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산문집 -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지혜를 찾는 기쁨
살아갈수록 지혜의 덕이 필요함을 나는 날마다 새롭게 절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혜에 대한 글귀나 그림을 모은다고 했더니,
나의 정다운 친구는 해외여행을 다녀오며 'wisdom'이라는 단어가 적힌
아름다운 돌을 하나 구해다 준 적이 있습니다.
가끔은 이 돌을 만지작거리며 지혜를 구하는 기도를 바치기도 합니다.
요즘은
'지혜란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아는 것이고 덕이란 그것을 행동에 옮기는 것이다'
라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말을 자주 외우고 다닙니다.
'주님 제가 바꿀 수 있는 일들을 바꿀 수 있는 용기를 주시고,
바꿀 수 없는 일은 받아들이게 하시며,
이 둘의 차이점을 아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라인홀드 니버의 이 말은 책갈피에 적어서 많은 사람에게 선물로 주었습니다.
오늘도 지혜서를 읽습니다.
'지혜 속에 있는 정신은 영리하며 거룩하고 유일하면서 다양하고 절묘하다.
그리고 민첩하고 명료하며 맑고 남에게 고통을 주지 않으며
자비롭고 날카로우며 강인하고 은혜로우며 인간에게 빛이 된다.
변함없고 확고하고 동요가 없으며 전능하고 모든 것을 살피며
모든 마음과 모든 영리한 자와 모든 순결한 자와 가장 정묘한 자들을 꿰뚫어 본다.
지혜는 모든 움직임보다 더 빠르며 순결한 나머지 모든 것을 통찰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혜 찬미가 인가요.
하루의 길 위에서 어느 것을 먼저 해야 할지 분별이 되지 않을 때,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어찌할 바를 모르고 망설임만 길어질 때,
어떤 사람과의 관계가 불편해서 삶에 평화가 없을 때,
가치관이 흔들리고 교묘한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기 힘들 때,
지혜를 부릅니다.
책을 읽다가 이해가 안 되는 때에도,
글을 써야하는데 막막하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때에도 지혜를 부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중간 역할을 할 때,
남에게 감히 충고를 할 입장이어서 용기가 필요할 때,
어떤 일로 흥분해서 감정의 절제가 필요할 때도
˝어서 와서 좀 도와주세요.˝ 하며 친한 벗을 부르듯이 간절하게 지혜를 부릅니다.
진정 지혜로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항상 예의바르게 행동하지만 과장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지닌 사람,
재치 있지만 요란하지 않은 사람,
솔직하지만 교묘하게 꾸며서 말하지 않는 사람,
농담을 오래 해도 질리지 않고 남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는 사람,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남에게 미루지 않는 사람,
들은 말을 경솔하게 퍼뜨리지 않고 침묵할 줄 아는 사람,
존재 자체로 평화를 전하는 사람,
자신의 장점과 재능을 과시하거나 교만하게 굴지 않고 감사하게 나눌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
남의 입장을 먼저 배려하기에 자신의 유익이나 이기심은 슬쩍 안으로 감출 줄 아는 사람 등
생각나는 대로 나열을 해보며 지혜를 구합니다.
지혜의 빛깔은 서늘한 가을 하늘빛이고,
지혜의 소리는 목관악기를 닮았을 것 같지 않나요?
착한 것만 갖고는 부족하고, 여기에 지혜의 덕이 따라야만 미련해지지 않겠지요.
사랑의 열정만으로는 곤란하고,
여기에 지혜의 덕이 따라야만 그 사랑은 인격적인 성숙을 이루겠지요.
지식의 획득만으로는 모자라고, 여기에 지혜의 덕이 따라야만 지식 또한 오래오래 빛을 내겠지요.
지혜이신 예수님
매순간 저에겐 지혜의 선물이 필요합니다.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
지혜의 빛을 받아야만 아름답고 튼튼합니다.
세상의 지혜가 아닌 당신의 지혜를 구하면서도
그 길에서 멀리 있어 목마를 적이 많았습니다.
당신처럼 아낌없이 사랑하고 사랑하면
저도 조금씩 지혜로워질까요?
어서 오시어 어리석은 저를
지혜의 물로 세례 받게 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볼 것만 보고 들을 것만 듣고
말할 것만 말하고 행할 것만 행하여
떳떳하게 맑아진 기쁨을 노래할 수 있도록. (p143)
※ 이 글은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이해인 산문집 -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샘터 - 2002. 04. 30.
[t-07.08.16. 20230801-1732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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