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 아날로그 성공 모드」
Chapter 1. 아날로그 감성의 힘 / 6. 직선보다 곡선의 삶이 아릅답다.
사람들은 성공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정말 성공하고 싶다면 우선 잔정한 성공의 의미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부와 명예를 얻는 것 혹은 당장 남들의 주목을 받는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사는 동안의 긴 여정을 생각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돈이 많으면 돈이 샐까 봐 불안하고,
높은 위치에 있으면 아래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조급증이 나서 견딜 수가 없다.
어쩌면 삶의 진정한 성공은 이러한 굴레를 벗어던질 수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대부분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하면 그 순간에는 자신이 의도한 대로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달콤함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직장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언젠가는 반드시 자신에게 돌아오는 인과옹보의 험악한 부매랑을 맞는다.
알팍한 처세는 금세 바닥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마인드는 인간관계에도 적용된다.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마지막에 좋은 결과를 얻는 긴 호흡을 쉴 수 있으려면 말이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해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윗사람보다는 아랫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한다.
아랫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보여주면 굳이 질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변화하며 내 사람이 된다.
윗사람은 필요에 의해 나를 쓰지만, 아랫사람은 한번 맺은 의리로 지속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남들의 눈에 띄지 않으면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조건 없이 배풀고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
그들은 작은 일도 소중하게 생각하며 삶이 감사하는 법을 아는 사람들이다.
고마움을 표하는 표정 하나, 짧은 인사말 한마디가 그들에게는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조직은 능력 외에 다른 사람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려 깊은 인재를 원한다.
상류에서 물을 타고 내려온 나뭇잎이 마뭇가지에 걸려 더 이상 내려갈 수 없을 때,
그 가지를 치워주는 것은 간단한 일이지만 나뭇잎에게는 기적처럼 숨이 트이는 사건이 된다.
작은 배려가 큰 인연을 만든다.
스스로를 낮추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은 도미노처럼 언젠가는 내 숨도 트이게 해 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습관처럼 배푸는 정성은
바람을 타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자신을 윤기 있는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통로가 되어 줄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오고가는 선물이나 돈은 마치 지구상의 자기장처럼 반대 성질만 찾아가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100만 원이 넘는 접대용 술값은 아무렇지도 않게 내면서
식당에서 힘들게 일하는 아주머니에게 단돈 몇천 원의 봉사료를 주는 것을 아까워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현재의 안전을 위해 셈법은 분주해진다.
하지만 잊지말자.
잇속에 대한 계산 없이 작은 배려를 쌓아가는 것은 내가 힘든 고비에 처해 있을 때 분명 수호천사가 되어 줄 것이다.
열심히 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어느 정도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위치에 서게 된다.
높은 곳에 오를수록 세상은 작아 보이게 마련이다.
그럴 때일수록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는 받은 만큼이 아니라 있는 만큼 나눠 주고 비우는 것으로 기쁨을 찾아야 한다.
나는 영화배우 안성기 씨와 함께 2004년 대검찰청 명예검사가 됐다.
국민들에게 아렵고 멀게 느껴지는 검사 이미지를 탈피해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자는 의도로 처음 시도된 것이었다.
1년 동안 내가 주로 했던 활동은 사회봉사다.
임명장을 받은 이후 대검찰청에 간 적은 한 번도 없다.
대신 영등포 노상식당에서 노숙자들과 형편이 어려운 독거노인들에게 급식봉사를 했다.
보통 사진찰영을 위해 명예검사들은 별 힘들이지 않는 전면에 서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안성기 씨나 나는 그런 생색용 겉치레와는 거리가 멀었다.
우리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기분 좋게 봉사활동을 했다.
나는 200여명의 식판을 닦는 설거지를 하고, 안성기 씨는 무거운 식판을 들고 분주히 뛰어다녔다.
대학교 시절에도 일주일에 두 번씩 지체장애우들을 찾아가 식사를 도와주고 함께 놀아주는
서클활동을 했었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그런 모습이 사람들에게 보도되기 위한 이벤트로 비춰질까 봐 보도자료가 나가는 것도 가급적 피했다.
그렇게 보낸 1년 동안 값진 소득도 많았다.
낯선 사람들의 출현에 경계하던 노숙자나 독거노인들의 눈빛이 시간이 지날수록,
만남의 횟수가 잦아질수록 부드러워졌다.
봉사활동은 그동안 내가 사회에서 받은 과분한 시선과
언론인의 지위에서 자족하며 누렸던 호사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이와 함께 또 하나의 깨달음이 일었다.
안성기 씨를 통해서였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검찰청 직원들이 기부한 물건을 파는 행사가 열렸던 날의 일이다.
안성기 씨와 나는 고객들이 오기 전에 가게를 정리하고 물건을 진열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물건에 적힌 기부자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다름 아닌 안성기 씨였다.
명예검사가 되기 몇 년 전부터 기부해 왔던 물건들이 검찰청 행사 중에 발견된 것이다.
안성기 씨는
"이것 참, 이게 왜 여기 와 있지?"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유니세프 홍보대사 등 공개적인 사회복지 활동을 하면서도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베푸는 삶을 살고 있었다.
봉사가 있는 날이면 안성기 씨는 늘 20분 먼저 도착해 있곤 했다.
배식 준비를 도와주기 위해 미리 서둘러 오는 것이다.
화려한 조명과 스포트라이트에 익숙한 위치에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소리없이 나눔과 봉사를 실천한 안성기 씨는 내면이 아름답고 향기로운 사람이었다.
가질수록 비우는 데에 익숙한 사람의 삶은 아름답고 오래간다.
눈앞에 펼처진 화려한 성공을 꿈꾸며 조급해하지 말자.
어둠 속에서 천천히 드러내기 시작하는 빛이 세상에 나올 때 더 큰 영광으로 새겨질 것이다.
긴 밤을 뚫고 마침내 빛을 비추는 해돋이의 감동은 지구가 직선이 아닌 곡선이어서 가능한 일이다.
숨겨져 있다 드러내는 곡선의 미학이다.
빛나는 취재원 주변엔 어김없이 기자가 있다.
그런데 그 기준과는 동떨어진 일명 별 볼일 없는 취재원에다,
재미나 볼거리와는 거리가 먼 아이템을 일부러 찾아다녔던 기자들이 있었다.
지난 2000년 '시사매거진 2580'에서 '노무현의 낙선'을 다뤘던 황외진 기자와 박준우 기자가 그들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일명 '꼴통 정치인'이었다.
'지역구도'를 타파하겠다고 표가 되지 않는 곳만 골라 출마한 선거에서 4번을 연이어 떨어졌다.
특이한 정치인이었지만 당시 그는 모든 언론들이 영광의 얼굴들을 쫓느라 정신없는 통에 방송사의 시선을 받지 못했다.
그러던 중 앞의 두 기자가 '낙선자 노무현'을 만나기 위해서 부산으로 내려갔다.
당선자들에게 묻혀 보이지 않지만
미련한 소신의 별종 정치인이 보여준 파란 만장한 삶 속에서 꿈을 찾아보고 싶다는 취지에서였다.
"농부가 밭을 탓해야 되겠습니까?"
노 대통령의 그 한마디는 그의 바보 같은 용기를 탓할 수 없게 했다.
기자는
"혹시 대통령이라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시련도 애써 투자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당시에도 노 대통령은 너무 솔직한 게 흠이었다.
"그렇지만 공짜로 먹거나 거져 먹으려 한 적은 없습니다.
대가와 희생을 치르더라도 소신을 이루고 싶었어요"라는 답변은
늘 봐오던 정치인의 성공기나 영웅담에 식상해 있던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노 대통령은 마지막에 이런 말을 했다.
"떨어지고 나서 링컨 대통령의 책을 읽었는데 국회의원에 낙선하고도 대통령이 됐더라구요.
마지막 선거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일어서 보려고 합니다."
그는 성공한 국회의원들보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더 깊이 각인됐다.
그의 모습이 방송을 탄 후 사람들은 꼴찌의 '멀리 보기'에 박수를 보냈다.
정치인에게는 드문 팬클럽도 생겼다.
결국 2년 뒤 그는 꿈을 이뤘다.
오늘날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당시 두 기자의 접근은 다수보다는 소수를,
가진 사람보다는 갖지 못한 사람들을 비추는 일이 어떤 기적을 가져다주는지 보여줬다.
이처럼 삶은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예측이 가능한 직선이 아닌 곡선이기 때문이다.
길게 보며 꾸준하게 베풀고 노력하면 어느새 당신은 높은 언덕 위에 서 있게 될 것이다.
묵은 장이 깊은 맛을 내듯
인생도 아날로그의 긴 호홉을 내쉴 수 있는 사람만이 마지막 순간에 웃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Analog Power
예측이 어려운 우리 삶은 둥근 지구처럼 곡선이다.
그래서 언젠가 당신도 뜨는 해처럼 언덕 위에 올라설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을 위해 긴 호홉으로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
※ 이 글은 <아날로그 성공모드>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김은혜 - 아날로그 성공모드
순정아이북스 - 2006. 01. 15.
[t-24.04.27. 20220402-065216-3]
'자기개발(경제.경영.마케팅'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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