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 아날로그 성공 모드」
Prologue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우리는 주변에서 수많은 성공신화를 접하고 꿈꾼다.
그러나 개인의 욕심이 나 시대의 변화로 몰락하는 동전의 양면 같은 결과도 자주 접한다.
아쉽게도 디지털 시대의 성공은 그 호홉이 짧아지는 경향이 있다.
남을 밟고 올라서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과 어떻게라도 튀어야 한다는 생각이,
원칙과 정도를 무시하고 기교를 앞세우게 만들고 있다.
어느덧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조급해하고 비정해지는 데에 익숙해져 버렸는지도 모른다.
오늘날 사람에 대한 존중은 물질만능으로 대체되고,
인생의 원칙과 신뢰는 발 빠른 요령과 임기응변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그렇다면 '21세기 성공은 빠르고 보이는 기교에만 의지해야 하는 걸까?'
하지만 나에게 조금 모자라고 조금 천천히 길에서 머뭇거려도,
보이지 않는 원칙과 과정에 충실한다면 성공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거라는 확신과 바람이 있다.
20대의 나에겐 가자 출신 첫 여성 앵커,
방송계의 첫 정치부 여기자라는, '최초'의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다.
그러나 내게 성공이란 화려하지만 순식간에 꺼질 수 있는 불꽃과도 같은 성질의 것이었다.
그것을 깨닫고 위기감을 느꼈던 시시가 2001년이다.
한창 앵커로 뛰고 활약하고 있었을 때 나는 망설임 없이 마이크를 놓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박수 칠 때 떠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재충전의 필요성을 절절히 체감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넓은 세상과 부딪치며 많은 것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
새 간의 관심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뒤로 한 채 유학을 택한 이유를 사람들은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그것은 성공이라는 짧은 명제에 긴 호홉을 불어넣어 준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특히 스탠퍼드와 실리콘밸리는 내게 평생 잊지 못할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 중에서도 세계적인 경영자로 손꼽히는 전 HP 회장 칼리 피요리나를 비롯해 이베이 CEO 맥 휘트먼,
야후 CEO 제리 양 등과의 일대일 만남은 충격이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이 디지털 시대를 움직이는 리더들은 오히려 느리고
긴 호홉으로 삶을 채워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의 수익을 내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고, 24시간을 일해도 부족한 위치가 CEO라는 자리다.
그러나 그들은 열정과 집념을 갖고 일에 몰두하면서도,
'사람'을 신뢰하고, 올바른 행보를 실천하고자 하는 아날로그적인 마인드를 잊지 않고 있었다.
그들의 성공 뒤에는 아날로그라는 버팀목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날로그의 경쟁력은
911테러가 발생했던 당시 워싱턴 특파원으로 일하면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당시 만났던 미국 방송사의 앵커와 기자들은 신속함으로 승부하는 인터넷 뉴스 시대에 부응하면서도
잊지 않는 철학이 있었다.
바로 '속도'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원칙에 충실한 '정확성'이라는 점이었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성공의 요건이 보기 좋게 뒤집어졌다.
흔히 남보다 빠르고 목소리가 켜야 성공한다고 하지만
결국은 느리더라도 인간적인 아날로그 마인드가 성공의 키워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들이었다.
이 경험들은 내게 성공이란 무엇인지 다시 원점에서 돌아보게 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유학을 마친 후 한국에 돌아와 경제부에서 뛰게 된 나는 국내 각 분야의 CEO들을 만나면서
디지털 시대를 주도하는 아날로그의 위력을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그들은 세계를 이끌어가기 위해 기술과 정보를 이야기하면서도 사람에 대한 믿음을 지니고,
정도를 걸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나가고 있었다.
처세와 기교가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숨겨진 보물을 찾은 듯한 느낌이랄까?
뿌듯한 보람이 내 몸을 채우기 시작했다.
아날로그 마인드의 중요성에 대한 확신은
앵커로 다시 뉴스를 진행하면서 한번 더 느낄 수 있었다.
시청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냉철하고 차가운 뉴스보다는 사람의 향기가 느껴지는 뉴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기자로서는 처음으로 밤 시간대 단독 뉴스 인 '마감뉴스'를 전하면서
나는 따뜻함이 묻어나는 아날로그적 뉴스로 시청자들과 만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생각지 못했던 좋은 반응과 과분한 격려의 매시지를 많이 받았다.
유학 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다시 뉴스를 진행하면서 느꼈던 경험들은 책을 내는 데에 결정적인 자극이자 밑거름이 됐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디지털 시대에
성공을 이끄는 '아날로그의 힘'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느끼고 싶다.
뜸 들이지 않는 밥이 속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처럼,
인생의 중심이 서 있지 않은 사람의 처세는
금세 바닥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함께 공감하고자 한다.
가랑비에 옷이 서서히 젖어 들듯이,
원칙을 지키며 차근차근 준비하는 사람에게 성공의 추는 기우는 법이다.
원칙, 인내, 책임감 등 아날로그 코드에 충실한 사람이 결국 성공한다는 것을 말해 주고 싶다.
나는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국은 아날로그로 무장해야 뒷심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다.
디지털 기술로 제품은 지속적으로 발전을 하고 있지만
아무리 뛰어난 제품이라도 상품을 선택하고 구매하는 사용자는 결국,
아날로그적 인간이기 때문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듯 여겨지던,
사람에 대한 원칙과 신뢰, 책임 등의 아날로그적 개념들이,
나만의 경쟁력을 창출할 성공 시너지가 되고 있는 셈이다.
느리게 보일 수도 있지만 빠른 성공의 지름길이 아날로그 방식에 있다는 것을 나는 확신한다.
그래서 아날로그 필승전략을 펼쳐나가는 여정에 여러분을 초대하려고 한다.
그 숨겨진 보물을 찾아 지금부터 함께 떠나보자
- 2006년 1월 김은혜.
※ 이 글은 <아날로그 성공모드>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김은혜 - 아날로그 성공모드
순정아이북스 - 2006. 0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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