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 2022. 06. 18. - 「고령사회의 화두, 웰다잉(Well-Dying)」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이 지난해 9월 파리의 한 장례식장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네덜란드, 매년 사망자 4% 안락사…스위스, 세계 유일 외국인도 가능
SPECIAL REPORT
“특정 나이, 특정 시점부터 우리는 병원이나 생명유지 장치를 거치지 않고 조용히 떠날 권리가 있다.”
‘세기의 미남’으로 불리는 프랑스 유명 배우 알랭 들롱(87)은 지난 3월 스위스에서 의사조력자살로 생을 마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2019년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뒤 스위스에서 노년을 보내고 있다. 들롱의 전 부인 나탈리 들롱도 안락사를 희망했지만 프랑스 법이 허용하질 않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프랑스의 경우 안락사는 불법이나 2005년 레오네티 법을 통해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와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받는 환자의 경우 인위적으로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무의미한 치료를 중단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들롱이 노년을 보내는 스위스에서는 자국인은 물론 외국인에 대한 조력자살도 허용된다. 대표적으로 스위스의 조력사지원 비영리단체 ‘디그니타스’가 국내에 잘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디그니타스를 통해 조력사한 한국인은 3명이다. 의학적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환자가 자신의 의지로 강력한 수면제 등을 복용하거나 주사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자살 유도 약물은 스위스 의사의 처방을 거쳐야 하며 시술은 병원이 아닌 민간 자택이나 아파트에서 이뤄진다.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나라는 네덜란드다. 네덜란드 상원은 2001년 4월 10일 안락사 합법화를 의결했다. 조력자살 방식이 아니라 독극물을 의사가 직접 주입해 신청자의 사망을 유도하는 적극적 안락사도 허용한다. 매년 세상을 떠나는 네덜란드 국민 가운데 안락사를 선택한 경우가 4%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안락사를 위해선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하고, 지속되는 고통’을 겪어야 하고 ‘최소 2명의 의사가 동의해야 한다’는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현재 네덜란드를 비롯해 벨기에, 룩셈부르크, 콜롬비아, 캐나다도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벨기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모든 연령대에 안락사를 허용하는 나라이다. 2002년부터 18세 이상에만 허용했으나, 2014년 법 개정으로 나이 제한을 없앴다. 미국은 주마다 의사조력자살에 관한 법률이 다르다. 1997년 오리건을 시작으로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등 8개 주와 수도인 워싱턴DC에서 의사조력자살을 허용하고 있다. 현재 안락사 허용 법안을 논의하고 있는 지역은 뉴욕을 비롯해 15개 주에 달한다.
연명의료 중단은 허용하지만 적극적 안락사나 조력자살은 금지하고 있는 국가들도 있다. 1935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협회를 창설한 영국은 조력자살 법안이 수차례 제기됐지만,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생명윤리에 어긋난다는 영국 성공회 등의 강한 반대 때문이다. 다만 영국의 경우 웰다잉 문화가 오랜기간 정착돼 호스피스, 말기 케어 시스템등이 잘 갖추어져 있다. 최근 영국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안락사에 반대했던 영국의사협회는 회원의 40%가 조력자살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지난해 9월 ‘중립적 입장’으로 선회했다.
원동욱 기자 won.dong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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