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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작가책방(소설/외국작가

3-사막을 건너는 중인가? 아니면 산을 타고 있는가?-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

by 탄천의 책사랑 2007. 10. 1.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 - 스티브 도나휴/김영사 2005. 01. 20.

프롤로그 - 3
"작전을 짜야지. 잘하면 두 세 명까지는 해치울 수 있을 거야"라고 나는 탤리스에게 속삭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텔리스는 이렇게 야단을 쳤다.
"작전 같은 거 소용없어"  나는 못 들은 척 계속했다.
"곧 여기까지 들이닥칠 거야. 그러면 나는 불 위에 모래를 뿌릴 테니까 너는 프라이팬을 들고 휘들러"
"그러다 네가 맞으면 어떻게 하려고. 침착해, 저쪽에서 원하는 게 뭔지나 들여 보자고"
 
뒤를 돌아보았더니 아까 왔던 그 투아레그인이 우리 앞에 서 있었다.
그는 혼자였고 손을 내밀었다.

"후추 좀 주세요."

이미 날이 어두웠기 때문에 나는 회전 전등을 켜 들고 후추를 찾았다.
후추병을 건네 주면서 나는 그가 내 손이 떨리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기만 바랬다.
그는 재빨리 우리 물건들을 슬쩍 훑어보더니 한마디 말도 없이 돌아서서 모닥불 뒤로 사라져 갔다.
깜깜한 밤은 순식간에 그를 삼켜 버렸다.

우리는 둘 다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 유목민은 나쁜 뜻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웃집 사람이 설탕 한 컵 빌려 가는 것과 크게 다를바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투아레그족이 친절한 안내자인 것처럼 가장해서 대상들에게 접근하는 방법에 대해 

책에서 읽은 터였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막연한 것, 모호한 것, 혹은 역설을 싫어한다.
길을 잃거나 방향을 물어보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불확실한 것을 잘 참아 주지 못한다.
서구 문화권, 특히 북미 문화권에서는 자신의 현재 위치를 알고 일을 제대로 해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것이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끈기있게 노력하는 태도 덕분에 우리는 위대한 일을 많이 성취해 냈다. 
서구 사회의 '할 수 있다'라는 신념 덕분에 끔찍한 질병의 치료법도 개발되었고,
인간이 달까지 다녀왔으며, 파나마 운하도 건설되었고, 앉으면 따뜻해지는 좌변기도 발명되었다.
우리의 문화는 성취라고 하는 예술을 완성시켰다.
우리는 '하면 된다'의 방법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인생에서 이러한 성취나 성공, 또는 목표가 전부는 아니다. 
인생이란 종종 길을 잃고, 스스로를 발견해 나가며, 때로는 사면초가에 취하기도 하고, 
거기에서 빠져 나오고, 신기루를 좇기도 하는 것이다. 
한동안 길을 잘 가는 듯하다 다시 길을 잃는 과정의 연속이다. 
인생의 대부분은 산이 아니라 사막을 닮았다.

두 가지 은유적인 사막이 있다.
우선 가장 악명 높은 사막은 변화의 사막이다.
이는 아주 중요하고, 근본적이며, 때로는 급속한 변화의 기간이다.
이혼, 실업,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 이직 移職, 새로운 사업의 시작, 
집에 들어 앉아서 아이를 돌보는 부모가 되는 것, 그러다가 또 일을 시작하는 것,
회사의 합병이나 구조 조정, 병든 부모의 수발, 중년의 위기 등이 변화의 시막에 속한다.
이 변화의 사막 한가운데에 있을 때는 그 끝이 보이지 않지만,
지나고 나서 보면 거기에도 끝이 있으며 또 다른 사막인 인생의 사막보다 더욱 격렬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인생의 사막 역시 과도기의 시간이지만 그 변화는 완만하게 진행되고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다지 눈에 두드러지지 않는다.
가족을 이루고, 결혼을 하고, 직장을 잡고, 퇴직을 하는 것 등이 그 예이다.
변화의 사막은 인생에 있어서 장애물이나 우회로처럼 보일 수 있고, 인생의 사막은 인생 자체로 보인다.

이 두 종류의 사막 중에서 어떤 사막을 건너건 사람은 변한다.
아이가 막 태어나 병원의 분만실에 있을 때와 다 자라 집을 떠날 때 우리는 같은 사람이 아니다.
파산을 한 후에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난 사람은 빚더미에 앉아 있던 그 사람과 동일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알코올 중독자 모임이나 12주간의 금주 프로그램에 참가를 했는데도 변화가 없다면 
여행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떄문이다.
사막이 무서운 것은 이 때문이다.
마음속 깊은 곳 어딘가에서 무엇인가 변할 것임을 알고 있지만, 그 변화가 어떤 것인지는 미리 알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사막을 건너기 보다는 산을 탄다.

사하라 사막에는 알제리의 아하가르 산맥, 리비아의 차드의 티베스티 산맥, 니제르의 아이르 산맥 등 

멋진 산맥들이 있다.
인생과 변화의 사막에는 항상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이 산들은 그때 그때 우리가 해내야 하는 과제나 프로젝트, 그리고 구체적인 목표가 있는 꿈, 

우리가 열망하고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최종 결과물들이다.

직장을 옮기는 것은 산이지만 직업을 완전히 바꾸는 것은 사막이다
아이를 낳는 것은 산이다. 특히 여성의 입장에서는.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것은 사막이다.
꿈에 그리던 집을 짓는 것은 산이다.
이혼으로 그 꿈 같은 집을 잃게 되는 것은 사막이다.
암을 이겨내는 것은 에베리스트 산의 정상을 오르는 것과 같다.
하지만 만성 질환이나 불치병을 안고 살아가는 것은 사하라 사막을 건너는 것과 같다.

나는 지금 산을 오르고 있는가? 아니면 사막을 건너고 있는가? 
동시에 이 두 가지를 다 하고 있는 중일 수도 있다. 
사막을 건널 때와 산을 탈 때는 걷는 방법이 달라야 한다. 
딱딱한 등산화를 신고 끝없이 모래가 쌓이는 뜨거운 사막을 건너면 발에 물집만 생길 뿐이다.

깜깜한 밤이 되었다.
벌겋게 달아오른 잿불이 주위를 비출 뿐, 불빛 너머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투아레그인이 다녀간 지 한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었고 조금 안심이 되기 시작했다.
세 들어 살던 파리의 아파트는 이제 아주 멀게 느껴졌다.
오하이오주의 톨레도에 있는 내 집은 전생에나 존재하는 것처럼,
또는 다른 혹성에나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 나는 스무 살, 막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으며 어떻게 해야 할지 앞이 막막했다.
도대체 어떻게 하다가 사막의 유목민이 제멋대로 법을 만들어 휘젓고 살아가는 이런 곳에까지 오게 되었을까?
어떻게 하면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까?
 
"어이 도나휴"  탤리스가 불렸다.

탤리스를 쳐다본 나는 우리 말고 또 누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투아레그인이 돌아온 것이다.
그는 말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그 침묵 때문에 불안해진 나는 이번에는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었다.

"원하는 게 뭡니까?"
"날 따라 오시오"  라고 투아레그인이 말했다.

그가 명령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중히 초대를 하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어쨌든 우리더러 따라오란다.
나는 입이 바싹 마르고 심장이 쿵쿵 뛰어 한 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는 투아레그족 패거리들이 모래 언덕 저쪽에 칼을 들고 서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함정일까?
아무것도 없는 무법천지 사막을 여행하고 있는 이 불쌍한 여행자들을 덮치려고 

복병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투아레그인은 뒤돌아섰다.
그를 따라서 저 어둠 속으로 가야 하나?


살다보면 캠프파이어를 버려두고 변화의 사막을 건너라는 초대나 명령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우리는 친숙하고 안전한 캠프파이어 곁으로 더 가까이 가고 싶어 한다.

최소한 목표가 있거나 여행에 안내 역활을 해줄 지도라도 있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그러나 여행하는 방법만 알고 나면,
나의 사하라 사막 여행처럼 변화의 사막은 활기 차고 흥분되는 모험이 될 수 있다.
사막이 우리를 변화시키고, 우리를 열고, 우리가 누구인지, 
현재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치게 허락한다면, 
그 기쁨과 성취감, 의미에 있어서 인생과 그 사막을 따라올 것은 아무도 없다.

이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사막을 여행하는 데 필요한 여섯 가지 필수적인 규칙들이다.
곧 알게 되겠지만 이 규칙은 산을 타는 것과 같은 목표 지향적인 삶의 접근 방식과는 아주 다르다.
예를 들어 사막의 규칙에는 특별한 순서가 없으니 찾으려고 노력해 봐야 허사다.
사막을 건너다 보면 어느 날 또는 어떤 단계에서 어떤 특정한 규칙이 다른 규칙들보다 더 중요해진다.
내가 말하고 싶은 첫 번째 규칙은 '지도를 따라가지 말고 나침반을 따라가라.'이다.
이것은 많은 여행지들에게 있어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의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규칙인 '허상의 국경에서 멈추지 말라'는 사막을 여행할 때

그 끝에서 만큼이나 출발 시점에서도 쉽게 절감하게 된다.
이제 이 책의 이야기를 연대순으로 즐기기 비린다.
그리고 그때 그 때마다 가장 필요한 사막의 규칙을 순서에 상관없이 적용하기 바란다.


※ 이 글은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07.10.01.  20241005_14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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