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베르 카뮈 - 이방인」
제1부 - 1
오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
아니 어제였는지도 모른다. 양로원으로부터 전보가 온 것이다.
<모친 사망, 내일 장례식>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알 수가 없다. 아마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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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치하의 북아프리카 알제이에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던 프랑스인 뫼르소(Meursault)라는 남자는
양로원에 보낸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 장례식장을 가게 된다.
남자는 슬픔 같은 별다른 감정의 변화를 드러내지 않는다.
장례 때 어머니의 시신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고 수위가 주는 커피를 마시고, 장례를 치른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양로원에서 새로 약혼자를 사귀었음을 알게된다.
다음 날 마리와 이야기하며 희극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냈고 뫼르소의 집에 가서 같이 잔다.
다음 날에는 이웃인 살라마노 영감을 만난다.
그 영감은 같은 층에 사는 이웃이고, 그의 옆에는 그가 늘 구박하는 개가 항상 함께 있다.
그리고 다른 이웃집 사람 레이몽이 저녁에 초대해서는 자기와 친구가 되자고 한다.
이 레이몽은 평판이 나쁘다.
본인 말로 자신은 창고업자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포주라고 한다.
그리곤 레이몽은 뫼르소에게 자기를 도와달라고 부탁하는데,
도와달라는 일인즉슨 레이몽에게서 돈만 뜯어가고 자기를 성의 없이 대하는 여친을 좀 두들겨 패려고 하니
자기 여친을 꼬드겨서 유인할 수 있는 편지를 써 달라는 것.
뫼르소는 '그를 돕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고 생각해 그를 돕게 된다.
사건이 있고 며칠 후인 일요일에 레이몽은 뫼르소의 일터로 전화를 걸어 뫼르소와 마리를 해변가로 초대한다.
사적인 일로 전화가 왔으니 사장이 싫어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사장은 화를 내는 대신 뫼르소에게
파리에 사업소를 차릴 계획인데 그곳에서 일 할 생각이 있는지를 물어보지만,
꽤 좋은 기회임에도 뫼르소는 무미건조하게 대답하여 사장을 실망시킨다.
저녁에는 마리가 자신을 사랑하는지,
자신과 결혼할 계획인지를 물어보지만 뫼르소는
마리가 결혼을 요구한다면 자신은 그러겠다고 대답하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대답하고,
함께 외출했을 때에도 거리의 여성들을 보며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에 더해 마리에게도 그 사실을 눈여겨보는지 물어보고 잠시 대화가 단절된다.
그리고 저녁을 먹으러 가지만 마리는 할 일이 있다며 가버리고,
홀로 식사를 하던 뫼르소의 자리에 기묘한 여자가 합석하고,
마치 기계처럼 이것저것 늘어놓고는 식사를 마치고 빠르게 사라진다.
뫼르소는 이에 호기심을 느끼지만 이내 잊어버린다.
그날 밤, 집앞에서 살라마노 영감을 만나는데,
개를 잃어버려 안절부절 못하며 뫼르소에게도 개를 보았는지 물어본다.
대화 주제가 개에게서 뫼르소의 돌아가신 어머니로 바뀌며 영감이 그녀를 가엾은 어머님이라 칭하지만
뫼르소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어색해하며 대화가 끝난다.
며칠 후 뫼르소는 마리와 레이몽과 함께 레이몽의 친구 마송이 살고 있는 해변으로 놀러간다.
오전시간 수영을 즐기며 마리와 단 둘이 있게 되자 둘은 관계를 가진다.
점심을 먹고 남자 셋이서 산책을 하다 그들을 미행하던 아랍인들과 마주친다.
그 아랍인들 중에는 레이몽 옛 애인의 오빠가 있었다.
싸움이 벌어지는데 아랍인들 중 한명이 칼을 휘둘러 레이몽이 다치고 아랍인들은 도망간다.
레이몽은 치료를 받고 와서 셋이 다시 해변가를 걷는데 아까 레이몽을 공격했던 아랍인들을 다시 만난다.
이번에는 레이몽이 총을 꺼내어 그들을 공격하려 하지만 뫼르소가 말리면서 총을 받아가고,
레이몽에게는 남자답게 주먹으로 싸우고 만약 아랍인이 칼을 꺼낸다면 자신이 총으로 쓰러뜨리겠다고 한다.
아랍인들이 뒷걸음으로 사라져 소동이 마무리되지만 뫼르소는 답답함을 느끼며 시원한 샘 가로 간다.
그곳에서 우연히 레이몽을 찔렀던 아랍인을 다시 만난다.
서로 아까의 소동이 끝났다고 생각하여 쉬러 왔다가 마주쳐 당황하는데 아랍인이 칼을 꺼내든다.
칼날에 태양빛이 반사되어 뫼르소의 이마를 찌르고, 뫼르소는 현기증을 느낀다.
그리고 뫼르소는 '태양이 너무 눈부셔서' 자신도 모르게 품에 있던 권총을 그에게 다섯 발 쏜다.
(한 발을 쏘고 뒤이어 시신에 네 발을 연달아 쏜다).
그는 처음에는 법정 등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로 끝날 것이라는 결과를 들었고,
국선변호사나 예심판사도 '당신의 사건은 별 볼 일 없는 정도로 취급될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법정의 주요 화제는 아랍인 살해 건이 아니라
뫼르소가 어머니의 장례에 그다지 슬퍼하지 않고 무덤덤하게 보였고 놀러 다니기까지 했다는 것이 된다.
뫼르소는 못질이 덜 된 관 뚜껑을 열어 어머니의 시신을 보지 않았고,
수위가 권한 커피를 마다하지 않아서,
어머니의 정확한 나이를 알지 못해서, 운구행렬동안 울지 않았다는 이유로 냉혈한 취급을 받는다.
그를 옹호하려 나온 단골식당 주인, 살라마노 영감,
마리, 레이몽의 증언은 무시당하거나 역으로 뫼르소에게 불리하게 이용된다.
심지어 검사가 마리를 심문하여
사람들 다 있는 법정에서 뫼르소와 성관계한 이야기까지 공개적으로 하게 만들어 파헤친다.
게다가 판사는 이를 돕거나 방치한다.
이 이야기는 마리가 법정에서 무심코 증언한 것이었는데,
증언하는 도중에 이 증언 때문에 뫼르소가 불리해지는 것을 깨닫고 운다.
또한 뫼르소가 아랍인을 살해한 이유를 설명해야 했을 때
햇빛이 눈부셔서 그랬다는 말만 하는 바람에 배심원들이 뫼르소를 별 것 아닌 일로 사람을 죽이는
사이코로 오해한 것도 재판이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데에 큰 영향을 끼쳤다.
재판이 이어지면서 검사는
뫼르소가 후회한다는 말을 단 한 번이라도 한 적이 있냐며 그를 아랍인의 살해를 사전에 계획한 사람이라 칭하고
마리는 그런 행악자의 정부라고 부르는 등 상황은 악화되기만 한다.
변호사는 뫼르소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하며,
뫼르소를 <그>라고 칭하지 않고 <나>라고 칭하며 변론을 한다.
뫼르소는 자신의 죄를 다루는 재판에서 자신이 동떨어진 느낌을 받는다.
무난하게 풀려나거나 가벼운 형벌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그는
어머니의 장례 건과 불충분한 자기변호로 인해 계획 살해범과 무자비한 인간으로 부풀려지며 사형 선고를 받는다.
교도소에서 항소도 포기한 채 집행일만을 기다리는 뫼르소는 거듭되는 부속 신부의 면회를 거절한다.
그러면서 어머니의 삶에 대해, 사형집행의 방식에 대해 생각한다.
종국에는 교도소의 부속 신부가 찾아와 그에게 죄를 털어놓을 것을 권하지만,
그는 신부의 위선적인 면을 꾸짖고 자신의 죽음이야말로 진실되고,
그것이 자신의 삶을 증명한다며 거부한다.
이에 신부는 그의 비정상적인 면모를 보고 불쌍한 인간이라 말하며 떠나고,
혼자 남은 그는 마침내 어머니의 삶과 세상의 애정어린 무심함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자신이 가장 바라는 것은 처형되는 날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증오를 퍼붓는 것이라는 것을,
그렇게 해서 자신의 이야기가 완벽하게 마무리되고,
자신이 혼자라는 느낌을 최대한 덜 받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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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 5
신부가 가버린 뒤, 나의 마음은 차분히 진정되었다.
나는 탈진이 되어 침대 위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는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왜냐하면 눈을 떴을 때, 별들이 천정 위로 보였기 때문이다.
감방 밖에서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밤냄새, 흙냄새, 소금냄새가 관자놀이를 시원하게 훑어주었다.
잠든 여름의 그 야릇한 평화가 밀물처럼 내 안으로 밀려왔다.
그때 한밤의 끝에서 사이렌소리가 울렸다.
그것은 이제 나와는 영원히 관계가 없어진 누군가가 새로운 세계로의 출발을 알리는 것이었다.
참으로 오랫만에 나는 어머니를 생각했다.
만년에 왜 어머니가 <약혼자>를 가졌는지,
왜 생애를 다시 꾸며보려는 몸짓을 하였는지, 이제야 나는 알 수 있을 듯하였다.
그곳, 생명들이 꺼져가는 그 양로원에서도 저녁은 서글픈 휴식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그처럼 죽음 가까이에서도 어머니는 자유로왔고, 모든 것을 다시 살아볼 마음이 생겼음에 틀림없다.
아무도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할 권리는 없다.
그리고 나도 또한 모든 것을 다시 살아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그 커다란 분노가 나의 아품을 씻어주고 희망을 모조리 비게 한 것처럼,
이 징후와 별들이 드리운 밤을 앞에 맞으며,
나는 처음으로 세계의 다정스런 무관심에 마음을 열어 두고 있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세계를 몸 가까이 느끼고,
형제애를 느끼며 나는 행복하였고, 지금도 행복스럽다고 생각했다.
만사가 성취되고 내가 외롭지 않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서 내게 남은 유일한 소원은,
내가 사형집행을 받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증오의 외침을 울리며 나를 반겨주었으면 하는 것뿐이다.
-끝.
※ 이 글은 <이방인 L'Étranger>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알베르 카뮈 - 이방인
번역 - 정한몽
예지원 - 1991. 0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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