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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작가책방(소설/외국작가

1-사막을 건너는 중인가? 아니면 산을 타고 있는가?-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

by 탄천의 책사랑 2007. 9. 15.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 - 스티브 도나휴/김영사 2005. 01. 20.

프롤로그 - 1
사하라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사막으로 그 면적이 거의 미국과 맞먹는다.
내 친구 텔리스와 나는 사하라 사막을 반쯤 건너고 있었다.
그때 우리는 지중해에서 남쪽으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망망대해와도 같은 
사막 한가운데의 언덕에서 야영하고 있었다.
모래 언덕과 모래 폭풍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말 그대로 모래사막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작열하던 사하라 사막의 태양이 방금 서쪽으로 기울고 시원한 기운이 퍼지자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곧 한 시간도 못되어 기온이 40도나 떨어질 것이고,
자정이 되면 차가운 별들이 반짝이는 천장을 바라보며 
침낭에서 오돌오돌 몸을 떨게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우리는 알제리의 타만라세트 오와시스에서 남쪽으로 몇 킬로미터 정도 내려와 있었다.
차도 없었다.
우리는 이 끝없이 펼쳐진 사막을 지나 계속 남쪽으로 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언제쯤 저 건너편에 도착할지, 아니 도착할 수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사실 건너편이 어딘지조차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분명한 것은 그 곳이 알제리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 정도는 나도 안다.
그렇다면 니제르인가?

"도대체 사하라 사막은 어디에서 끝나는 거야?"   내가 큰소리로 외쳤다.
"지금 나한테 물어보는 거야?"  탤리스가 물었다.
"아냐.
 그냥 사막 건너편까지 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서.
 간다고 해도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겠고."
"나도 몰라.
 아마 못 갈지도 모르지.
 지금 당장 내 관심사는 어떻게 해서든 이 불을 피워서 완전히 깜깜해지기 전에 저녁식사를 하는 거야"

탤리스는 불을 피우느라 분주했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푸른빛이 도는 검은색이었고,
이미 별 하나가 반짝이고 있었다.
서쪽 하늘은 아직 불타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곧 연료 공급이 끊길 용광로와 같았다.
탤리스는 불 지피던 손을 잠시 멈춰 하늘을 올려다보고 지평선을 살폈다.

"제기랄."
"왜 그래?"

내 눈은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쪽을 따라갔고, 멀리 모래 언덕에 박힌 점을 보았다.
그 점을 보자마자 나는 허둥지둥 일어나 모래를 뿌려 불을 껐다.


인생이란, 
특히 변화의 시기에 있어서 인생이란 사하라사막을 건너는 것과 같다. 
끝은 보이지 않고, 
길을 잃기도 하며,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가 신기루를 좇기도 한다.
사하라 사막을 건너는 동안에는 언제 건너편에 다다를지 알 수가 없다.
우리의 인생도 많은 부분이 그 모습과 닮았다. 
목표를 볼 수가 없고, 목적지에 다다랐는지 여부도 알 길이 없다
그리고 도대체 인생의 목적이란 무엇인가?

부모가 된다는 것은 사하라 사막을 건너는 것과 비슷하다
부모의 역할을 다했다는 걸 무엇으로 알 수 있는가?
아이들이 독립해서 분가하면? 
결혼하면?
더 이상 돈 달라고 손을 내밀지 않으면?
내가 완벽하지 못한 부모임을 이해하며 용서해 줄 때?
아이를 먼저 떠나보낸 부모들조차도 여전히 부모로 남아,
아이를 먼저 보낸 부모들만이 아는 그런 고통을 죽을 때까지 안고 살아간다.

부모가 되는 일은 끝이 없는 길을 가는 것과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아이를 키우는 일이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인 것은 사실이지만,
거기에는 꼭대기가 따로 없어서,
정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며 '드디어 해냈다. 이제 부모 역할을 끝냈다'라고 외칠 수가 없다.

도대체 끝이 보이지 않아서, 
건너편 저쪽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서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좌절감을 맛본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우리 문화권에서는 항상 인생을 산에 오르는 것에 비유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목표를 추구하고 성취하는 데 중점을 두고, 결과를 중시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문제점을 중시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실행하는 것을 모든 문제의 해결책으로 여긴다.
이것이 바로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산악인의 정신이다.

산악인들에게는 목표가 눈에 보인다.
산꼭대기가 바로 저 위에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힘을 얻고 그곳을 향해 나아간다.
정상에 다다르면 목표를 달성했음이 너무나 분명해진다.
은퇴를 준비하면서 저축을 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등반의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목표가 분명한 것이다.
얼마만큼의 저축해야 은퇴 후에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하지만 목표가 애매모호하거나 또는 최종적인 결과라기보다는 일종의 과정처럼 느껴진다면,
그것은 바로 사막을 건너고 있는 것이다.
결혼을 한번 생각해 보자.
결혼하면서 배우자의 손을 잡고 
'자, 우리 결혼해서 50년을 함께 잘 살 수 있을지 한번 봅시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행복하기 위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기 위해,
가정을 꾸리기 위해, 인생을 함께  하기 위해 결혼을 한다.
이러한 이유는 존재의 방법을 설명하는 것이지 결코 구체적인 최종 결과가 아니다,
사막은 긴 여정길이고, 결혼은 사막이다.

산악인들에게는 목표가 있으며 정상에 오를 때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도 알 수 있다.
그들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구체적인 시간까지도 계획을 세운다.
재무 설계사는 현재의 경제 형편과 생활 수준을 토대로 
은퇴 후의 안락한 생활을 확보할 수 있을 때까지 알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를 우리에게 알려 줄 수 있다. 

하지만 이혼이라는 사막의 고통에서 치유될 때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말해 줄 수 있는 이혼 설계사는 없다.
중년에 찾아오는 위기가 얼마나 오래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알코올 중독자 모임의 회원들은 30년 동안 술 한 방울 입에 대어 본 적이 없어도 
여전히 스스로를 알코올 중독자라고 부른다.
사막은 끝이 없어 보이고 끝이 있다 할지라도 이 사막을 건너는 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 예측하기는 무척 어렵다.
 
산을 타는 기술은 사막에서는 써먹을 데가 없다.
사하라 사막을, 또는 인생이라고 하는 사막을 무사히 건너려면 사막 여행자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
그러나 우선 산과 사막의 차이점부터 알아야 한다.

땅거미가 질 무렵 아직도 작열하고 있는 서쪽 하늘을 배경으로,
멀리 모래 언덕 가장자리를 타고 우리를 향해 걸어오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똑바른 자세,
기품 있는 걸음걸이,
긴 파란색 옷을 보아 하니 그는 중남부 사하라 사막에 사는 유명한 유목민, 
투아레그족이 틀림없었다.
그들은 얼굴과 머리를 덮는 셰슈라고 하는 터번의 파란 염색약에 물들어 
푸른빛이 감도는 까무잡잡한 피부 색깔 때문에 '사막의 푸른 인간'이라 불리기도 한다.


"불 끄지 말고, 그냥 놔둬"  탤리스가 경고했다.
"그러면 우리가 겁에 질렸다고 생각할 거 아냐."
"난 진짜 무서워."  나는 소리쳤다.
"저 사람은 이미 다 봐버렸어.
 긴장하지마. 혼자인 거 같은데."

투아레그족이 처음 사막에 나타난 것은 1.000년 전이었다.
투아레그족이 어디서 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렇게 근원을 모른다는 사실은 당당한 그 사막 유목민에게 낭만적인 이미지를 더 해 준다.
전사 종족인 이들은 1.00년 이상 이 척박한 땅을 지배해 왔고 
1860년 대에 프랑스인들이 처음 이곳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자기들끼리 충돌하는 경우가 많았다.

투아레그족은 프랑스인들이 총을사용하는 것을 보고 겁쟁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낙타를 타고 칼로 프랑스인들을 공격했다.
결국 1900년대 초에 정복당하고 말았지만, 투아레그족은 식민지 시대 이후
사하라 사막의 경계를 정하는 국경을 무시하고 아직도 많은 수가 유목생활을 하고 있다.

몇 분 후 이 유목민이 우리 캠프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마른 체격에 코는 매부리코였고 제왕과 같은 위엄이 있었다.
그는 현지어와 억양이 강한 프랑스어로 이렇게 말했다.
"Un peu de sel, s[l vous plait. 소금 좀 주십시오"
나는 식료품을 열심히 뒤져서 남은 소금을 모두 그에게 주었다.
이런 사막에서는 소금이 귀하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대상 무역을 하는 일정 기간 동안에는 소금 가격이 금값만큼 나간다.
그는 한 마디 말도 없이 사라졌고 우리는 그가 사막의 저녁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 이 글은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07.09.15.  20210909_17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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