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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부 밥 - 05 인생 최고의 축복은

by 탄천사랑 2023. 8. 16.

·「토드 홉킨스, 레이 힐버트 - 청소부 밥」

 

 

 

로저는 밥에게 아이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한 일과,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며 얼마나 즐거웠는지를 말해주었다.
그뿐 아니라 휴식을 취한 후에 일도 쉽게 끝낼 수 있었다는 기쁜 소식도 덧붙였다.

"저도 이제 재충전하는 법을 알았으니 더 이상 일에 찌들어 살지는 않을 겁니다.

로저는 다부지게 거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첫 번째 지침이 효과가 있었다니 정말 기쁘군요."

로저가 그런 밥의 모습에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밥이 찻잔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러나 기쁘다는 말과는 달리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굳어 있었다.
한마디로 반가워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로저가 그런 밥의 모습에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저.... 제 말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들어주세요.
 저는 지침이 '효과가 있다'고 말씀드리면 굉장히 기뻐하실 줄 알았는데, 
 지금 표정은 별로 그런 것 같지 않네요.
 제가 뭐 잘못한 거라도....,"
"아닙니다. 사장님.
 그런 게 아니예요. 진심으로 기쁨니다. 다만.....,"
 
밥이 말을 잇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말씀하세요. 무슨 말이든 다 괜찮습니다."
"기쁜 순간에 괜히 찬물을 끼얹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사장님께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는 건 분명 맞는 것 같습니다.
 출발이 아주 좋은 편이죠.
 하지만 여섯 가지 지침들은 곧바로 약효를 내는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지침들은 지속적인 실천을 통해서만 서서히 변화를 일으킵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빠른 결과만을 원하는 인스턴트식 사고에 익숙해져 있지요. 
 반면 인생이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거든요. 
 긴 호흡으로 인생을 살다 보면 
 단기적으로는 안 좋은 일 같아도 결국에는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일도 있는 법이죠.

"더 자세히 얘기해주세요."  
"간단히 말하면 이런 겁니다.
 단기적인 변화나 성과에 너무 집착해선 안 된다는 거죠.
 그런 작은 것들에 연연하다 보면, 일이 조금만 잘못돼도 금세 뭔가를 탓하게 됍니다.
 안 좋은 일도 생길 수 있다는 진리를 인정하가보다는 
 지침이 엉터리라고 생각해 원망하거나 주변 상황을 탓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지침들은 하루하루 겪게 되는 표면적인 사건 자체보다는 
 삶의 근본적인 태도를 변화시키기 위한 것들이거든요."

밥은 말을 마치고 로저를 바라보았다.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렸다.

"하지만 사장님의 행동 중 정말 기뻤던 부분이 있습니다."
"그게 뭐죠?"
"오늘 이 자리에 나오신 거 말입니다.
 지난주에 사장님꼐 부탁드렸던 건 이것 한 가지였고, 사장님께선 약속을 지켜주셨습니다."

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제야 로저의 얼굴에도 미소가 퍼졌다.

"자, 준비 됐습니다.
 이제 두 번째 지침을 얘기해주세요."
"그러죠, 어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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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일 외에는 신경 쓸 것 하나 없이 살던 나는,
 결혼한지 3년 만에 세 아이의 아빠가 된 거야."
"꽤나 서두르셨네요."
"엘리스가 아이를 무척 원했거든.
 짧은 기간에 세 아이의 아빠가 되고 나니까 그만큼 힘든 일도 많았지만, 
 아이들이 어울려 노는 걸 보니 그런 건 말끔히 사라지더군.
 같은 또래여서 다른 집 아이들보다 훨씬 재미있게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아. 
 집이 매일 시끌벅적했지."
"승진하신 뒤, 일은 어떻게 됐습니까?"
"순조로웠다네."
"적응도 빨랐고 노력도 많이 했지.
 목표보다 수익을 많이올려서 보너스도 받았고."

밥은 그러나 조금 전의 즐거워하던 표정을 감추며 기운 빠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곧 상사에 대해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어.
 나한테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
"정말이요?"
"솔직히 말하면 꼭 그런 건 아니었다네."

밥은 솔직히 인정했다.

"목표는 상호 합의하에 결정된 것이었고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서 매달 조절했으니까,
 결국 나 스스로 결정한 것과 다름없었지,
 문제는 내가 너무 무리한 목표를 잡았다는 거야. 그러다 보니 당연히 지칠 수밖에 없었고."

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다 추수감사절에 드디어 일이 터지고 말았어.
 그날 우리 가족은 처가에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지.
 엘리스와 장모님이 칠면조 요리에 온갖 장식을 곁들여서 멋진 식사를 준비했어.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잇었다네.
 엘리스의 동생 부부는 그날 첫아이 임신 소식을 발표했고,
 정말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가족 모임이었어.
 그런데 우리 애가 포도주스 잔을 엎질렀고, 포도주스가 하얀 식탁보 위로 쏟아졌다네.
 지금 생각해보면 별일도 아니었는데 그땐 왜 그랬는지......,
 나는 벌떡 일어나서 애를 의자에서 내려놓았지.
 그리곤 엘리스의 가족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엘리스에게 이렇게 소리를 질렀어.
 '제대로 돌보지도 못할걸, 어쩌자고 셋씩이나 낳자고 그런 거야!'하고 말이야."
"그럴 수가.....,"
"맞아. 나는 절대 하지 말아야 했을 말을 하고 만 거야.
 엘리스는 하얗게 질렸고, 다른 사람들은 무슨 말읗 해야 할지 몰라 어색한 침묵만 흘렀지.
 그런데 정말 이상했어.
 엘리스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니까 더 화가 나는 거야.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아.
 나는 다시 그녀에게 상처가 될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어.
 가족들을 먹여 살리느라 직장에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게 일하는지 아느냐며 숨도 안 쉬고 독설을 퍼부었지.
 지금 생각하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야.
 끔찍한 짓을 한 거지.
 엘리스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아이들을 챙겨서 차에 태웠고 우린 곧장 집으로 향했어.
 집에 오는 내내 누구 하나 말할 엄두를 내지 못했지."
"부인께서 화가 많이 나셨겠네요."
"그런 일을 겪고 기분이 좋을 수는 없겠지.
 하지만 엘리스는 나와 함께 사는 동안 단 한 번도 내게 상처 주는 말을 한 적이 없다네.
 대신 그녀는 다른 방식으로 내게 복수를 했지."
"어떻게 하셨는데요?"

로저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셔츠에 글자를 새겨놨더군."
"뭐라고요?"
"나는 금요일 점심 때마다 볼링을 쳤어. 일종의 정기 회의라고도 할 수 있었지.
 볼링을 치면서 한 주를 정리하고 다음 주 계획에 대해 의논하곤 했거든.
 볼링공과 운동복을 챙겨주는 건 향상 엘리스 몫이었어.
 추수감사절을 그렇게 보내고 난 후 처음으로 돌아온 금요일에도 역시 볼링장에 갔다네.
 그런데 가방에서 옷을 꺼내는데 셔츠의 앞뒤에 글자가 수놓아져 있는 게 아닌가.
 그렇다고 양복을 입고 볼링을 칠 수는 없고, 
 결국 엘리스가 계획한 대로 그 셔츠를 입을 수밖에 없었지.
 물론 내가 그녀에게 했던 짓을 생각하면 그 정도 복수는 약과지만 말이야."
"뭐라고 새겨놓으셨던가요?"
"가족은 짐이 아니라 축복이다.
 이게 엘리스의 두 번째 지침이라네.
 나는 상사와 동료들 앞에서, 앞뒤로 이 글이 수놓아진 셔츠를 입고 볼링을 쳐야 했지." 

로저는 잠시 밥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렀고,
눈물이 맺힐 때까지 멈추지 못했다.

"그렇게 통쾌하게 웃을 줄은 몰랐네."  밥도 함께 웃으며 말했다.
"정말 기막힌 아이디어네요."
"맞아. 
 사람들은 내가 왜 그런 셔츠를 입고 있는지 궁금해했고,
 나는 추수감사절에 얼마나 큰 실수를 저질렀는지 고백했지.
 그리고 엘리스는 화를 내는 대신 이런 방식으로 내게 하고 싶은 말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네."

밥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흥미로운 건, 그 자리에 모인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는 거였네.
 그들도 나처럼 스트레스를 받고 가족 때문에 무거운 짐을 져야 한다는 사실에 화를 냈었다고 하더군,
 아마도 우리 세대가 모두 그런거봐.
 가족이란 자신이 책임져야 할 짐이고, 
 식구들을 먹여 살리느라 고생고생하며 일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해요."  로저가 말했다.

"그런 사고방식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거라네.
 일을 그저 가족의 생계를 위한 수단쯤으로 생각하니 일하는 게 즐거울 리가 있겠나? 
 가족을 먹여 살리는 것이 일의 유일한 한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일은 물론이고 가정생활도 어려워지기 시작하는 거지. 
 일이 힘들 때마다 당연히 가족을 탓하게 될 거고, 결국 우리는 앨리스의 말이 옳다는 것을 인정하게 됐어. 
 우리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깨닫게 된 거지."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하셨어요?"
"간단하네.
 가족을 짐이 아닌 축복으로 생각하기로 한 거야.
 그렇게 생각을 바꾸었더니 식구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즐거워졌고,
 편안한 마음으로 활기차게 일할 수 있게 됐다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릴 수 있었으니까.
 일을 하는 진짜 목적도 찾을 수 있었지."
"그게 뭘까요? '일을 하는 진짜 목적' 말입니다."

로저가 물었다.

"그건 스스로 찾아야지."  밥은 수첩을 다시 셔츠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사람마다 다를 테니까 말일세.
 우선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회사에 나온다는 생각부터 버려보면 어떨까.
 그 다음에 자신에게 물어보는 거야.
 '내가 이곳에서 일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하고 말이지."
"전 잘 모르겠어요."
"자네는 분명 알고 있을 거야.
 단지 잠시 잊고 있을 뿐이지.
 시간을 갖고 천천히 생각해보게나.
 해답을 알게 되는 순간, 의욕이 되살아날 거야.
 일이 전처럼 재미있고 의미 있게 느껴지겠지.
 일의 진정한 목적을 깨닫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에게 일은 더 이상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법이거든."
"아저씨는 일의 목적을 찾으셨나요?"

로저가 물었다.

"시간이 좀 걸리기는 했지만 찾았다네."
"그게 뭐였어요?"
"자네 스스로 답을 구한 후에 얘기해주겠네.
 내 얘기를 미리 들으면 스스로 답을 찾는 데 방해만 될 테니 말야.
 나는 지금도 그 목적을 이뤄가고 있다네.
 지금 이렇게 자네와 마주하고 이야기하는 순간에도 말이야."

밥은 자리에서 일어나 청소를 시작할 준비를 했다.

"차 잘 마셨네.
 그럼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만날까?"
"물론이죠."  로저가 대답했다.
"아, 한 가지만 더."  밥이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며 말했다.
"일의 목적을 깨달은 다음부터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서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퇴근하게 되었다네.
 덕분에 집에 가서도 마음 편히 쉴 수 있었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도 한층 즐거워졌지.
 엘리스의 말이 옳았어.
 가족은 내게 가장 큰 축복이야.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거네."

밥이 휴게실을 나간 후 로저는 오늘 배운 두 번째 지침을 수첩에 조심스럽게 써내려갔다.

두 번째 지침 : 가족은 짐이 아니라 축복이다.

로저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사장실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달린이 세라와 베카를 데리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 아닌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p80)
※ 이 글은 <청소부 밥>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토드 홉킨스, 레이 힐버트 - 청소부 밥
역자 - 신윤경
위즈덤하우스 - 2006. 11. 15.

[t-23.08.16.  220817-180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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