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진 - 우리를 영원케 하는 것은」
머리말
만남을 위하여
길 가다가 문득 경쾌한 걸음걸이, 티없는 웃음이 보고 싶어지곤 합니다.
때로는 뒤 귀를 시원하게 씻어주는 웃음소리도 듣고 싶어집니다.
한가로이 거니는 여유 있는 뒷모습,
땀방울이 송송 돋은 이마도 보고 싶어지곤 합니다.
길 가다가 문득 정갈한 찻집에 들러 담백한 차 한 잔을 마시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쌉쌀한 커피 맛,
향그런 홍차,
은은한 녹차,
때로는 매콤한 칵테일도 맛보고 싶어지곤 합니다.
길 가다가 문득 옛 민속품들이 보고 싶어집니다.
선인들의 손때가 절어든 다식판, 사기 호롱, 자물쇠나 벼룻집도,
길 가다가 문득 인형가게, 장난감 가게, 화랑의 그림도 구경하고 싶어지고,
벤치에 그냥 앉아 지나가는 이들을 구경도 하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아직 만나본 적 없는 독자 그대여,
저는 인생이란 길을 가며,
쌉쌀한 차 맛처럼,
은은한 차향처럼,
때로는 삶의 때가 짙은 얼룩무늬처럼....., 그대의 마음과 만나고 싶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진솔한 마음으로 만나기 위하여,
저는 여기 제 마음을 먼저 보여 드리는지도 모릅니다.
이 수필집의 글은 이처럼 다양한 각도에서 우리 시대,
우리 삶의 온갖 모습과 만나고 싶다는 요청으로 씌어진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 두 가지 주제로 집필된 책보다는 단조롭지 않고,
오히려 다채로운 빛깔과 모양의 마음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詩人입니다.
시로써 정제시킬 수 없는 이야기를 여기 써놓았습니다.
저는 학문하는 학도입니다.
논리로는 해결될 수 없는 우리 삶을 여기 풀어놓았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거듭 희망합니다.
이 수필집에서 아직은 만나본 적 없는 그대들에게 한 잔의 차 맛처럼 담백하게,
은은하게,
쌉쌀하게, 향기롭게 만나기를 바랍니다.
우리 삶의 매콤한 맛,
따가운 감촉으로, 경쾌한 웃음으로 만나기를 바랍니다.
이 수필집에서 저는 아직은 만나본 적 없는 독자 그대와
옛 민속 품을 값지게 하는 삶의 때 얼룩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한 사람의 혼을 담은 한 폭의 그림처럼,
인형의 동심처럼....,
아니, 예측 못한 그 무엇처럼 만나고 싶습니다
1985년 새 봄에 유 안 진.
유안진 - 우리를 영원케 하는 것은
현대문학사 - 1985. 03. 20.
[t-07.08.04. 210803-06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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