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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바나 다카시-靑春漂流/미치지 않은 것이 신기하다.

by 탄천사랑 2022. 8. 12.

다치바나 다카시 - 「靑春漂流(청춘표류)」


무라사키 타로는 원숭이 조련사다.
2년 반 전에 야마구치 현(山口県) 히카리 시(光市)에서 올라와 지금은 무사시(武蔵) 근처에 산다.
그를 보고 싶다면, 쉬는 날 스키야바시(数寄屋橋)공원이나 요요기 공원, 신주쿠쎈터 앞을 찾아가면 된다.
원숭이 재주는 길거리 공연이 기본이기 때문에 어디에서나 아무 때나 할 수 있어야 하지만 
도쿄는 일본에서도 도로교통법이 가장 엄격한 곳이어서 아무 데서나 판을 벌이면 곧 경찰이 들이닥친다.
도쿄도 뉴욕처럼 길거리 공연을 위해 도시 전체를 개방한다면 더욱 즐거워질 텐데,
경찰청의 머릿속에는 도로교통법 규정밖에 없는 것 같다.
아무튼 휴일에 이런 공연을 할 수 있는 곳은 앞의 세 군데밖에 없다고 한다.

아버지께서 원숭이 조련사를 해보라고 하신다.
원숭이 공연을 하고 있는 곳에 무라사키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진 하쿠류다.
무라사키와 진은 동료 사이다.
그들은 함께 야마구치 현에서 상경했다.

휴일에는 항상 100~200명의 구경꾼들이 몰려든다.
구경꾼이 많을 때엔 한번에 모이는 동전이 2만 엔 정도가 된다.
최고기록은 4만 엔 정도이고 안 좋을 때는 2천 엔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공연은 대개 15분 정도인데 
하루에 공연을 열 번 이상은 하기 때문에 사람이 많은 휴일에는 적어도 몇십만 엔은 벌 수 있다.
동전이 많아서 혼자서 다 갖고 가지 못할 때도 있다고 한다.
돈벌이가 꽤 좋은 셈이다. 

그렇지만 남자라면 도전해보거라
아버지가 타로를 앞에 앉혀놓고 이렇게 설득을 한 것이다.
"원숭이 재주는 앞으로 점점 더 발달할 것이다.
 네가 후게자 1호가 되면 이 세상에서 제일인자가 되는 셈이다.
 어떤 세계에서든 최고가 되는 게 가장 좋다.
 그렇지만 이건 모험이기도 하다.
 잘못하면 실패로 끝나버리고 평생 네 무대를 잃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남자라면 한번 도전해보거라."

"평상시에도 박력 있는 아버지였는데 더욱 힘주어 말씀하시니 강요를 하시는 느낌이었죠.
 학교 선생님이 되는 것과 원숭이 선생님이 되는 것, 어느 게 좋을지 생각해봐라. 
 학교 선생님은 수도없이 많지만 원숭이 선생님은 없다. 
 없으니까 제일인자다. 
 이런 말씀도 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대학에 갈 생각이었는데 
 아버지가 대학에 가더라도 목적도 없이 가는 건 반대라 하시면서 목적을 가지고 살라고 했어요. 
 제가 생각해봐도 뭘 위해 대학에 가는지 명확한 목적이 없더라고요. 
 그렇지만 원숭이 재주에는 한 가지 분명한 목적이 있었어요. 
 더구나 일인자가 될 수 있다는 말에 솔깃했구요. 
 일인자라니 기분이 좋아지던데요."

원숭이 훈련의 첫발걸음은 뒷발로 걷는 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제주를 가르치는 것은 나중 일이다.
네 다리 짐승을 두 다리로 걷도록 하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다.

죽기살기로 원숭이와 싸웠다.
"원숭이는 자기보다 강한 존재가 하는 말만 절대적으로 따르는 습성이 있어요.
 원숭이들 세계에서는 순위를 정할 때 무조건 폭력으로 상대를 제압해요.
 결국 인간도 원숭이가 말을 잘 듣도록 하려면 폭력으로 제압해서 항복 의식을 치러야 할 필요가 있지요.
 폭력과 동시에 기백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게 중요해요.
 옛날에는 모두들 원숭이 얼굴을 땅바닥이나 벽에 후려쳤는대, 그러면 얼굴에 상처가 날 우려가 있어요.
 그래서 교도 대학 교수님의 조언대로 원숭이가 비명을 지를 때까지 목덜미를 깨물지요. 
 그런데 문제는 원숭이 등이나 목덜미에는 대소변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굉장히 지독한 냄새가 나거든요.
 깨물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도 처음 1년간은 3일에 한 번 정도씩 물어뜯는 의식을 되풀이해서 
 대장은 나라는 사실을 철저하게 세뇌시킬 필요가 있지요."

다음 날, 그렇게 오랫동안 훈련을 거듭해도 걷지 않았던 원숭이가 처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자기혐오에 빠지다.
"예를 들어 '잘 부탁합니다'라는 말을 듣고 면원숭이가 꾸벅 머리를 숙이게 하고 싶다고 가정을 해보세요. 
 원숭이 옆에 앉아서 '잘 부탁합니다'라며 큰 소리로 말하며 원숭이 머리를 손으로 눌러서 힘으로 머리를 숙이게 해요.
 하루에 세 시간 이상 연습을 하니까 적어도 천 번 이상은 하는 거예요.
 아마 다른 사람이 본다면 바보나 미치광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이렇게 하루에 세 시간 이상 사흘 정도 반복하면 손을 안 써도 '잘 부탁합니다'라는 말만으로도 머리를 숙이지요.
 원숭이란 동물은 머리가 좋아서 강제로 몇천 번 힘으로 누르지 않아도 이 사람이 뭘 원하는지 금세 알거든요.
 그렇지만 명령받는 대로 행동하는 걸 너무 싫어해서 저항하는 경향이 있어요.
 약간이라도 틈이 생기면 벗어나려고 하지요.
 그렇게 하지 않도록 처음에는 힘으로 엄격하게 누르는 거에요.
 강하게 하면 아무리 반복을 하더라도 원숭이도 저항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거든요."

"천 번 정도 하면 한 번 정도는 자발적으로 머리를 숙여요.
 제가 손에 힘을 주기 전에 머리가 먼저 내려가는 걸 일 수 있지요.
 그럴 때에는 '정말 잘했어, 대단해' 하면서 정성스레 칭찬을 해줘야 해요.
 원숭이도 칭찬받는 걸 좋아하죠.
 스무 번에 한 번, 열 번에 한 번꼴로 하면 이번에는 칭찬뿐만 아니라, 안 될 때에는 혼내줘야 해요.
 엄하게 혼내주지요.
 채찍으로 때리기도 해요.
 이건 놀이가 아니다.
 진지하게 해야 한다는 사실을 원숭이가 알도록 해야 해요.
 이때 조련사는 배에서 나오는 박력 있는 목소리로 원숭이를 눌러야 해요. 
 그렇게 해도 안 되면 원숭이를 물거나 얼굴을 땅으로 후려처서 내가 대장이고, 
 대장의 명령은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해요.
 원숭이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깨달으면,
 이제까지의 저항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명령에 순순히 따르죠.

 마지막 부분이 조련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지요.
 저항심을 송두리째 뿌리까지 뽑는 거죠.
 이 부분에 원숭이 조련의 비법이 있어요.
 과거의 조련사들은 조련 과정을 다른 사람에게 어느 정도까지는 보여줘도 
 이때만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원숭이와 단 둘이서만 했죠.
 비밀스러운 조련을 보여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 말고도, 사람들이 보면 안 될 만큼 잔혹하기 때문이지요.

 속직하게 그 저항심을 뿌리 뽑을 때까지 원숭이를 반 죽일 정도로 잔인하게 다뤄요.
 원숭이는 꽥꽥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고, 거칠게 붙잡아 때리면서 '도망치면 안 돼, 해!'라고 소리를 치죠.
 원숭이와 사람의 진검승부가 벌어지는데 여기서 조금이라도 정신을 놓치면 이제까지의 조련이 모두 허사가 돼버려요.
 이 이상 더 하면 원숭이가 불구가 되거나 죽겠다고 생각할 정도까지 가야 저항심이 뿌리 뽑히는 경우가 많아요.
 나중에 생각해보면 내가 어떻게 그렇게까지 원숭이를 학대했는지 자기혐오에 빠질 정도죠.


타로, 넌 지금 어둠 속을 질주하고 있는 거야.
"너는 지금 어둠 속을 질주하고 있는 거야. 
  아무도 언제 이 어둠을 뚫고나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내일일지도 모르고 일 년 뒤일지도 몰라. 
  언제 올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그런 날이 올 거야. 
  그때 네 인생이 도약하는 거야. 
  그만두면 안 돼. 
  되돌아와선 안 돼."

타로는 이런 아버지의 질타와 격려가 없었다면 중도에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예언한 대로 어둠 저편에서 불빛이 보이는 날이 찾아왔다.
훈련을 시작한 지 다섯달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만약 도중에서 포기하고 되돌아섰다면 어둠 저편에 불빛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끝날을 것이다.
날마다 훈련을 하면서 오늘이 한계라고 생각했다.
만일 어제 포기했더라면 한 발 앞에 불빛이 있다는 사실도 모른채 좌절감에 빠졌을 것이다. 

지로 다음으로 조련을 한 원숭이는 사부로라는 15개월 된 새끼 원숭이였다.
사부로에게 링 통과하는 재주를 가르칠 때 링이 사부로의 머리에 부딪혔다.
그다지 세게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급소를 적중한 것 같았다.
사부로는 넘어지면서 입에서 거품을 물었다. 
급히 수의사에게 갔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사부로를 빼앗아 아내가 가져온 부드러운 담요에 싼 후 깊은 구덩이 속에 넣고 흙을 덮었다.
봉긋한 봉분에 양손을 대고 아들과 함께 울었다.
슬픔을 참아낼 수가 없었다. 뜨거운 눈물이 터져나왔다.
"참아야 해, 참아야 해" 아들은 계속 이를 악물었다.

사는 것이 고통임을 깨달은 순간 강해졌다.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원숭이르 조련시키는지, 
 원숭이를 죽이면서까지 힘겹게 조련을 해서 무대에 오른다는 사실을 
 내가 표현하지 않으면 보는 사람들이 전혀 모를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열심히 떠들었어요.
 이 손으로 사부로를 죽인 그 슬픔을 알아줬으면 하는 기분이었죠.
 사부로를 위해서도 열심히 노력해서 평생 동안 원숭이 재주를 보여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내 인생, 원숭이 재주를 바라보는 자세 이 모든 것이 합쳐지면서 제가 갑자기 바꿘 것 같았어요."

그의 아버지도 이렇게 쓰고 있다.

"그 순간 타로는 변했다.
 이제까지 적당히 응석부리고 소극적이던 타로에게서 남다른 결의가 보였다.
 누가 봐도 타로는 놀랄 정도로 변했다.
 슬픔의 나락으로 떨어져버린 자신에게 엄하게 채찍을 들이대고 질타한 것이 박진감 넘치는 연기를 만들어냈다."

그는 정신적으로 자립했다.
자신의 인생을 두 발로 씩씩하게 걷고 있다.
사는 것이 고통임을 깨달은 순간 강한 삶을 안것이다.

늘 새로운 목표에 도전한다.
"가끔 이토록 젊은 나이에 이만큼 성공해서 이렇게 행복한 가정을 갖다니,
 과연 괜찮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너무 잘나가니까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항상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서 도전하고 있어요."

우리가 하는 말을 알아듣느지 지로가 이쪽을 보며 계속 귀를 기울이고 있다.
무라사키 타로가 말하기를 원숭이는 인간이 하는 말을 알아듣는다고 한다.  (p84)
이 글은 <청춘표류>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다치바나 다카시 - 청춘표류
역자 - 박연정
예문 - 2005., 03.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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