수성,
겸허한 몸과 마음의 어떤 인류들,
달과 별의 고적함,
그런 것들에 이 책을 준다.

세상을 능가하는 시를 써야 하리.

199년 초가을
평촌에서
박용하



우리 같이 있을 동안에

조동진에게
겨울이다. 
그 겨울이 지나고 또 겨울이다. 
언제나 세 그루의 나무가 서 있고 바람이 세 그루의 나무만큼 적요하게 흩어지고 있다. 
그리고 진눈깨비다. 
바람이 나를 향해 걸어온 시간보다 내가 바람을 향해 걸어간 시간이 더 많다. 
그런 저녁이 허무의 낮과 밤처럼 고즈넉하다. 
어느 날 너무 일찍 잠들고 그 아늑하고 수려한 어둠의 공중에 깨어나 행복해할 수 있다면 
사람이 만든 바람을 헤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오후 4시다. 
그 오후 4시가 지나고 또 오후 4시다. 
갈수록 더 처음 같은 음악이 있는 처음. 
내가 꿈꾸던 세상처럼 나를 꿈꾸었던 세상도 있을 것이다. 
단지 세 그루의 나무가 모든 풍경을 압도하는 아름다움을 지녔다. 
오십 살인데 스무 살이다! 
아아, 모든 게 변했는데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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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영혼의 북쪽>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07.10.11.  20221013_1709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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